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출국'이범수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기사 등록 2018-11-14 10:50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디씨드
[이슈데일리 장영준기자]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통해 데뷔 이후 유쾌한 코믹 캐릭터로 국민들에게 이름을 알린 배우 이범수가 사뭇 다른 진지함을 지니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가 출연한 영화 ‘출국’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범수의 성숙함과 진정성을 한껏 담아냈다.

기자는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출국’에서 오영민으로 분한 배우 이범수를 만나 작품과 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국’은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

이 배우를 만나 간단한 근황을 물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다른 아이를 둔 배우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 운동회에 참여했던 후기를 전하며 그가 왜 ‘출국’이란 작품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알렸다.

“아이 운동회때 참여를 했다. 아이들의 아빠가 아이를 업고 뛰는 게 있다. 아이들의 아빠들은 엄청나다. 그 의욕은 지구를 지키는 의욕 저리가라다. 고도비만도 계시고 허약체질도 계시고 술에서 안 깨신 분도 계시고 여러분들이 계시다. 이미 몇 걸음하면 얼굴이 창백해진다. 다리가 풀려서 넘어지는 분들도 속출한다. 몸과 정신이 완벽하게 따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목등을 하는 순간인데 그것이 재밌고 즐겁지만 박수를 보냈다.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그게 참 멋있어 보였다. 그 모습들이 좋아 보이는 것은 아빠의 마음이 보여서다. 자기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내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은 거다. 어떻게든 잘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서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그러는 것처럼 영화 ‘출국’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점도 정확히 그런 지점이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주고 싶었다. 오영민이란 캐릭터를 그런 마음으로 접하게 됐다.”

▲ 사진=디씨드

아버지가 된 이범수에게 부성애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 ‘출국’에 대한 감흥은 남달랐다. 그는 극 중 자신이 그려낸 캐릭터 오영민이란 인물과 실제의 본인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풍부한 감정 연기에 도전 의식을 느꼈다고.

“인터뷰하면서 아버지의 부성애, 이걸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단어로 느껴질까 봐 다른 흥미 있는 단어가 없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마땅한 게 없더라. 실제로 시나리오 읽고 어떤 마음의 움직임을 큰 감정을 느꼈던 것이 작품 속에 오영민이란 인물이 두 아이의 아빠 때문이다. 나와 상황이 같다 보니 오영민이란 인물이 참 남일 같지 않게, 위로해주고 싶은 인생처럼 느껴졌다.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위로해주고 싶고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고 되찾고 뭔가 해보고자 노력한 사람인데 아빠로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마음이 먹먹했다.”

“‘출국’이란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게 ‘신의 한 수’ ‘인천상륙작전’을 해서 그런지 드라마에선 ‘라스트’ 등 악역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악역이) 짜릿하고 재밌지만 뭐처럼 이렇게 배우가 개인의 연기력 풍부하고 세밀한 감정 연기가 주가 돼서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 뭐처럼 오랜만에 풍부한 감정 연기로 시도 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남 주기엔 아깝다란 생각을 했다. 감정 연기에 대한 배우로서의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배우는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히 시나리오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작품을 누가 그려낼 지가 오히려 시나리오보다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점에서 ‘출국’으로 입봉하는 노규엽 감독은 작품을 선택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포인트였을 터, 이범수는 노규엽 감독에 대해 신인이지만 배우 이범수란 인물의 30년 연기를 철저하게 분석한 모습에서 남다른 연출가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른 감독님들은 요즘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고 악역을 많이 주신다. 그런데 노규엽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요즘 악역연기 한창하고 있는 나에게 왜 부성애에 대한 책을 줬느냐 라고 물으니 한 30년 동안 영화를 한 나를 쭉 분석했더라. 내가 가지고 있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기대치, 가능성을 노감독은 기대하고 있더라. 그래서 남다른 감독이구나를 느꼈다. 좋은 감독이다. 노규엽 감독이 어떤 감독이냐고 물었을 때 한마디면 끝난다. 또 하고 싶은 감독이다.”

▲ 사진=디씨드

‘출국’은 시사회 이후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통해 높은 작품성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범수는 흥행공식에 입각한 작품을 선택하기 보단 신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더 큰 의미를 느낀다고.

“전작이 뭐 700만도 넘기고 400만도 넘기고 그 다음 작품 또한 흥행공식에 입각한 작품을 골라야 하는 게 당연한 거지만 신인 감독, 신생영화사,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다 신인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았던 게 너무나 꼼꼼하게 준비를 많이 해서 신뢰가 쌓였다. 현장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회차에 흐트러짐 없이 돌발변수의 연속인데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긴다. 그런 와중에도 그날 찍어야할 것을 다 찍으면서 약식이 아니라 꼼꼼하게 찍으면서 잘 대처한 것에 대해 놀랐다. 그만큼 현지 스탭들과 한국 스탭들 배우들 감독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서 뭉쳤다.”

과거 작품 제작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신인 감독과 함께 하며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일었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출국’은 이 모든 문제에서 벗어났고 세상을 향해 비상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범수는 모든 문제를 제쳐두고 배우로서 꼭 해야 할 작품을 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음을 전했다.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애정이 생기는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가정을 갖고 두 아이의 아빠, 나이를 먹고, 삶을 더 살다보니 그때 느끼지 못한 것을 더 느끼다보다 아빠로서 멋지게 활약하거나 세상을 구한 것도 아니지만 꼭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때 영화를 보고 감독에게 잘 봤다고 얘기했다. 역시나 하길 잘 한 것 같다.”

데뷔와 동시에 독보적인 캐릭터로 충무로에 입지를 확고히 한 배우 이범수의 색다른 면모로 진실하고 애절한 부성애를 담아낸 영화 ‘출국’은 오늘(14일)부터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장영준기자 joon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