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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자우림 10집, 세상을 ‘거꾸로’ 비추고 있는 이유

기사 등록 2018-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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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인터파크엔터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여성분들의 피드백 중 ‘음악을 듣는 동안 나를 잊어버릴 수 있었다’라는 말이 가장 좋아요. 이번 앨범도 현실을 잊고 잠깐 도망갈 수 있는 시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9집 앨범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 이후 5년 만이다. 자우림이 병들어 있는 사회를 비판을 담은 곡부터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까지 집약해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10개의 트랙으로 채워진 통산 10집 앨범. 자우림에게 ‘1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

기자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 제르베에서 자우림을 만나 10집 앨범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3년 9집 이후 종종 방송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쳤지만, 새 앨범 발매 소식은 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일 터.

“앨범을 내기 전까지 리듬이 있어요. 스튜디오 작업에 들어가면 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자기비하와 스트레스를 받죠. ‘할 수 있을까, 컨디션을 잘 분배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자기비하에 시달려요. 나중에는 영혼이 탈탈 털려서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시기가 와요. 그 상태로 몇 주 보내면 보통의 앨범이 완성되죠. 어떻게든 완성되면 자아도취의 시기가 와요. 지금이 자아도취의 시기예요. (웃음) 완성도, 사운드, 주제들에 대해 도취되어 있죠. 좋은 상태예요. 숫자가 10이라서 특별한 기획, 의도가 있냐고 많이 물어봐주시는데 의도를 기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잘 하는 방식으로 하자’가 기획이었죠. 이 앨범도 그래요. 의미를 부여하자면 음악을 쭉 해왔으니까 세월, 노하우가 집약된 앨범이죠.” (김윤아)

자우림의 이번 앨범은 청춘, 사랑과 이별, 사회현상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음악으로 표현해 채웠다. 지난해 말 선공개된 ‘XOXO’를 포함,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헤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 사진=인터파크엔터 제공
“이번 앨범은 ‘거꾸로’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그랬죠. 항상 곡을 만든 계기는 뉴스를 통해서였어요. 제 자신의 이야기이면서도 친구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죠. 뉴스 같은 것들을 봐도 삶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낄 수 있잖아요. 지금은 SNS를 통해서 유명한 셀럽들을 팔로우하면 무엇을 하고 뭘 먹었는지, 그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어요. 이게 거꾸로 기능을 하는 것 같아요. 곡 소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재, 날 것 그 자체가 열려 있는 시대죠. 음악이 뭔가 세상을 개혁하고 바꾼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거꾸로 비춘다고는 생각해요.” (김윤아)

1997년 1집 앨범 ‘퍼플 하트(Purple Heart)’로 데뷔한 자우림은 어느덧 데뷔 21년차를 맞았다. 수많은 밴드와 그룹이 각자의 길을 택하면서 우리는 ‘해체’라는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우림은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면서, 돈독한 ‘팀워크’라는 단단한 뿌리를 가진 듯하다.

“확실한 지향점을 가지고 만났더라면 사소한 것에 부딪히면서 문제가 됐을 거예요. 저희는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끼리 만난 거라 부딪힐 일은 21년 동안 한 번도 없었죠. 새 앨범을 만들 때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만들고 나면 ‘좋은 CD, 들을만한 CD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하며 재밌어하죠.” (이선규)

“연륜이 쌓이면서 바뀌는 건가? 예전엔 ‘우리는 락 밴드니까 즉흥적으로 좋은 순간에 앨범을 내면 돼’라고 생각했어요. 9집 앨범부터는 ‘먼 훗날 언제 들어도 후회와 찝찝함이 남지 않는 앨범을 만들자’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럴 나이기도 하고요. 하하. 치밀하고, 농축된 사운드를 만들자고 했죠.” (김윤아)

1번 트랙인 ‘광견시대’부터 마지막 10번 트랙인 ‘XOXO’까지 들어보면 자우림이 이번 앨범을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 썼는지 알 수 있을 터. 타이틀곡 외 각 멤버들이 애정 하는 수록곡은 무엇일까.

