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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이병헌 “‘남산의 부장들’, 직장인들 공감할 수 있을 것”

기사 등록 2020-01-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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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병헌/사진 = 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배우 이병헌이 실존 인물을 재구성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설 극장가를 찾는다.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그는 대사 한 줄, 지문 한 줄 마저 모두 씹어먹는 천재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본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이병헌은 극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로서 언제나 박통(이성민)의 곁을 지키는 인물.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원작 소설은 읽었나.

"봤다고 이야기했는데, 안 봤더라. (웃음) 다른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3~4권의 책을 받았는데 그 중 2가지 책을 읽었다. 비교적 얇은 책이었다. 내가 착각했던 것 같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큼 정치색이 담긴 영화라는 논란이 일 수도 있을 법한데, 작품 선택할 때 걱정은 없었나.

"처음 제안 받았을 때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다. 영화를 결정할 때 그 이야기를 보고, 그 안에서 내가 연기할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다는 걸 배우로서의 판단으로 결정한다. 온전히 이야기의 힘과 예민하고 디테일한 감정, 심리묘사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됐다 만약에 이 시나리오가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려고 하고, 누군가를 영웅화시키는 이야기였다면 고사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서 그 때 그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감정과 서로간의 관계와 심리는 어땠을까? 하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알고 있는 유명한 사건의 결과와 과정도 뻔히 아는 상태에서 영화화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매력이 클지도 생각해봤다. 이 이야기를 갖고 만든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과의 차별점은 그 사람들의 감정을 갖고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김규평을 연기한 입장에서 그는 박통을 어떤 감정으로 바라본다고 해석했나.

"여러 가지 자료와 증언들을 종합해봤을 때 그 시절 실존 인물이 갖고 있던 마음은 '존경'이라고 생각한다. 충성은 기본 베이스다. 김규평은 자기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자제하는 캐릭터이지만, 어떤 경우엔 자기가 해야 하는 말만 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의 관계는 아주 특수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흔히 직장에서 느껴지는 일반적인 감정을 대입시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충성 경쟁이 생소해보이진 않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40일 전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다. 17~18년 이상의 전체적 스토리까지 영화에 삽입했다면 어땠을까.

"이 영화가 만약 17~18년 동안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고 감정 이입이 잘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건이 있기 40일 전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다. 이미 변할 대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부터 나타난다. 그런 지점이 아쉽기다. 사건 발생 40일 전의 이야기라는 게 솔깃할 수 있다. 그 긴 시간을 보여줬다면 변질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희준 배우도 곽실장에 대한 자료 조사도 했을 것이다. 그 이전에 감독님도 실제 자료들과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아마도 이희준 배우가 연기한 곽실장도 자료들과 증언들을 토대로 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김부장 인물이 그날 그런 일을 한 것이 역사적으로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건지 욱하는 성질 때문이었을까. 역사적으로 미스터리라면 영화 안에서도 미스터리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은 작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촬영에 들어가서도 그 부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 배우 이병헌/사진 = 쇼박스 제공
-지금껏 10.26 사건을 다뤘던 다수의 작품들은 상황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김재규가 그렇게 된 상황을 따라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절제된 감정의 흐름을 잡기 위해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유독 말이 적고, 상대방의 액션 혹은 대화에 대해서 감정 잘 드러내지 않고 누르고 자제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클로즈업이 그 인물에게는 중요했을 것 같다. 느와르 장르 자체가 클로즈업이 많긴 하다. 클로즈업을 연기할 때 자치 잘못하면 관객들이 거북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정말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직접 사람을 앞에 대고 대할 때보다 감정 조절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감정만 잘 가지고 있다면 고스란히 그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될 거라고 믿는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불안하기는 하다. 현장의 모니터는 작다. 현장의 모니터로 봤을 때 아무 표정도 아닌 것 같은데, 큰 스크린에선 관객들에게 이 감정 상태가 보여질까 싶었다. 배우는 들켜야 하는 직업이다. 들키지 않으면 내가 무슨 연기를 했는지 어떻게 아는가.”

-들키는 직업이란 무슨 의미인가.

"너무 주관적으로 연기를 해버리면 관객과의 소통이 어렵다. 이입이 되게 하려면 조금씩 그 감정들을 들켜줘야 감정을 따라간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가 들켜야 한다는 건 관객이 감정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작품을 하면 그 안에 들어가서 몇 개월 같이 하기 때문에 그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의 객관성을 잃어버린다. 내 배우 인생에서 어떤 지점이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된다.”

-극중 김규평이 곽상천의 멱살을 잡으며 다투는 장면에서 다혈질적인 성격을 보이는데, 이해가 갔나.

"담배곽을 구기면서 화를 억누르는 장면이 있다. 이상할 정도로 다혈질적이다. 화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가발전하는 사람들같은 뉘앙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인물을 가깝게 가기 위해 여러가지 봤던 자료, 증언들, 다리 건너 그때 당시에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했다. 약간 다혈질적인 성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걸 토대로 시나리오를 감독님이 쓰셨던 것 같다.”

-곽실장이 김규평을 물 먹인 장면도 있지만, 박통도 그를 의도적으로 따돌리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김부장을 연기한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감독님의 생각을 들었던 게 많았다. 용인술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다. 17~18년 세월을 보여준다면 그런 장면들도 안타까워하면서 보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변혀 있는 지점을 극대화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부각시켜서 보이지 않았나 싶다.”

-액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합이 있는 액션이면 안전하게 서로 연습해서 하는데,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엉망진창이었다. 미리 머릿속으로 준비하고 갈 수 없었던 상태다. 현장에서 어떻게 하나 보자 싶더라. 현장 상황에 맡겨보는 씬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애드리브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픽션 영화의 경우에는 작가가 창조한 것 외에도 내가 나름대로 창조하는 부분들이 있다. 이번 영화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근 현대사에 가장 큰 사건이기도 했고, 실존 인물이 나온다. 내 개인적인 생각과 애드리브를 하면서 자유롭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반대로 왜곡시키지 않기 위해 타협해야 해야 했던 작품이다. 너무 자제하는 감정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됐다. 내가 보고 겪은 걸 했다면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자료와 증언으로 실존인물을 형상화 하는 게 어려웠다."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의 연극의 장면을 보듯 ‘원 씬 원 컷’의 느낌이 들게 한 것 같다. 촬영하면서 어땠나.

"컷트 컷트가 이어서 후반 작업에서는 원 카트로 만든 것이다. 카메라 워크가 굉장히 힘들었다. 카메라 워킹만 반나절을 연습했다. 큰 기계가 나와서 올라갔다가 하면서 찍었다. NG가 상당히 많이 났다. 뒤로 돌아갔을 때 크게 근현대사를 헤치지 않는다면 영화적으로 풍요로워질 것 같았다. 주관과 객관이 왔다갔다 하는 시점 하나가 차 안에서 피에 젖은 양말을 만지다가 내 손에 묻는 피를 보는 순간에 또 다른 감정으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설을 앞두고 다양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영화 개봉 시점은 쇼박스가 정한다. 배우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부분이다. 왜 하필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가 개봉하는 그 날일까. (웃음) 의도한 개봉시기는 아닌 것 같다. 작년에 개봉하나 싶었는데 겨울엔 ‘백두산’도 있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정들이 있었다.”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