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청춘으로의 회귀(回歸)' 최백호, 인생을 노래하다

기사 등록 2018-02-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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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늘이엔티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이 첫 구절이 낯선 7080세대가 있을까. ‘낭만에 대하여’, ‘내 삶의 갈 곳을 잃어’ 등 삶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노래하는 가수 최백호가 청춘으로 회귀(回歸)해 우리 곁을 찾는다.

살얼음 같은 추위를 녹이는 따스한 햇살 한줌이 무척이나 반가운 한 겨울날, 최백호를 만나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로 데뷔 41주년을 맞은 최백호는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다. 3월 잠실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청춘’을 노래할 예정. 불혹의 나이에 노래하는 ‘청춘’은 남다른 깊이와 더 짙어진 감성을 담아냈다고.

“이번 콘서트는 불혹에서 다시 청춘으로 ‘회귀’한다는 주제를 담았어요. 최근 5년 정도는 기존의 곡을 가지고 다른 젊은 가수들하고 함께 듀엣 작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보여드릴 곡은 두 곡 빼고 다 신곡이에요. 5년 간 다른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며 새로운 걸 접해봤으니 제가 해왔던 음악으로 돌아와야죠. 그 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더 발전됐다고 할까요? ‘신파 감성’을 다시 가져오려고 노력해서 더 짙어진 감성들이 있어요. 가사나 리듬감 등 음악적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조금 젊어졌어요.”

그의 말대로 최백호는 아이유, 우영, 스웨덴 세탁소, 신나는 섬, 옥상달빛 등 이 시대 최고의 젊은 보컬리스트들인 후배들과 함께 협업을 했다. 사실 가요계의 대선배를 찾아가 함께 작업을 부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그 친구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최백호에게서 후배들이 그와 함께 하려고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또 그는 가요계의 ‘노역’으로 자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가 제안을 하기보다) 주로 제안이 들어오는 편이예요. 드라마로 치면 이순재, 최불암 선생님처럼 가요계에도 ‘노역’이 필요하지 않나요. (웃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안 알려진 노래도 많이 부르고 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젊은 사람들과 활동하면서 얻는 게 많아요. 저는 음악을 기초부터 다져온 사람이 아닌데 요새 사람들은 기초부터 탄탄하니까 함께 작업하고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아이유도 제가 잘 안 되는 부분을 굉장히 쉽게 하더라고요. 아이유 하는 걸 보고 배웠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과의 활동에 자부심이 있어요. 스웨덴 세탁소 등 인디 밴드들과도 활동을 많이 했는데 노래들이 정말 몽환적이고 멋져요. 그룹 신나는 섬과 ‘톰소여의 모험’의 작가 이름을 딴 ‘마크 트웨인’이라는 노래를 불렀었는데 기회가 되면 들어보세요. 굉장히 실력파고 대단한 친구예요. 신나는 섬은 노래가 너무 멋진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죠.

▲ 사진=하늘이엔티 제공

그 중에서도 2PM 우영은 최백호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각별한 사이를 자랑했다. 특히 최백호를 콘서트까지 초대하며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다고.

“2PM 우영이는 얼마 전 콘서트를 갔다 왔어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그 친구는 본인이 굉장히 힘들 때 저에게 고민을 이야기해줬어요. 제가 젊어서 했던 동일한 고민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답이 없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그 뒤에는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방송국 라디오 부스에 찾아 와서 인사도 하고 갔어요.”

1970년대 한국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최백호는 ‘인생’을 노래하는 가수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청춘, 세월의 흐름, 허무함….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그의 울림 있는 노래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도, 또 그와 함께 세월을 보내온 7080세대들에게도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낸다. 그의 음악적 영감은 얼마나 심오한 것에서부터 오는 걸까. 그는 “주로 만화책이다”라며 의외의 답을 건넸다.

“저는 음악적 영감을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혹은 드라마,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받아요. 특히 만화책에서 영감이 많이 와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안 해서 만화책만 봤어요. (웃음) 우리 시대에 ‘파이브스타스토리’라고 일본 SF 만화가 있어요. 그 만화책을 굉장히 좋아해요. 주로 멜로나 SF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최백호는 올해 전시회, 영화 제작 등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가세한다면 2018년 한 해 동안 내내 숨 가쁘게 달려야 할 터. 만약 그가 자신의 일에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에너지였다.

