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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윤하 "산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기사 등록 2019-07-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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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윤하가 미니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을 발매했다/C9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산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의 생각이나 좋아했던 것들이 바뀌기도 하니까요.”

최근 본지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1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한 가수 윤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윤하는 4번째 미니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과 타이틀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을 발표하고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 미니 앨범 이름은 '스테이블 마인드셋' 이예요. 전체적으로 잔잔한 곡들로 구성됐죠. 어쿠스틱한 노래들이 많아요. 사운드 적으로는 피아노곡이 많고요. 주제는 사계절에 관한 내용을 담았어요. 날씨, 비를 언급한 가사들이 많아요. 지금 이 계절에 들으면 좋을 가사들이죠. 그래서 발매를 하게 됐어요. 다음 연작과 이어질 수 있는 첫 작품이에요. 다음 작품은 겨울을 예상하고 있어요."

새 앨범의 콘셉트를 ‘계절’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계절을 콘셉트로 한 발라드 곡으로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작업 방식도 달리 해봤었는데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블라인드 식으로 곡을 받다가 이 곡을 만나게 됐어요. 발라드지만 식상하지 않고 제게 잘 어울린다는 만장일치로 정해졌어요. 네 곡을 수록하기로 하고 나서 제 곡을 하나 더 만들게 됐어요. 네 곡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운을 줄 수 있는 트랙이 필요했죠. 겨울에 미니앨범 연작을 생각하고 발매하게 됐어요.”

윤하의 음악적 변화에 당혹해하는 팬들을 보면서 고민하던 중 이번 앨범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앨범 준비하면서 프로듀서, 작곡가분들도 만나고 아트웍도 신경쓰고 인쇄소까지 찾아갈 만큼 하나하나 신경을 썼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셨던 포인트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집 앨범을 하면서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수용해주시는 팬들을 보면서 이 분들에겐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하면 상호간에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곡을 만나게 됐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보컬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윤하는 그 어느 때보다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보컬적인 역량을 끌어 올리려 했어요. 본연의 보컬 트레이닝을 오랫동안 했고요. 몸을 아껴야 해서 밤에도 일찍 잤어요. 작업실을 구해서 출퇴근 하는 식으로 운동선수처럼 살았죠. 체력적인 부분을 신경 썼어요. 5집 앨범은 보컬적인 부분에서 다른 것을 시도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예전에는 좀 더 쉽게 불렀던 키를 여러 번 부를 수 있었던 컨디션이었는데 이번에는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걸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의 깊이를 채우고 공연까지 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윤하는 끊임 없이 치고 올라오는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다고.

"트렌디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제가 호기심이 엄청 많아요. 새로운 걸 보면 끝까지 봐야 성미가 풀리는 성격인데,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게 됐어요. 지난 번과 많이 바뀌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쭉 해보고 나니까 제 차별점에 대해 느낄 수 있게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들을 다 버리고 그쪽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그 쪽에서는 발전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저까지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지금의 윤하를 만들어 준 것은 ‘과거’의 경험들이었다. 지난날의 수많은 시도들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산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 생각이나 좋아했던 것들이 바뀌기도 하죠. 앨범명을 이렇게 정한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많이 흔들려야 중심을 잡을 수 있어요. 요가 한 동작을 하더라도 많이 넘어져봐야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이것저것 시도 했던 지난날들이 지금의 저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죠. 지난 과정에서 많이 흔들렸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생각하면 아닐 수도 있지만 예전의 저, 지금의 저 모두 제 자신인걸요. 앨범 전반적인 곡들을 보면 화자가 불안해하고 뭔가에 흔들리고 있어요. 과거에 대한 집착이든 상대에 대한 집착이든 역설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은 네 곡을 제외한 단 한 곡만 자작곡으로 수록됐다. 주로 창작을 하던 윤하가 타인의 곡을 부르는 것에 대해 그는 창작자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게 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라는 죄책감이 들었죠. '어떻게 남이 나를 잘 알겠어?'라고 떠넘기는 느낌도 들었고요. 좀 더 귀를 열게 된 것 같아요. 5집 앨범이 제 시야를 넓혀준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타인의 귀를 열게 한 앨범이에요. 창작자로서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보컬리스트로서의 전 15년이 다 돼 가요. 도전의식 같은 거죠."

