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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동네사람들’ 이상엽, 결이 다른 악행

기사 등록 2018-11-0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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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5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린 이상엽.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뭔가 신기했다. 스크린에 제가 나온다는 게 너무 뜬금없지만 신기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로 돌아온 배우 이상엽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사람들’은 여고생이 실종되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의문의 마을에 새로 부임한 체육교사 기철(마동석 분)이 사건의 실마리를 쫓게 되는 스릴러다.

이상엽은 극중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훈훈한 외모와 수줍은 성격의 미술교사 지성 역을 맡았다. 그는 서화여고 최고의 아이돌이라고 할 만큼 가장 인기 많은 선생님이지만, 웃지 않는 경직된 얼굴과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수상한 행동을 이어간다.

앞서 이상엽은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이유범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유범유죄(이유범+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를 펼친 것. 전작에서 악역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미스터리한 인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망가려 했던 작품이에요. 이거까지 하면 다크해지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하면 안되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감독님께도 똑같이 말씀 드렸죠. ‘이 캐릭터 모르겠다, 어렵다, 자신없다’라고.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멍한 게 마음에 드셨는지 ‘내가 만들었지만 어려워. 같이 만들어보자’라고 하셨어요. 결과적으로 했다라는 게 기분 좋아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제가 36살인데 ‘신기해요’라고 이야기하는 게 민망하지만 관객들 만나고 이런 게 꿈에 그리던 일이었거든요.”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상엽은 ‘당신이 잠든 사이’ 종영 후 한 달 반 만에 ‘동네사람들’의 지성 역 제안을 받았다. 웃지 않는 경직된 얼굴, 여기에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의뭉스러움을 표현해야했기에 그는 지성을 어떻게 접근했을까.

“전에도 악역을 했고, 이상엽으로 되돌리는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지성을 만났어요. 오히려 도움을 받았죠. 어려웠던 건 표현의 한계가 있었어요. 표현을 하면 캐릭터가 더 넘어가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해외나 국내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분들의 스틸을 봤죠. 스틸을 보면 그 사람만의 기운이 있어요. 묘한 게 있더라고요. 또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어두운 내면을 가진 역할을 연달아 하다보면 이미지가 고착화되거나 캐릭터에서 벗어나오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상엽은 지성의 옷을 입었다. 촬영이 끝난 후 본래의 이상엽으로 돌아오기까지 뒤따르는 고충도 컸을 터.

“악역 쪽으로 이미지가 굳혀질거란 걱정은 안했어요. 상엽이가 걱정됐죠. 하하. 제가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선과 떨어진 역할을 하면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요. 이번에는 조금 더 오버에서 열심히 했어요. 혼자 표현하는 거라 약간 숨이 막혔고, 혼자 있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죠. 혼자 학교 운동장에 앉아있던 유진(김새론 분)에게 다가가 ‘무슨 일 있니?’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 싫었어요. 이 사람 접근 자체가 위험하잖아요. 또 맥없이 이야기하는 게 싫었어요. 제일 듣기 싫었던 게 ‘선생님’이라는 말이었죠. 특히 수연(신세휘 분)이가 ‘모르는 척 할게요 이사장님, 선생님’이라고 하는 장면도 악몽 같은 기억이에요.”

극 후반, 이상엽은 마동석과 몸싸움을 벌인다. 주먹뿐만 아니라 도구들이 오가는 격렬한 액션신이었기에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액션 장르에 능한 마동석과 호흡은 어땠을까.

“대본 볼 때는 감이 별로 안 왔어요. 당일, 동석이 형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죠. 실제로 연기할 때 무서웠고 공포스러웠어요. 하하. 찌르고 나서 겁먹은 표정을 지었는데 화가 나있는 마동석을 마주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표정이었을 거예요. ‘조금 더 했어도 됐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더 현실적이었어요. 그래서 진선규 형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동네사람들’에서 지성은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로 손꼽힌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외적은 물론, 내적인 다양한 것들로 지성을 나타냈어야 했다. 그러다 이상엽을 만나게 됐고 그의 눈빛에서 지성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 힘들었던 건 표정을 지을 수 없고 리액션을 할 수 없었던 점이에요. 유진이와 교내를 걸어가는 신 같은 경우, 살짝 미소만으로도 더 위험하게 해석될 수 있잖아요. 손에 물기를 닦는 신이 있는데 21 테이크를 찍으면서 멘탈이 붕괴됐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고 깊은 캐릭터구나를 느꼈죠. 그때부터 현장 가는 게 어렵고 불편했어요. 그때부터 감독님과 더 이야기를 나눴죠. ‘모르겠어요’가 정말 많았어요. 감독님이랑도 이거에 대한 아무 말 대잔치였죠. 하하. 한 가지를 가지고 며칠 이야기를 나누니까 캐릭터에 옷을 입힌 것 같아요.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동네사람들’과 지성을 통해 이상엽은 ‘성장’을 얻었다. 자칫하면 밋밋하고 같은 악역으로 그려낼 수 있었으나 그는 결이 다른 연기와 얼굴로 ‘이상엽표 악역’을 또 다르게 탄생시킨 것. 그의 매력은 역할에서 비춰지는 부분뿐만 아니다. 최근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의외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건 있어요. 공기가 어떠냐에 따라 저도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제가 공기를 좋게 만들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나 봐요. (웃음) 예능 나오면 아이들이 저보고 웃는 게 너무 재밌어요. ‘당잠사’ 끝나고 중간 없이 ‘동네사람들’에 나왔으면 ‘저런 거만 하네? 또 저거야?’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런닝맨’으로 희석시켜준 것 같아요. ‘톱스타 유백이’도 곧 방송되니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의 한수였죠.”

오늘(7일) 개봉된 ‘동네사람들’.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상엽은 인터뷰 마지막, ‘동네사람들’을 봐야하는 이유로 “당연할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은 영화”라고 말했다.

“많이 봤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닌 영화예요.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확신이 찼죠. 처음부터 제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다른 역할들도 잘 다져놓고 조합해놓은 느낌이죠. 그런 재미로 보셨으면 해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