▲ 사진=인터파크엔터 제공
“‘슬리핑 뷰티’. 예전부터 자우림의 음악하면 ‘이 음악은 자우림 아니면 못하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그냥 하는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슬리핑 뷰티’는 저희 음악의 결정체 인 것 같아요.” (이선규)

“저는 ‘아는 아이’요. 한곡만 꼽기에는 어려운 것 같아요. 밴드나 솔로가수나 해온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그게 도태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방법, 세상, 사운드를 계속 고민하는 편이죠. ‘아는 아이’ 같은 경우, 그런 고민을 겪고 만들어진 느낌의 곡이에요. 다른 장르적인 콜라보를 즐겨했는데 ‘아는 아이’ 트랙에 집대성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김윤아)

“4번 트랙인 ‘있지’. 스케치만 했던 데모를 처음 듣고 ‘휴’ 였나 ‘하’ 였나. 가슴이 푹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들을 때 꼭 가사를 같이 들으셨으면 해요. 아, 특히 30대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김진만)

자우림의 앨범, 그리고 앨범의 곡배치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강렬하게 휘몰아치다가도 템포를 절묘하게 조절하기 때문 아닐까. 특히 이번 앨범은 ‘균형’을 맞추고 있어 듣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것이다.

“강약, 스펙트럼이 넓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저희가 소재로 하는 건 ‘사람’과 ‘세상’이죠. 사람이건 세상이건 한 명만 존재하진 않잖아요.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이번 앨범은 균형을 맞추려고 했어요. 밀도 있고, 촘촘하게 짜서 10번 트랙에서도, 1번 트랙에서도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죠.” (김윤아)

오늘(22일) 오후 6시, 각종 음악사이트를 통해 베일을 벗는 새 앨범. 자우림은 발매에 맞춰 KBS2 ‘뮤직뱅크’에서 첫 컴백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그리면서도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힘써왔던 이들은 컴백 무대를 고민하던 중 ‘뮤직뱅크’ 제작진과 의논 끝에 출연을 확정한 것.

“음악방송을 가면 반성하게 돼요. 보통 아이돌 출연자가 많기 때문에 하고 있는 음악 장르가 다르지만 ‘내가 데뷔했을 때 또는 아이돌 팀들의 연차였을 때 저렇게 열심히 했을까?’ 생각하죠. 부끄럽고 자극이 돼요. 더 성실하게 나 자신을 트레이닝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김윤아)

▲ 사진=인터파크엔터 제공
자우림의 음악은 가벼움 속에서도 진중함이 있다. 진중함 속에서 경쾌함 또한 잃지 않았다. 이 점이 현재의 자우림으로 성장시켰고, 존재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2집의 ‘낙화’, 5집의 ‘광야’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다른 건 알아서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해, 넌 이런 대학에 가, 이런 직장을 가지면 연봉은 얼마를 받고,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성공할 수 있어. 너의 도덕성은 묻지 않을게, 사회인이 되면 이윤창출로 사람을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돈만 벌어다준다면 괜찮아’ 이런 세상이 온지 오래됐어요. 쭉 그런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왔죠. 항상 저희의 중요한 원천은 뉴스예요. 2~30대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고 있으면 분노에 짓눌려 있는 것 같아요. 분노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뚤어진 분노가 억눌려서 왠지 밟지 않으면 밟힐 것 같은 느낌이 팽배해져 있죠. 지금 이런 이야기를 이런 사운드로 하는 게 세상이 저희에게 준 영감이에요. 그렇게 통해있어요. 공교롭게도 최근 일어난 사건들이 기사화 되고 있고요.” (김윤아)

자우림의 1집 앨범에서는 신선함이 있었다면 2, 3집에서는 멤버들의 음악적은 물론, 개인적인 성숙이 느껴진다. 4집 앨범에서는 ‘밴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담아냈다. 그렇게 성장된 10집 앨범은 무언가의 ‘단단함’이 묻어있는 것 같다.

“사운드적으로 세 시기가 있었어요. 1~3집은 몰라서 막 만들었던? 그땐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접근이었구나’라는. 4집은 밴드만 할 수 있는 날것의 사운드를 만들어 보자 해서 8집까지 갔어요.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죠. 9집을 토대로 해서 조금 더 다른 방향, 정제된 스튜디오에서 장치를 많이 넣기 시작한 앨범을 만들어 본 게 10집까지 연결 됐어요. 앞으로 이후에도 앨범 작업이 계속된다면 이를 토대로 조금 더 면밀하고 계산된 사운드를 만들 것 같아요.” (김윤아)

밴드 자우림의 매력은 톡톡 튀는 가사와 멜로디, 그들만의 분위기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또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사운드는 이들이 ‘진정한 밴드’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진중함과 경쾌함이 함축된, 그리고 김윤아의 위트 있는 보컬이 돋보이는 10집 앨범은 베일을 벗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