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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이성민 “내 인생이 이렇게 풀릴 줄 몰랐죠”

기사 등록 2020-01-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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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성민/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배우 이성민이 설 극장가에 180도 다른 두 장르의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 이하 ‘미스터주’),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본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성민과 유쾌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미스터 주’에서 이성민은 극중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 역을 맡았다.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펼쳐진다.

코미디 가족영화 ‘미스터 주’에선 능청스럽고 코믹 연기를, ‘남산의 부장들’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놀라운 싱크로율로 재현하며 극과 극의 연기를 선보인다.

"피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죠. 다 잘 되면 좋겠어요. 타겟으로 하는 연령대도 달라요. ‘미스터 주’는 12세 관람가라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좋을 거예요. ‘남산의 부장들’은 연세 많으신 분들이 그 당시의 정서를 아니까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아요."

인간과 동물이 연기하는 작업은 ‘미스터 주’를 통해 처음 하게 됐다고.

"‘미스터 주’ 같은 영화를 많이 접했지만, 사람과 동물이 연기하는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었죠. 최근 채널 CGV에서 토끼와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봤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를 못 만나봤는데,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서 ‘미스터 주’를 선택하게 됐어요.”

‘남산의 부장들’을 선택한 이유는 박정희 역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역대급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마약왕’(2018) 때 하기로 결정됐어요. 그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덥석 물었죠. 배우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워낙 비슷한 얼굴을 가진 분들이 연기하셨잖아요. 외형부터 동작, 제스처, 걸음걸이 등 하나부터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완전히 내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비슷하게 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미스터 주’를 코미디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성민. 그는 ‘미스터 주’를 ‘휴먼 가족 영화’로 소개했다.

"우리는 코미디라는 생각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휴먼이 어울리는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죠. 무겁지 않고 경쾌해요. 코미디로 생각하고 찍었으면 감독님이 그렇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지 않았을 거예요. 코미디로만 만들었다면 알리가 욕을 하고 다녔겠죠. 휴먼 코미디 가족영화라고 보는 게 나은 것 같네요. 촬영할 때 '똥'이라는 단어 나올 때 아이들이 보는 영화란 걸 알았어요. 코미디 영화로만 만들었다면 그렇게 풀지 않았을 거예요. 성인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넣었어요."

▲ 배우 이성민/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강아지와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는 이성민은 알리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잘 못 만졌어요. 특히 강아지에게 먹이 주는 걸 못 했어요. ‘목격자들’ 때도 집에 강아지가 있는 상황이라 힘들었어요. 어떻게 촬영되는지도 몰랐고요. 당시 알리 이름은 인구였어요. 지금은 개명했고요. 시간이 필요했어요. 애견 카페에서 처음 만났는데, 흥분해서 침 질질 흘리고 다니더라고요. 알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죠. 놀이 공원에서 알리가 저한테 달려드는 것을 찍을 때 저를 막 핥는 게 있어요. 얼굴에 참치 기름같은 걸 바르고 찍었어요. 큰 개보다 작은 개가 더 안전한 것 같아요. 어릴 때 세퍼드 두마리와 콜리 한마리를 키웠어요. 나이가 들어서 변한 것 같아요. 그 때는 쥐도 안 징그러워했어요. 영화를 찍고 나서 변했어요.”

‘미스터 주’에서 알리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는 알리가 정말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에 사진 촬영하고 인터뷰 하면서 만났는데, 저를 못 알아봤어요. 진짜 개 자체가 똑똑하고 용맹하다. 대역 개가 출연한 적 있었는데, 주저앉더라고요. 알리랑 연기하면서 제가 소리를 지르잖아요.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것에 대한 보상을 못 해준 것 같아서 미안해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귀 분장까지 하며 박정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한국영화에서 흔하지 않아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길 원했죠. 처음에 감독님과 분장 이야기는 안 했어요. 감독님과 고민하며 시도했는데, 비슷한 느낌이 났어요. 기술이 좋아졌어요. 2시간이 걸렸어요. 외형만 다른 게 아니라, 걸음걸이도 많이 흉내냈어요. 여러 영상 자료를 봤죠. 그런 걸 해야 그 캐릭터가 완성이 될 것 같았어요. 거기에 나오는 걸음걸이나 동작은 그 분의 방식대로 했어요.”

‘남산의 부장들’이 실제 역사를 다룬 사건인 만큼 일각에선 정치 색이 강한 영화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뛰어넘어야 했다.

"어차피 그 시대의 이야기니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어요. 뛰어 넘어야 해요. 두 번 봤는데, 이 영화는 정치 영화가 아니라 욕망에 대한 영화에요. 불안정하게 쌓아올린 모래성 위에 있는 권력자들이 가진 불안함이 이 영화의 이야기에요. 저도 그렇고 규평(이병헌), 곽상천(이희준) 다 불안해해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잖아요. 정치적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많이 어필하진 않고 베이스만 깔고 갔죠. 어떤 결정을 하거나 사건에 대해 나올 땐 감독님이 바스트를 안 쓰고 후면을 썼어요. ‘계엄령 선포’할 때도 뒤통수만 찍어요. 정치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다른 차원으로 봐도 영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단지 그 시대의 공기와 분위기는 나이 드신 분들이 체감할 것이고 박통이란 캐릭터가 어느 정도였는지 젊은 세대보다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고요.”

