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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란제리 소녀시대' 이종현, 1979년·2017년 시대 속 20대 청춘

기사 등록 2017-10-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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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윤 기자
[이슈데일리 오서린기자]1979년 여고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KBS2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가 인기리에 종영됐다. 비밀이 많은 약국총각 영춘을 연기했던 이종현을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8부작으로 짧은 기간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도 아쉬워했던 드라마의 종영에 기분이 어떤지 묻자 이종현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너무 아쉬워요."라고 입을 열었다.

"짧아서 아쉬웠던 것 같아요. 한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함께 해주신 배우분들 스탭분들이랑 모두 다시 만나고 싶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같이 호흡 맞춰보고 싶어요.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란제리 소녀시대'의 결말은 차이가 있었다. 이종현이 연기한 영춘도 소설 속에서 본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영춘을 연기하기 전 원작 소설을 읽어봤다는 그는 고민이 많았다며 진중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란제리 소녀시대'가 원작 소설은 스토리도 그렇고 제가 맡은 영춘이라는 인물도 드라마랑 다른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고민이 진짜 많았었어요. 제가 고민을 하니까 작가님이 제목은 같지만 예쁘게 그리겠다 하셨거든요. 그래도 걱정됐었는데 너무 예쁘게 잘 그려주셔서 감사하죠. 아마 원작을 보신 분들은 드라마 보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셨을거 같아요."

▲ 사진=김윤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대구를 배경으로 한다. 올해로 28살인 이종현은 살아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그려 영춘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사전에 많이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 중학교때 모습이랑 영춘이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친구들이랑 동생이 부산에 살고 있는데 저희 사이에서는 그때 한창 유행했던게 영화 '친구'였는데 그걸 보고 옛날 감성을 많이 쫓아가고 젖어있었어요. 진짜 옛날 사람인것마냥 동네에서 그랬고 아직 가도 그런게 남아있거든요. 제가 살던 동네는 그런 기억이 많아서 어쩌면 영춘이가 느끼는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제가 14살때 느낀 감정이 영춘이가 느낀거랑 같은거 같아요."

'란제리 소녀시대'를 함께 한 배우들은 혜주를 연기한 채서진부터 보나, 서영주, 여회현, 도희 등 이종현과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함께 작품을 하면서 배운게 많다며 이들과의 호흡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보다 어린 분들, 동생들과 하는 작품이 처음이에요. 전에는 항상 쫓아가는 것에 바빴고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강해서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책임 의식도 생기고. 저보다 동생이지만 선배인 분도 있고 특히 동문이(서영주)는 아역 때부터 연기한 친구라 엄청 선배에요. 동생들한테 배운 게 많았어요. 서진씨도 앞에서 집중하고 연기하는 모습 볼 때 마다 정말 많은걸 배웠죠. 작품 하는 동안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많았고 저도 형으로서 오빠로서 잘 챙겨주려고 노력했어요. 저희 사이에 안 보이는 끈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촬영 내내 배우들간의 호흡도 스탭들과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던 '란제리 소녀시대'. 모두가 애정을 담은 작품인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장면도 많았었다. 그 수많은 명장면들 중 이종현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게 있을까.

"몇 장면 있었어요. 일단 나들이 장면은 화면이 너무 예뻤지만 찍을 때 힘들었죠. 동물원에서 찍었는데 그때 저 물개 웃음소리 처음 들어봤어요. 사람처럼 울더라고요. 막 으아악 거리면서.(웃음) 그 장면도 예뻤고 저는 안 나왔던 장면 중 구름 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요. 진짜 색다르고 예뻤던 것 같아요. 자전거 탄 것도 기억에 남네요. 서진씨보다 도희랑 찍은 게 재밌었어요. 도희가 제 뒤에 서면 안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카메라 구도 다시 잡아야한다고 하셔서 다시 촬영했었어요."

이종현은 이전 인터뷰에서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시대극을 연기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시대극 '란제리 소녀시대'에 캐스팅됐고 1979년에 20살인 영춘을 연기했다.

"사실 일주일 전에 캐스팅이 됐어요. 말이 안 되는 상황 속에 제작된 거죠. 불러주셔서 감사했지만 저한테 리스크가 컸거든요. 준비할 시간 없이 하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사투리를 하는 연기라 표준어하는 사람보단 덜하겠지만 연기 자체에 리스크가 있었어요. 이걸 내가 한다고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죠. 두려움이 많았지만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거절할 수 없었어요. 떨린다고 놓치면 아쉬운 기회일거라 생각했거든요. 한번 했으니 앞으로 더 해야 한다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사투리를 쓰는 게 재산인거 같아요.(웃음)"

▲ 사진=김윤 기자
이종현은 배우로서 연기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룹 '씨엔블루'의 멤버다. 배우와 가수를 오가며 많은 이들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연기와 음악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인터뷰 내내 주변을 환하게 밝혀줄 만큼 미소짓던 이종현은 진지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음악 할 때부터 생각했거든요. 인터뷰 때도 질문을 많이 받아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어요. 음악이든 연기든 사람들을 연구하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예술 하는 사람들 다 마찬가지로 끝없이 연구하고 위로해주고 공감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는 게 사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을 할 때 20대 초반엔 뜨겁고 열정적인 걸 잃을까 무서웠어요. 무대 위에선 여유가 생기고 편해진 게 좋지만 한편으로는 열정이 식을까봐 걱정이에요. 좋은 기회로 현장에서 연기를 하게 되도 숨이 막히더라고요. 아직도 리딩이 무서워요. 편하게 하라고 해도 숨도 안 쉬어지고 심장이 막 콩닥콩닥 뛰어요. 그래도 어디 가서 이런 걸 느낄 수 있을까 하면서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시기다. 특히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이종현은 꼭 한번 연기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

"진짜 남자 이야기요. 진짜 느와르! 그걸 하게 된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살았던 동네가 '친구' 찍었던 동네거든요. 그걸 어릴 때부터 동경했어요. 저 중에 하나가 나였으면 기가 막히게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죠.(웃음) 욕심을 좀 더 부리면 요즘 정통 멜로가 많이 없어졌는데 트렌드 자체가 그런 거 같긴 해요. 그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정통 멜로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이 끝난 뒤 이종현은 배우가 아닌 가수 이종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앞으로 세워둔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어제 앨범이 나왔습니다!"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앨범이 나왔고 11월에는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할 것 같아요. 좋은 기회에 많이 찾아보고 싶습니다. 아마 씨엔블루도 내년 상반기쯤 좋은 앨범 가지고 컴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사랑해주신 만큼 좋은 활동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오서린기자 dgill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