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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지코 "내 노래 듣는건 내가 아닌 타인, 만족감 주고싶다"

기사 등록 2019-11-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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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지코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화려하고 거칠었던 지코의 모습보단, 인간 우지호를 느낄 수 있는 결이 묻어있다. 데뷔 8년만에 내놓은 첫 정규 앨범에서 그는, 무의식 밑바닥에 있는 외로움, 쓸쓸함, 불안함을 이야기한다.

지난 8일 첫 정규 앨범 '띵킹 파트2(THINKING Part2)'는 9월에 발표한 '띵킹 파트1'(THINKING Part1)’과 연작이다.

지코는 공식적인 첫 정규 앨범을 내놓으며 "음악인생에 새로운 변환점이 될 것 같다"며 설렘과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지코는 올해 블락비 전속계약이 만료되자 기존 소속사에서 나와 KOZ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아티스트에 머물러있던 역량은 이제 한 회사의 대표로 번져 발휘되고 있다. 대표란 직함을 얻고난 후,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교차되는 요즘이다.

"제가 하는 일에 역할, 비중에서 많은 차이가 생기진 않았지만 회사 경영까지 더불어 해야하니 책임감이 크게 따르는 것 같아요. 또 금액적인 조율, 예산들을 다 제가 짜야하니까 힘든 부분이 있어요. 아직은 작품의 퀄리티를 따지려고 해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요.(웃음) 예전엔 항상 무리를 했었죠."

지코의 독립은 업계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코는 블락비 음반을 프로듀싱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 음반 프로듀싱은 물론, 다양하게 피처링 활동을 하며 음악적인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그렇게 활동영역을 넓혀가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듀싱을 넘어 제작 쪽에 흥미가 생겼어요. 계약만기가 되는 시점부턴 스스로 가지고 있던 꿈을 실천해보고 싶단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요. 편한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건 그런 길이 아니었어요. 또 저의 재능과 한계에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는 가을이란 계절과 어울리는 쓸쓸함이 깔려있다. 지코는 보통 타이틀곡과 주제를 정한 후 작업하지만, 이번 곡은 반주와 멜로디 먼저 나왔다고. 주제 역시 특별한 감정이 아닌, 일상 속에서 흘러가는 '남겨진'이란 감정을 확대시켰다.

"'남겨진'이란 단어부터 시작됐어요. 주제가 먼저 나오지 않고 반주와 멜로디가 먼저 초안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주제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집 앞 공원에서 이어폰 꽂고 산책하고 있는데 밤에 되자 혼자 남았죠. 사람이 없는게 아닌, 다 떠나고 혼자 남겨졌단 느낌이 들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자연스레 남겨짐이란 주제를 펼쳤어요. 그리고 남겨짐이 연상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은 확실히 지금까지 들려줬던 지코의 음악과는 차이점이 있다. 그 때의 지코와 지금의 지코의 음악을 직접 들었다.

"다르다는 걸 보여줄 계산된 전략이나 의도는 아니었어요. 지코로 활동할 때는 자유분방한 모습, 캐주얼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많이 부각이 됐었죠. 이번 앨범은 제 안에 그런 캐릭터도 있지만 2019년에 결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달라진 결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솟구치는 감정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제가 무심코 건너뛰었던 감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생겼어요. 예를 들면 그게 쓸쓸함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무력감,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것들, 전보다는 감성적인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타인이 아닌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대놓고 신나는 노래들, 들뜨게 할 수 있는 노래를 주로 만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잘 안풀리더라고요. 그 이유를 짚었더니 지금의 제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신나는 척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내면은 무표정인데 억지로 재기발랄한 표정과 행동을 하는게 너무 부자연스럽게 생각해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배우 배종옥이 출연했다. 배종옥과 지코의 만남은 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뮤직비디오 기획을 할 때 제가 나오거나 남녀 주인공으로 간다면, 보통의 클리셰적인 것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새로운 해석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배종옥 선배님의 이미지가 떠올랐죠. 그 분의 표정만으로도, 부가적인 설명 없이 남겨진 감정을 충분히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이돌로 시작해 지금은 힙합신에서 누구보다 능력을 인정받는 래퍼이자 프로듀서다. 이 시선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지코'란 한 사람이다. 지코는 아이돌일까, 아티스트일까.

"스스로 구분하지 않아요. 타인이 제게 갖는 시선이나 편견들을 제가 허물고 싶지도 않고요. 사실 편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극과 극을 달리는 이 시선들은 저를 묘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바라보든 전 상관없어요. 아티스트로 봐주셔도 되고 아이돌로 봐주셔도 됩니다."

신곡을 냈다하면 차트인과 각종 행사 러브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지코. 잘하는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는 어떻게 조율할까.

"이제 잘하는 것에 대해 욕심은 없어요. 새로운 걸 들어줬으면 하는게 있죠. 들어주고 끄덕여줬으면 해요. 제가 원하는 음악이지만, 사람들이 듣고 찾아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평소에 제가 제 노래를 들으며 살진 않거든요. 제 음악을 듣는건 타인이니까요. 타인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 경험을 즐겨하는 지코에게 연기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지코는 연기만큼은 스스로 과대평가하지 않으려한다고. 앞으로 지코의 정극 연기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제안은 꾸준히 들어와요. 하지만 전 사람이 지혜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제가 여기서 주제도 모르고 도전한다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 사람이 자기에 대한 믿음이 너무 과해도 안되거든요. 자신감과 불산을 균형있게 유지 중입니다.(웃음) 전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연기자들에 대한 리스펙이 남달라요. 그게 제 안에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연기영역은 감히 건드리려 하지 않습니다."

연기하는 지코 모습은 보기 힘들겠지만,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다가갈 계획 중이다. 지코는 "이미 브이로그도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전엔 방송 출연도 많이 안하고 홍보도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음반을 내면 내는 걸로만족하고 활동을 접었고요. 회사를 차리고 보니 소통의 부재를 조금 채워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브이로그도 하고 있습니다. 팬들은 저의 일상을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보고싶어하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많은 한국 가수들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코는 해외활동 보다는 국내에서 자신의 음악을 전하는 걸 우선순위로 뒀다.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 제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역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어요. 그래도 한국 분들에게 더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제가 잘 다룰 수 있는 언어가 한글이잖아요. 외국 무대를 넓히면 한글로 저의 의도로 전달하기엔 어려움이 있죠. 저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필드에서 먼저 최대치로 발휘한 다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코에게 올해의 목표를 물었다. 인생의 전환포인트를 맞은 만큼 거대한 포부가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인간 우지호를 짐작할 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려하지 않아요. 목표를 세워두고 실천하는 걸 삶의 목표로 살아왔는데 해롭더라고요.(웃음)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미치지 못하면 자괴감이 들어서요. 눈 앞에 놓여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주어진 걸 해나가겠습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