‘미스터 주’는 주태주가 원맨쇼로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알리와의 ‘투맨쇼’라며 알리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보였다.

"낯선 작업이었죠. ‘로봇, 소리’(2016)에서도 했는데, 깡통을 펴놓고 연기했어요. 강아지는 어디로 튈 줄 모르니까 긴장하면서 연기했어요. 강아지의 행동에 맞게 즉흥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CG의 경우 메이킹에서 봤지 직접 한 건 처음이었어요.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됐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완성된 걸 보니 너무 신기했어요. 원맨쇼로 보이는 이유가 알리와 제가 주인공이라서에요. 실제로는 알리와 저의 투맨쇼에요. 알리가 대단한 연기를 했어요. 상을 준다면 알리에게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어요. 알리가 너무 잘해줘서 고마워요."

▲ 배우 이성민/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그렇다면 다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사람이나 강아지랑 다른 것이 없었어요. 감독님이 만식이 역할을 캐스팅할 때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워낙 바보같이 나오잖아요. 그러다가 감독님이 우연히 정남이랑 인사를 했어요. 정남이가 해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오디션 보고 결정을 했죠. 감독님에게서 ‘동물 한 마리 더 캐스팅 한 것 같다’고 문자가 왔어요. (웃음) 김서형씨 캐릭터도 캐스팅이 잘 안 됐어요. 국정원이라는 특성상의 여자 캐릭터는 워낙 단편적이잖아요. 그 역할은 딱히 없는 평면적 캐릭터인데, 김서형이란 배우가 독특하게 캐릭터를 풀어냈어요.”

현장에서는 배정남 배우가 이성민을 아버지같이 대했다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정남이를 통제하셨어요. 정남이에게 여러 사람이 말을 하거나 조언을 해주면 혼란에 빠져요. 원래 상대 배우들에게 요구를 잘 안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촬영 끝나고 맥주 한 두잔 마시고 오후 10시면 들어가야 해요. 그날 귀신 이야기를 했어요. 아침에 깼는데 새벽에 ‘잡니까. 무서워서 잠이 안 오네’ 라고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정남이가 집에서 개를 안고 자는 건 무서워서에요.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아빠가 된 것 같았죠. (웃음)”

그럼에도 배정남 배우를 예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짠한 모습이 있어요. 밝아 보이는데 측은해보여요. 동료들이 정남이를 그렇게 대해줬어요. 사랑을 많이 받았죠.”

‘미스터주’에서 촬영하면서 까다로웠던 장면은 알리와 같이 걷는 씬이었다. 사람과 동물이 걷는 속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알리와 나란히 걷는 게 의외로 어려워서 잘 안되더라고요. 첫 촬영한 날 알리와 함께 촬영했어요. 지하철 타는 씬을 못하더라고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잖아요. 인간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어요. 강아지는 이것보다 빠르고, 전속력으로 뛰어요. 나랑 간격을 맞춰서 뛰라고 못하잖아요. 제가 맞춰야 했죠. 감정씬의 경우 막대기 집어 오는 데서 짠하고 감동적이었어요. 내 옆에 와서 ‘나 안가’ 라고 하는 게 잘 안되더라고요. 콘티대로 못 간 게 많았어요. 강아지 컨디션에 따라서 콘티를 바꿔야 했어요. 그 날도 앞에 서는 건데 옆에 서는 게 좋다고 해서 바꿨어요. 앞에 앉는 것만 훈련이 돼 있었어요. 굉장히 아슬아슬했어요. 의외의 것들이 현장에서 많았어요. 알리가 저한테 뛰어서 달려오는 씬도 힘들었고요."

연극 무대로 데뷔해 어느 새 ‘국민 멘토’로 불리우는 이성민. 풍부한 연기 경력만큼 책임감도 늘었다. 영화를 위해 늘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그가 앞으로 또 보여줄 연기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딸이 스무살인데, 대학교 시험을 보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어요. 딸에게 ‘아빠가 살아보니까 인생이 길어. 네가 하고 싶은 것 여러가지 해 보는 것 좋을 것 같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게 생긴다. 나도 그랬다’ 라는 말을 해 줬어요. 제가 20살 때부터 극단에 들어와서 평생 연기를 했어요. 이것밖에 모르고 살아온 게 좀 후회도 되지만, 돌이킬 수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내 인생이 풀릴 줄 몰랐어요. 거미줄 같은 많은 인연이 있었어요. 그게 틀어졌다면 지금의 제가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 인연에 고마워요. 저는 소원이 없고, 다 이룬 것 같아요.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인연이 돼 주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하든 최선을 다 할 거예요. 나이도 있고요. 이렇게 된 것 열심히 해보려고요."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