▲ 가수 윤하가 미니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을 발매했다/C9엔터테인먼트
대중들은 윤하에 대해 노래하면서 손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이번 앨범 역시 손 악기를 놓지 않으면서도 보컬적인 부분을 살리려 했다고.

"손 악기를 사용하면서 노래하는 제 모습이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윤하가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리 화려한 편곡이라도 목소리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덜어내기도 했어요. 지난 앨범과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자기 최면일 수도 있어요. ‘어딘가는 분명히 다르겠지’ 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목소리도 거의 임팩트 없이 춤도 최소화해서 그 부분을 살리려 했죠. 소극장 공연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악기가 피아노 기타로 두 개로만 구성했어요. 앨범부터 공연까지 최대한 목소리가 중점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윤하의 새 앨범을 처음 들은 주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단다.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이번 앨범을 들려줬어요. 제 동생은 객관성 없이 무조건 칭찬만 하거든요.(웃음)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동료들은 춤까지 추면서 좋아했어요. 제게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하다 보니 편하더라고요. 입고 싶던 옷이랑 다를 수 있지만 내 옷에 잘 맞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죠."

10대부터 30대까지 음악 인생을 걸어온 윤하.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봤다.

"계속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제가 진정으로 원한다고 생각했던 음악을 막상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자기 자신이 뭘 하는지 찾기 위해 하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10대, 20대, 30대로 나누자면 10대는 제가 원하는 게 뚜렷했어요. 20대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은 실체가 있나 싶어요. 포기와는 다른 개념 인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게 실체가 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만이 완벽한 세계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에요.. 두렵고 멋쩍어도 조금씩 믹스를 해 나가다보면 ‘아 이 그림이었지’ 싶은 거죠. 이번 앨범은 제가 처음에 의도한 것과는 많이 다르기에 의도를 어디에 둘지 고민도 했어요. 결과물은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윤하는 예민한 자신의 성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음악 작업 외에 차분한 느낌의 취미를 갖게 됐다.

"첫 번째는 음반이 잘 되는 게 목표에요. 두 번째는 취미 부자가 되는 거에요. 제가 성격이 예민한 편이에요. 그래서 취미를 통해 이 성격을 중화시켜보려 하고 있어요, 꽃꽂이를 배우고, 양초공예 원데이 클래스도 몇 군데 다니고 있고요. 완성되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게 기쁘더라고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었죠. 만들다가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30대 윤하가 바라보는 10대의 윤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모든 과정이 자신을 만든 것 같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과거 모습을 가끔 찾아봐요. 몇 년 전 까지는 창피해서 안 봤는데 요새는 보니까 귀엽더라고요.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달리는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어요. 제가 만약 타인의 시선으로 저를 봤어도 열심히 하지만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의 제게는 없는 모습이라 동경하기도 해요. 왜 팬 분들이 그렇게 관심을 주셨는지 포인트를 알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과정들이 저를 만들었구나 싶어요."

윤하의 대표곡으로는 아직까지도 ‘비밀번호 486’이 손꼽힌다. 그는 이 곡이 자신의 곡이 아닌 대중들의 곡이라고 말했다.

"'비밀번호 486'은 언제까지 불러야 하나 싶었어요. 커피숍에 갔을 때 누군가가 알아보시고 말을 거시는데 '비밀번호 486' 노래 듣고 영향 받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 노래가 아니라 여러분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분들의 각자의 인생에 제 노래가 들어갔으면 좋을 것 같아요."

윤하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기다리다'를 꼽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기다리다'에요, 아직까지도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정말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첫 자작곡이나 다름없어요. ‘순수’라는 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리는 거라 생각해요. 요즘에는 따지게 되더라고요.“

‘천재소녀’ 수식어를 거머쥐며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윤하는 어느 덧 서른을 넘긴 15년차 가수가 됐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가 들려줄 다음 음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대중분들이 '내가 알던 윤하가 돌아왔네'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아마 그렇게 생각해주시지 않을까요? 목표가 있다면 차트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는 거예요.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앨범으로써 오랫동안 사랑 받고 싶어요."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