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칼럼] 한문희의 트렌드킬

기사 등록 2015-05-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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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kinson's Fashion Note (25 May, 2015)
- 한국 주재 외교관들의 스타일링 시크릿

"The suit is a modern gentleman's armour."

슈트는 마치 전장에 나가는 용사가 갖추어야할 무기 같은 것일까?
영화 ‘킹스맨’의 해리 요원처럼 말끔한 슈트를 입고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는 현대의 신사들이 있었으니, 바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이다. 지난주에 이어 멋쟁이 오빠들의 스타일링 시크릿을 대공개하는 본 편에서는 한국에 파견된 멋쟁이 외교관 3명을 만나 그들에게 슈트는 어떤 의미인지, 또 슈트를 고를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는지 등을 물었다.

1) 앤드류 댈글리쉬 Andrew Dalgleish, 주한 영국 대사관 부대사

커다란 키에 영국인 특유의 차분한 어투가 인상적인 앤드류 댈글리쉬 부대사는 슈트의 본고장 영국에서 왔다. 그에게 있어 슈트란 단순한 오피스 룩을 넘어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슈트를 고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피팅 (fitting)'과 소재이다. 몸을 잘 드러내주는 피팅과 깔끔한 라인, 거기에 천연 소재를 사용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슈트는 첫 인상을 확실히 좋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런던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저만 스트리트 (Jermyn Street)에서 슈트를 보곤 하지요. 최상의 원단과 숙련된 테일러들, 실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색상과 무늬 등이 어우러진 영국 슈트는 저에겐 자부심이자 신뢰입니다.”

2) 존 라일리 John Riley,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부대사

좋은 슈트는 마치 마법과 같다고 말하는 존 라일리 부대사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슈트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피팅이다. 특별히 어깨를 살려주고 허리 라인을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피팅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빈번한 사이즈 변화가 늘 그를 곤혹스럽게 한다. 그래서 그는 슈트를 한 벌 구입할 때 다양한 사이즈의 바지를 여러 벌 구입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다. 그럼으로써 다양한 체형 변화에도 슈트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슈트는 사교적인 행사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고 자신감 있는 표정과 당당한 제스처로 사람들 앞에 서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합니다. 특히나 클래식한 블랙 슈트와, 그것에 매치되는 넥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죠.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슈트를 보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오고 나서부턴 줄곧 한국의 슈트를 즐겨 입고 있습니다. 다만 핑크색이나 반팔 셔츠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

3) 윤 헤틀란 Joon Grane Hetland,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1등 서기관

그는 매일 아침 슈트를 차려입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옷매무새가 완벽하게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윤 헤틀란 1등 서기관. 그런 그에게 슈트는 매일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비(裝備, equipment)이자, 자신을 남들과 구분 짓는 일종의 아이덴티티와 같은 것이라 한다. 외교관의 세계에서 슈트는 너무 튀어서도, 반대로 너무 모자라서도 안 되는 묘한 위치에 있다. 지나치게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색상이나 소재, 그 밖에 액세서리 등과 같은 작은 요소들로 변화를 준다고 한다.

“몸에 잘 맞는 슈트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꽉 끼어도 안 되고, 헐렁해서도 안 되지요. 우리의 일 만큼이나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맞춰야하는 것이 슈트입니다. 적절한 밸런스를 갖춘 슈트는 일의 능률이나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한국에는 제가 원하는 피팅을 가진 슈트들이 많더군요. 비록 노르웨이에서 입곤 했던 회색 톤의 슈트가 많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일에 좀 더 집중할 수도 있고 말이죠.”

격식을 차린 서양의 의복에서 시작된 슈트는 어느새 국적을 초월한 남성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외교관들에게 슈트의 가장 큰 미덕은, 마치 다양한 국가의 대표들 사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맞춰야하는 그들의 임무처럼,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에 있는 듯하다. 이것은 외교관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는 가운데 조용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슈트의 역할이 아닐까.


[칼럼리스트 한문희 : Fashion Designer / Dickinson's Room Ltd.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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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여창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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