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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미성년’, 김윤석 감독 “저 원래 섬세한 거 모르셨어요?”

기사 등록 2019-04-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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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석 감독이 영화 '미성년'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쇼박스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이 ‘믿고 보는 감독’의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김윤석이 영화 ‘미성년’을 통해 감독 데뷔 소식을 알리며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윤석 감독은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이후 사건에 대처하는 아이와 어른의 시각을 통해 자극적이고 전형적이지 않은 스토리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김윤석은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까지도 감독 데뷔를 실감 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아직까지도 실감은 안 나요. 영화 시사회를 하고 이렇게 감독으로서 인터뷰를 받으니까 이제 조금씩 ‘내가 진짜 감독으로 데뷔를 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요. 배우였을 때보다 감독으로 작품에 임했을 때 부담감이 열배예요. 특히 기자간담회 할 때 신인 배우 두 분이 많이 떨었는데 그런 모습까지도 제가 다 신경 쓰이고 불안해지더라고요. 그것이 감독의 마음인 것 같아요.”

영화 ‘남한산성’, ‘1987’, ‘암수 살인’까지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며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김윤석은 돌연 감독 데뷔 소식을 전해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대중 분들이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감독 데뷔는 제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작품이에요. 2014년 12월 부터였으니까 이제 거의 4년 반이 돼가네요. 감독 데뷔는 계속해서 제가 갖고 있던 꿈이에요. 사실은 ‘검은사제들’, ‘극비수사’, ‘1987’ 촬영 중에도 시나리오 작업은 계속 되고 있었어요. 하정우가 영화 감독으로 먼저 데뷔를 했잖아요. 감독 준비하면서 정우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왜’ 이 시기에 감독 데뷔를 했냐 라기보다는 준비된 시기에 맞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미성년’은 화려하고 강렬한 스토리라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가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김윤석에게 ‘섬세한 남자’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그는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저 원래 섬세한 거 모르셨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저를 아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김윤석답다 라고 말하실 거예요. 원래부터 드라마 장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대중 분들에게 배우 김윤석이라는 이미지는 강렬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제가 출연했던 캐릭터가 다 강하고 강한 인물이었잖아요. 그 잔상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인물이 끌고가는 드라마 장르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 영화들은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 감독 데뷔 작품으로 드라마 장르를 하자는 생각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 김윤석 감독이 영화 '미성년'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쇼박스
‘미성년’에는 베테랑 배우 염정아, 김소진과 신인 배우 김혜준, 박세진이 출연해 극의 흥미를 더했다. 김윤석은 ‘미성년’의 무기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배우’를 꼽았다.

“‘미성년’의 무기는 배우예요. 등장인물의 직업은 형사도 아니고 히어로도 아니에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죠. 그래서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야만 했어요. 배우 네 분이 너무 잘해주셨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니까 기대감이 컸는데 그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어요.”

그는 염정아와 김소진의 병원 신을 가장 좋아했다. 염정아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김소진의 깊은 눈빛 연기는 명불허전 김윤석에게도 깊은 감동을 안겼다.

“스태프 분들도 모두 같은 말을 할 거예요. 그 병원 신 촬영 때는 아무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정말 제가 무한 애정 하는 신이에요. 그 둘은 대원이라는 인물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인물들이잖아요. 그런데 둘은 결국 교감을 합니다. 쉽지 않은 연기임에도 훌륭하게 해낸 두 배우에게 너무 감사했어요. 그 순간 그 장면을 지켜보는 스태프들도 전율을 느꼈을 거예요.”

김윤석은 ‘미성년’의 주리와 윤아의 캐스팅을 오디션을 통해 진행했다. 그는 서툴더라도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원석 같은 배우를 원했다.

“캐스팅 오디션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훌륭한 아역 배우 분들도 많이 있지만 저는 잔상이 없는 완전 새로운 얼굴을 원했어요. 신인 배우를 발굴하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았어요.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뛰어난 자질을 가진 많은 배우 분들을 만났어요. 저는 좀 서툴더라도 뭔가를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부족한 부분은 같이 만들어 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혜준, 세진이와 두 달 정도 연습을 함께 했어요. 감독과 배우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선배와 후배의 느낌으로 다가갔어요. 연습이 끝나면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그렇게 어색함이 사라지니까 두 배우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런 부분들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 김윤석 감독이 영화 '미성년'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쇼박스
아무리 내로라하는 배우 김윤석일지라도 감독 데뷔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제가 집중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 시나리오가 내가 정말 할 만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어요. 솔직히 불륜이라는 소재는 흔하잖아요. 투자를 받을 때도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가끔은 내가 과욕을 부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긴 하지만 조금씩 욕심난다는 김윤석. 벌써부터 차기작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의 눈빛은 갓 데뷔한 신인같이 또랑또랑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 한다고 하잖아요.(웃음) 저는 대중들이 영화를 보고 ‘정말 개성 있는 작품이 나왔다’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활동은 계속 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차기작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드라마와 연기위주의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들을 담는 것이 여전히 좋아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