“저는 완벽하지 못한 완벽주의예요. ‘완벽지향주의자’라고 볼 수 있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참아요. 깨어 있을 때는 뭔가를 계속 하고, 움직여요. 집에서도 그림을 그리던지, 노래를 만든다던지 일을 계속 해요. 어떻게 보면 부지런한건데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강박증이죠. 뭔가를 안하고 있으면 불안이 찾아와요. 무엇을 계속 해야 하니까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고, 그것 덕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 같아요.”

역시 남다른 예술적인 감각을 가진 그이기 때문일까. 올해 열릴 전시회에서는 ‘나무’를, 영화는 노래하는 많은 이들의 추억 그 자체인 ‘미사리’를 담을 예정이라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배웠어요. 미대를 가려고 하고 있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죠. 어렸을 때는 시골 학교의 미술선생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술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포기했어요. 전시는 언제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할 예정이에요. ‘나무’만 그렸어요. 사실적인 느낌도 있고 추상적인 느낌도 있어요. 저는 나무밖에 못 그려요. 시간이 없으니까 가장 쉽게 볼 수 있는걸 그리기 시작한거죠. 나무를 의인화시켜서 마치 가족처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영화에도 원래 관심이 있었고,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맘에 드는 남자 배우가 없더라고요. 한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줬는데 일주일동안 답이 없네요. (웃음) 이번에 만든 ‘미사리’는 노래하는 무명가수들 이야기예요. 남자 배우에 제가 투영됐다고 볼 수 있어요. 저보다 연약해보이고, 슬퍼보였으면 좋겠어요. 아무 저항 없이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요. 무기력한 사람이죠.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계를 뒤집어 놓고 싶어요.”

▲ 사진=하늘이엔티 제공

가슴 깊숙한 곳에서 뱉어내는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던 감성을 헤집고 촉촉한 봄비같이 추억을 되살린다. 40년차 가수답게 공연경력도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무대를 즐기는 가수라면 ‘관객과의 소통’도 맛보지 않았을까.

“‘반응이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관객들이 제 노래를 듣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거요. 두 시간동안 노래를 하는데 어떤 때는 느낌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기도 해요. 공연은 실수의 연속이에요. (웃음) 완벽한 공연은 거의 없어요.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 일거예요. 하지만 관객들은 잘 눈치를 못 채요. 토요일에 공연을 하는데 제 노래 가사를 틀렸어요. 2절 가사를 1절에 붙였어요. 그 때 자연스럽게 넘어갔으면 되는 걸 마이크에 대고 ‘아 이건 2절 가사인데’라고 말을 해버려서 다들 웃으셨죠.”

41년. 적지 않은 시간이다. 물론 미국으로의 이민, 정치 출마, 라디오 DJ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기는 했지만 종착지는 한 곳이었다. ‘가수 최백호’.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의 ‘노래 외길 인생’은 예상치 못한 사춘기를 겪기도 했다.

“돈을 잘 못 벌어서 가수가 하기 싫었던 적은 있었어요. 생계형 가수였으니까요. 여러 가지 일을 해보면서 그만두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결국은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다시 가수로 활동하게 되면서는 훨씬 세밀하게 연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내 일이다’라는 애착이 생겼어요. 사실 옛날에는 건성으로 했어요. 술 마시고 노래하고 그랬는데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정도 생기고 공부도 하게 됐죠.”

결국 그는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가요계의 거장 최백호. 기회는 때때로 찾아왔고, 준비된 최백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굴곡진 인생은 우리에게 ‘다 괜찮아. 준비만 돼 있다면’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듯 했다.

“운이 좋았어요. 여러 가지로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곡을 부산에서 무명가수로 만들었어요. 그때는 전문적으로 가수가 되리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서울의 한 기획사에서 오라고 연락이 와서 가수생활을 시작했죠. 30대부터 슬럼프에 빠졌고 그러다가 40살에 미국을 갔어요. (여러 정황상) 2년 동안 기가 막히게 피해있었다는 농담을 정재영과 주고받을 만큼 그것도 굉장한 타이밍이었어요. 또 45살에 ‘낭만에 대하여’를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흐지부지 묻혔어요. 그러다가 김수현 선생이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 곡을 듣고 드라마에 넣는 바람에 한 순간에 뜨고…. 그 이후로 모든 게 잘됐어요. 기가 막히죠. 기회가 올 때마다 나름대로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시간들을 통해 내 자신을 만들어 왔어요.”

그런 최백호였기에 인간의 삶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가 노래할 청춘과 인생.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가여운 이 시대의 청춘들과 청춘을 회상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의 빛과 쉼터가 되어주길 마음 속 깊이 바라본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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