[패션 칼럼] 한문희의 트렌드킬

기사 등록 2015-07-06 11:31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퀴어(Queer), 패션을 묻다.

지난 6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가 있었다. 퀴어(Queer)는 ‘성(性)소수자’를 일컫는 말로, 게이나 레즈비언 뿐 아니라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2000년 이래로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에 열리는 이 축제는 한국에서는 가장 큰 성소수자 축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제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필자는 국내외에서 모인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함께 꾸민 축제의 장을 찾아 멋쟁이 퀴어들을 만나보았다. 특별한 날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의상은 무엇인지, 평소엔 어떤 옷을 입는지, 끝으로 그들에게 패션이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큰 키에 길고 우아한 발걸음, 거기에 긴 팔을 앞뒤로 사뿐히 흔들며 걷던 타일러를 처음 보았을 때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청 앞 광장이 마치 그의 런웨이 무대인 것처럼 보였다.

Q. 타일러, 트렌드킬 애독자 분들을 위해 오늘 의상 콘셉트에 관해 설명 좀 부탁할게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신경을 좀 썼어요. 우선 제 출신 국가를 나타내주는 레깅스와 밝은 핑크색 탑, 그리고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가방도 잊지 않았죠. 또 특별히 하이힐도 신었어요. 마치 런웨이 모델이 된 것만 같아요."

Q.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나요?
"평소에는 남성다운 스타일과 여성스런 스타일을 믹스해서 입는다거나, 어두운 색상의 옷과 밝은 색상의 옷을 믹스해서 입어요. 즉 서로 상이한 것들을 믹스해서 입는 편이에요."

Q. 타일러에게 패션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이죠. 어떤 것이 앞서가는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언제나 확실한건 패션은 절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이에요."


가명으로 자신을 ‘정숙조신’이라고 소개하던 그를 처음 보았을 때 필자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입은 옷을 통해 그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정숙조신은 의상과 장신구 등 그가 걸친 모든 것을 활용해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Q. 정숙조신씨, 트렌드킬 애독자 분들을 위해 오늘 의상 콘셉트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오늘 콘셉트는 일종의 저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사회에서 구분 짓는 이분법적인 성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저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이나 레즈비언도 아니에요. 트렌스젠더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제가 타고난 생물학적 성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저의 정체성을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오늘 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상징과도 같은 군복 바지를 입었어요. 거기에다 여성스러운 핑크 모자와 헤어악세사리, 그리고 색조화장과 더불어 수염도 함께 그렸어요."

Q.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나요?
"오늘 제가 입은 것과 같은 스타일의 옷을 평소에도 입어요. 사회에서 마치 규율처럼 여겨지는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섞어서 스타일을 만들어요."

Q. 정숙조신씨에게 패션이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패션은 일종의 표현 수단이에요. 패션이라는 게 사회 규범 안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 있어요. 하지만 규율이 견고할수록 그것을 깨기란 상대적으로 쉽다고 봐요. 그런 균열을 실험하는 것을 즐기지요. 저에게 패션은 그런 것이에요."


엘보씨는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강렬한 빨간색 의상을 입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푸른 잔디위에 빨간 깃털 의상이라... 어느 누구라도 그를 결코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Q. 엘보씨, 트렌드킬 애독자 분들을 위해 오늘 의상 콘셉트에 관해 설명 부탁할께요.
"오늘 콘셉트는 축제에요. 오늘 같은 특별한 날과 어울리는 의상을 골랐죠.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고 해외에서 제작된 축제의상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답니다."

Q.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나요?
"평소에는 정장을 입어요. 회사원이거든요(웃음). 다른 평범한 회사원들도 다 입는 그런 직장 옷이죠. 그것이 특별히 불편하다거나, 내 정체성을 억압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 제 평소 스타일이죠. "

Q. 엘보씨에게 패션이란 무엇일까요?
"패션은 표현입니다.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패션이라고 봐요. 오늘 같은 경우처럼 말이죠."

서구사회에서 여자 아이는 핑크색, 남자 아이는 파란색이라는 통념이 생긴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의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방법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이를 통해 볼 때, 현재 우리가 옷이나 장신구, 메이크업 등으로 성별을 구분 짓는 방법 또한 언젠가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어느 축제 참가자가 들었던 팻말에 쓰인 말처럼, 당신이 어떤 성별이나 성(性)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여전히 ‘신은 당신을 사랑한다(JESUS LOVES YOU)’는 것일 것이다.


[칼럼리스트 한문희 : Fashion Designer / Dickinson's Room Ltd. CEO]


- 전문가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리 / 여창용기자)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