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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언니는 살아있다' 박광현 "가늘고 길게 연기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7-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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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은비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하준이기자] 악녀들이 판을 치는 SBS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연출 최영훈, 극본 김순옥)가 시청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을 확정했다.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가고 가운데 찌질한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박광현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운 좋게 인기를 얻어서 4회가 연장이 됐어요. 논란도 많았고 여러가지 반응들이 있었지만 잘 끝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추태수라는 인물이 드라마 속에서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빛이 났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습니다."

극 중 박광현이 맡은 추태수는 야욕에 눈이 멀어 돈을 받고 허위기사 써주는 일을 해 기자들 사이에서 양아치로 소문이 파다한 인물이다. 불륜을 저지르다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게되지만 모든 잘못을 아내에게 떠넘기고는 뻔뻔스럽게 불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 일명 '국민쓰레기'로 불리운다.

"악역이 처음이라 주변 분들이 많이 어색해 하셨어요. 하지만 나중에 극 속에서 나와 어울러지는 모습을 보시고 많이들 좋아하신 것 같아요. 가족들은 속상해 하셨어요. 하지만 악역이 주변 반응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데뷔한지 21년 차에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박광현은 초반 주변의 우려와 달리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는지 묻자 박광현은 그런건 없었다며 입을 열었다.

"이번 작품은 찾아줬다기보단 챙겨주신 것 같아요. '이런 드라마가 있는데 이미지 변신도 해볼 겸 해보는게 어떻겠냐'하고 제의가 들어와서 하게 됐어요. 이미지가 밥 먹여주냐는 말도 있잖아요. 어떤 역할이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이미지가 나빠질 일은 없어요."

▲ 사진=박은비 사진기자
다정한 실장님 역할 박광현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전작인 MBC'최고의 연인'에서도 주연을 짝사랑한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의사 역을 맡았던 그가 연기 변신에 완벽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더 알미워보이게 노력했죠. 더 깐족거림의 끝이 뭔지 보여주자하고 마음 먹었어요. 대사 연습하면서 말투나 말 한마디라도 더 깐족대 보일 수가 있거든요. 표정도 그렇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열심히 했어요. 제대로 깐족댔을 때는 스스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극 중에서 간간히 보여지는 응징을 당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을 주기도 했다. '찌질 악역'이라는 별명에 맞게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이나 노숙자로 변신한 장면 등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매달려 있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1분도 못 버티고 떨어졌을 거예요. 가짜이긴 했지만 땅에 파묻혔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목만 나와서 인간의 나약함을 느꼈어요. '벌레한테도 지다니'이런 생각도 들고."

'언니는 살아있다'는 주연배우들 뿐만 아니라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뛰어났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도 훈훈하지 않았을까.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박광현은 좋았다고 하며 말을 이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요. 특히 감독님부터 성격이 밝으시고 개그를 많이 치셔서 현장에서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셨어요.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감독님이 분위기 메이커셨어요.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연기나 논란때문에 힘들었을 때 감독님이 '태수야, 잘했어. 잘했다.'하면서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힘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대사 스피드라던지 호흡적인 부분을 많이 주문해주셨어요."라고 답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에 대해 묻자 그는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는 대로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올해까지 연극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다음 작품으로는 연극, 드라마 가리지 않는지 물어봤다.

"티비는 주 수입원이라 우선순위긴 하죠. 근데 연극은 돈보다 얻을 수 있는게 많아요. 무엇보다도 긴장감을 가질 수 있어요.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한다는 매력이 있거든요. 연극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년에 한 판 정도는 하고싶어요."

▲ 사진=박은비 사진기자
하이틴 스타 박광현이 데뷔한지 어느덧 20년을 넘겼다. 그 동안의 연기 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어보자 그는 잠시동안 고민을 하다 털어놓았다.

"단역부터 미니시리즈 주인공도 돼보고 다시 조연도 해보고. 다양한 연기를 해온게 다 경험이죠. 쉬지않고 해왔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대견해요."

"주변에서 '초심을 잃으면 안돼'라고 들어왔기 때문에 잘 나간다고 목에 힘이 들어가거나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겠죠."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보였던 박광현이다. 달려온 시간보다 앞으로 달릴 시간이 더 많을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박광현, 쟤 나오면 재밌지, 즐거워. 그리고 가늘고 길게. 환갑이면 딱 데뷔 40주년이에요. 젊은 느낌에서 아버지 역할로 넘어가는 시기가 가장 애매하거든요. 그 때를 잘 넘겨서 쭉 연기하고 싶습니다."

하준이기자 llayii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