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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신세계' 부담 떨치고 선보일 작품

기사 등록 2018-06-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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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나연 기자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대한민국 남성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영화 아닐까. ‘신세계’의 감독 박훈정이 새로운 작품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강력한 캐릭터들의 탄생과 시리즈 물에 대한 기대감까지. 박훈정 감독은 ‘마녀’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고 연출을 위해 던진 질문에 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묻어있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웨스트 19에서는 박훈정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돼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봉 날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박훈정 감독. 그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긴장된다”며 소감을 드러냈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시리즈물로 기획했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1편은 ‘전복’이고, 2편은 ‘충돌’이다. 이번에 관객들에게 선사할 1편은 거대한 서사를 드러낼 시작점에 불과하다.

“몇 부작으로 딱 정해놓지는 않았고 이야기의 끝 지점까지는 가보고 싶어요. 이번 편은 ‘비긴즈’였고 본편 이야기가 다음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시리즈이자 프랜차이즈로 제작사에서도 기획한거예요. ‘마녀’ 시리즈의 성공적인 런칭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촬영 할 때는 막상 잊어버리고, 촬영 끝나고 숙소가면 부담감이 다시 몰려오는 게 반복 됐죠 가장 큰 부담감을 느끼는 시기는 지금이에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웃음)”

본편에 대한 이야기는 훨씬 깊고 심층적이었다. 긴박한 상황이 펼쳐질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한 편으로 끝내기엔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아깝다’는 박훈정 감독의 말이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본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자기의 뿌리를 찾아가겠죠? 또 비밀에 싸여진 조직의 실체가 나올 거고 조직 안에서 내부 갈등이 그려져요. 닥터백과 미스터 최. 둘로 나눠지잖아요. 구자윤이 회사의 목을 조여 올텐데 그걸 제어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거고, 또 다른 능력자들이 등장하겠죠. 분명한 건 지금까지 구자윤의 상대보다는 더 업그레이드 된 상대들이 등장할 거예요.그래서 다음 편 부제를 ‘충돌’이라고 한 이유도 그거예요. 자윤도 본인의 뿌리를 계속 알게 되는데 거기서 오는 약간의 미스테리도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구자윤의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구자윤이라는 인물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 주축을 ‘여성’으로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캐릭터를 만들고 보니 거기에 맞는 성향이나 이미지가 여성에 더 맞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주인공이 ‘여자’라서 내세운 게 아니고 ‘이야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주인공이 누구여야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가’를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그 나이 때의 여고생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 아이가 살아졌을 때 아이가 8살이고, 10년 후의 이야기라 단순히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학생이었던 이유는 영화의 제목이 ‘마녀’잖아요. 또 남자 캐릭터가 무언가를 해 나간다고 했을 때 초반부의 이야기가 중요한데 남학생이 집안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 흔히 봐왔던 그림이라 심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찌 됐든 사회자체가 상대적으로 남자들이 사는 게 편하니까요. 여자들이 뭔가를 하는 게 극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라서요.”

김다미는 박훈정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지, 말투, 연기력 모든 부분에서 그러했다. 3차 오디션이라는 대장정 끝자락에 확정된 캐스팅인 만큼 애정도 남달랐을 터다.

“자윤 캐릭터를 만들긴 만들었는데 ‘누가 연기를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저는 자윤 캐릭터와 매칭이 되는 기존의 배우를 못 떠올리겠더라고요. 그리고 이 영화는 자윤 캐릭터가 영화의 전부라서 캐스팅이 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딱 자윤이라는 캐릭터와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와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겠다고 해서 고생을 많이 했죠. 김다미 양을 처음 봤을 때 어렴풋이 생각했던 자윤의 이미지와 느낌이 다 표현이 될 것 같았어요. 원래 캐스팅을 하다보면 떠올리지도 않았던 배우가 실제로 봤을 때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다미 양이 그런 경우 중 하나였어요. 몇 개월에 걸쳐서 오디션을 봤는데 정말 아무도 없었는데 거의 오디션 막판에 만나서. (웃음)”

박훈정 감독의 영화는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의 템포가 느린 편이다. 이는 생각할 공간을 주고, 관객들의 몰입을 돕기 위한 박훈정 감독의 배려이자 의도인 듯 했다.

“제 작품은 템포가 다 느려요.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서상 조금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느리고 평화로운 호흡들이 전반에 필요했죠. 그 부분을 차곡차곡 쌓아야 후반부에 분위기가 돌변했을 때 폭발력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윤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을 시키려면 그게 조금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함께 작품을 하게 된 배우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에 대해 “무척 괜찮은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권위적이 될 수 있는 감독의 자리를 박 감독은 전혀 누리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저는 배우들에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걸 이야기를 하고 촬영 전에 배우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촬영 전에 캐릭터에 대한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들어가죠. 배우가 촬영을 하다 보니 뭔가 수정하고 싶어서 제안을 할 때가 있는데 저한테는 그게 ‘땡큐’에요. 뭔가가 더 플러스 되는 거니까요. 혹시라도 얘기하다가 생각이 많이 다를 때는 두 가지 버전을 다 찍고 편집할 때 제일 좋은 걸로 사용하죠.”

인간의 성악설과 성선설은 끝나지 않는 논쟁의 주제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얻었을까.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답은 못 얻었었는데 ‘그렇지 않을까’ 정도예요. 성악설, 성선설 둘 중에는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다’를 믿는 편이에요. 사람이 다 선하게 태어난다면 법, 윤리교육, 시스템이 필요 없을 테죠. 인간들이 체계를 만드는 게 본인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알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그런데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사랑’ 이예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부부 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등이요. 사랑의 상태에서는 다른 계산이 안 들어가잖아요. 이 영화도 악하게 태어난 아이인데 10년간 자신의 본능을 완전히 누르고 살았던 건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약 20년간 영화 현장에 있었던 덕일까. 박 감독은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묻어나는 말들을 했다. 등급 산정에 있어 지나친 규제들, 시리즈의 세계관, 참고해야 했던 영화들 같은 것들 말이다.

인터뷰 내내 감독의 위치에서 해야 할 고민들을 고스란히 안고 현장에서 치열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박 감독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신세계’ 이후 큰 부담감을 안고 있을 박 감독은 ‘마녀’를 통해 다시금 흥행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녀’는 현재 전국 극장가 절찬 상영 중이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