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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설경구 “‘생일’은 손 한번 잡아주는 영화”

기사 등록 2019-04-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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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설경구가 '생일'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소원’부터 ‘우상’까지 가슴 아픈 부성애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설경구가 이번에는 ‘세월호 피해자’의 아버지로 극장가를 찾아왔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설경구는 극 중 가족에 대해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우상’과 ‘생일’의 촬영기간이 겹쳤지만 설경구는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까지 출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의무감과 사명감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생일’이라는 시나리오가 우선 좋았어요. 담백한데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내용이었죠.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툭툭 던지는 것들이 칼처럼 들어왔어요. 확대해보면 유가족 분들이 이웃이라고 느껴졌어요. 정일이라는 캐릭터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어요. ‘소원’이나 ‘우상’같은 경우는 피해자의 아버지지만 당사자라는 느낌이 컸는데 ‘생일’의 정일은 그렇지 않았어요. 정일이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은 정일을 등을 타고 유가족분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그 의미가 정말 와 닿았어요.”

30분의 롱테이크 신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생일 모임’ 장면. 그만큼 이 장면은 설경구에게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사실은 생일 모임을 유튜브를 통해서 찾아봤어요. 감독님도 똑같이 세팅을 하는 것을 원하셨어요. 그 장면에서 오는 슬픔은 제가 계산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단지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생일 모임 가기 전에 순남이에게 생일모임 가자면서 ‘수호가 올 수 있잖아’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또 저는 진짜 수호가 왔다고 생각되기도 했고요. ‘아빠가 오셨나요’ 라는 시를 읽는 촬영을 할 때 역시 정말 수호가 왔다고 느껴졌어요.”

‘생일’의 몇 장면은 유가족들이 실제로 겪었던 사연을 바탕으로 각색됐다. 설경구도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한참을 생각에 빠졌다고 한다.

“실제 유가족 분들이 겪은 몇 개의 사례들을 영화 속에 넣었다고 들었어요. 아무도 없는 신발장 센서가 자꾸 깜박이는 것과 공항 출입국장에서 아이 여권에 도장을 받는 장면이 실제 사례라는 것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출입국장 신은 촬영하고 나서도 한 동안 계속 오통곡할 정도로 슬펐어요.”

▲ 배우 설경구가 '생일'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생일’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이 담겨 있었다. 설 배우는 이 중 어떤 시선에 대해서도 섣불리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감독님이 ‘세월호’에 관심이 많고 실제 그 유가족분들과 함께 지내시기도 하셔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처음에는 이웃들이 유가족 분들하고 같이 슬퍼했지만 나중에는 그 분들이랑 안 싸운 이웃이 없을 정도로 갈등 문제가 깊었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아직도 울어 줘야해?’,‘언제까지 그래야해?’라는 입장도 실제로 감독님이 들은 . 감독님은 그 모든 시선 중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런 부분까지 영화 속에 다 담으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18년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설경구. 그가 시나리오를 받고 이 감독에게 했던 첫 질문은 “혹시 도연이에게 시나리오 줬나요?” 였다.

“처음에 제가 질문을 했을 때 도연이가 고사했다고 들었어요. 이유는 잘 기억 안나지만 복합적인 이유였던 것 같아요. 저는 도연이가 안하겠다는 말을 듣고 정말 좌절했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한테 계속 한번 더 잡아보라고 부추겼어요. 며칠 지나니까 한다고 해서 정말 기뻤죠. 도연이는 18년만에 만났는데 하나도 안변했더라고요. 나이도 안 먹은 것 같고 에너지도 똑같았어요. 근데 굉장히 깊어진 것 같아요. 도사님이 된 것 같아요(웃음)”

설경구는 완성된 영화를 집에서 처음 보는 내내 이종언 감독의 “위로하는데 시기가 중요한가요”라는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아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영화를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는 ‘생일’을 처음에 집에서 봤는데 너무 슬퍼서 계속 끊으면서 봤어요. 특히 생일 모임 신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당시에 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은 몰입을 느꼈어요. 그 순간이 너무 고마웠어요. 30분 동안 롱테이크로 가다보니까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근데 그게 롱테이크다 보니까 카메라가 누구를 찍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어요. 제가 놀란 부분은 거기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도 있었는데 매 촬영 때마다 너무 슬프다며 통곡을 하더라고요. 그 촬영 현장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배우 설경구가 '생일'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씨제스엔터테인먼트
4월 16일 설경구가 처음 TV에서 본 보도는 ‘전원 생존’이었다. 그 이후로 정신 없이 바뀌던 보도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그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좋은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 벌어진 일 아닐까요. 좋은 어른이라는 개념이 참 어렵기는 해요.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말한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닌걸요. 유가족 분들이 느낀 고통은 그 누구도 느껴보지 못할 고통이겠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제가 전에 유가족 시사회를 갔을 때 사실은 무게감이 어마어마 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유가족 분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사실 아직까지도 저에게 고맙다고 하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세월호’를 소재로 한 만큼,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당하지 못할 슬픔이 두려워서 영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설경구에게 ‘생일’은 마냥 아프기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생일’은 손 한번 잡아주는 영화예요. 영화를 보고나서 허하다는 느낌을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게 연기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사실 찍으면서 오히려 굉장히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 반대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요. 그런데 저는 잊히는 것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생일’이라는 영화가 물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프레임 안에 넣는 스토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작은 위로 한마디를 해주는 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