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컬럼]한국축구 연승속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

기사 등록 2025-11-15 07:20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볼리비아를 2-0으로 꺾으며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브라질전 0-5 패배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 파라과이전 승리에 이어 연승을 이어간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승리가 한국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포백 전환이 던진 메시지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꾸준히 점검해온 스리백을 내려놓고, 이날 경기에서는 포백을 선택했다. 이명재–김태현–김민재–김문환으로 이어진 포백은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되찾는 데 초점을 맞춘 조합이었다. 스리백 실험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끊임없이 시도해온 ‘변화의 여정’의 일환이지만, 이 변화가 언제나 효과적이진 않았다.
포백으로 돌아간 이번 경기는, 결국 한국축구의 뿌리는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를 다시 상기시키는 결과였다.

세트피스에 의존한 창의성, 충분한가
경기 초반 가장 위협적이었던 장면 역시 세트피스였다. 손흥민의 정교한 킥과 이재성·이강인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확실히 팀의 무기가 되고 있지만, 빌드업 과정에서의 창의적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
볼리비아가 라인을 올리기 시작하자 한국은 흔들렸고, 후방 실수는 곧바로 상대 슈팅으로 연결됐다. 이 장면들은 승리의 뒤편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한국은 여전히 상대가 압박 강도를 높이는 순간 흔들리는 약점을 안고 있다.

손흥민의 해결 능력, 그러나 그 너머가 필요하다
후반 12분 손흥민의 프리킥 골은 개인 능력이 팀 전술 문제를 해결한 대표적 장면이었다. 세계적인 공격수의 존재는 한국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한국축구의 방향은 손흥민이라는 단일 해결사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적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의 A매치 통산 54호골이 팀의 승리를 가져온 건 사실이지만, 한국축구가 월드컵·아시안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손흥민의 골’이 아닌 ‘팀의 골’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조규성의 복귀와 공격 옵션 다양화
1년 8개월 만에 A매치에 복귀한 조규성의 득점은 단순한 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집중력과 몸싸움, 그리고 마무리 능력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전방 옵션의 다양화’를 상징한다.
한국축구는 스스로 경기를 풀어내는 법을 익히는 동시에, 다양한 공격 유형을 활용할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축구가 나아갈 길
전술 실험의 목적성 강화
변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술적 원칙’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빌드업 안정성과 압박 대응 능력 제고
볼리비아의 라인 상승만으로 흔들리는 후방은 아시아 최강을 넘어 세계 무대로 나가기엔 아직 부족하다.
개인기보다 조직적인 탈압박 능력 강화가 절실하다.

세트피스 의존에서 벗어난 창의적 공격 전개
세트피스는 득점 도구지만, 공격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강인·이재성·황희찬 등 공격형 자원들이 연계해 풀어내는 패턴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손흥민 이후 시대에 대한 대비
대표팀은 아직도 손흥민의 존재에 크게 의존한다.
조규성·배준호 등 새로운 공격 자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포스트 손흥민’을 준비해야 한다.

승리보다 중요한 것
볼리비아전 승리는 값진 결과였지만, 한국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증거’라기보다는 ‘과제’를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한국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브라질전 대패 후의 반등은 의미가 있지만, 단발적 반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한국축구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결국 한 가지다.
개인의 능력에 기대는 축구에서 벗어나, 팀 전술과 구조로 승부하는 축구로 전환하는 것.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더라도,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황용희기자 zonehe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