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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기생충’, 이선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

기사 등록 2019-06-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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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대체불가 배우 이선균이 돌아왔다. 매서운 기세로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 역할을 맡은 이선균은 젠틀하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매력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평소 소탈하고 평범한 남성을 연기했던 이선균에게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 역할은 다소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의 아저씨’ 끝나고 바로 들어간 작품인데, 6개월 동안 ‘나의 아저씨’ 촬영을 하다가 들어가니까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 들었고요. ‘이게 과연 어울릴까?’ 생각도 들고요. 엄청난 부자 역할을 많이 안 해봤거든요(웃음).”

데뷔 18년차 대배우인 이선균에게도 거장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꿈같은 기회였다.

“동경해왔던 작품의 주인공들과 함께 촬영한 자체가 꿈만 같았죠. 솔직히 모든 배우들이 봉준호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한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자체가 행복했어요.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바로 오케이 했어요. 대학생 때부터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지리멸렬’때부터 팬이었어요.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 할 때인데 정말 좋아했죠.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까지 모두 다 너무 좋아했던 작품이라서요. 감독님이랑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자체가 너무 영광이었어요.”

봉준호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매우 디테일하게 작품을 제작한다. 이선균은 이 별명에 적극 동의했다.

“모든 부분들이 디테일하게 표현이 됐어요. 예를 들면, 촬영 2회 차 때 송강호 선배와의 자동차 신 첫 장면을 찍었는데, 원래 그 컵은 대본에 없던 소품이거든요. 근데 그 하나의 디테일로 박사장의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었죠. 그 정도로 봉준호 감독님은 천재같아요.”

하지만 너무 섬세하면 피곤한 면도 있었을 터.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완벽함은 이선균에게 오히려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마음에 안 들면 능동적으로 말할 텐데, 반박할 여지가 없었어요. 명확히 어떤 것이 딱 있거든요. 현장마다 모두 다르긴 하지만, 저는 주로 배우들이 많이 움직여보고 연습해 본 상황에서 촬영을 했던 적이 많았어요. 명확한 콘티 안에서 움직였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이미 템포나 리듬이 감독님의 머리에 있다 보니까,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배우들한테 제일 현장이 편하고 좋을 때는 감독님의 연출에 믿음이 있을 때거든요. 이번에는 100% 신뢰를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 이선균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틀에 박힌 ‘부자’를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선균은 현실에 있을 법한 재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대본에 너무 잘 나와 있었어요. IT 기업의 대표거든요. 박사장은 기존의 재벌 이미지와는 다른 약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보통은 권위적인 재벌을 생각 할 텐데, 굉장히 나이스하고 소통을 잘 하는 설정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박사장은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강박이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규정해 놓은 선이 있는 거죠.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안에 치졸하고 천박함도 담겨있어요.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나이스하지만 예민해 보이고, 지쳐 보였으면 좋겠다고요.”

“선을 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는 박사장. 이선균에게도 ‘선’은 있을까.

“박사장에게 ‘선’은 중요해요. 결국에는 좋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처럼 항상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기도 하고요. 심하게 욕을 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택이 자꾸 그 치부를 건드리면서 박사장도 폭발한 거죠. 저에게도 ‘선’이 있기는 해요. 저는 용납이 아니라 놓는 편이에요. 선을 넘는 사람은 보지 않아요. 굳이 거기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요.”

처음 박사장의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기생충’이 기우의 시선으로 보니 한없이 안타까운 영화로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희극 같은 비극 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쾌감이 느껴졌어요. 심플하게 가족과 사회를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 많은 현실이 담겨있죠. 영화를 보니까 시나리오보다 몇 배는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관객의 입장에서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 볼 때는 상황적 코미디가 재미있게 보였다면, 두 번째 볼 때는 기우에게 이입이 많이 돼서 먹먹했어요. ‘계획’이라는 단어를 많이 말하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죠. 연기할 때는 그런 단어를 많이 쓰는지 몰랐어요. 그 단어가 처음에는 웃기다가 나중에는 마음이 아팠어요. 이것이 모두 감독님의 계획임을 이제야 알았죠.”

‘기생충’을 영화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이선균. 그 정도로 이 영화는 현실을 너무 많이 투영하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돼요.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만날 일이 없는 두 가족이잖아요. 그런 것이 영화적이면서 또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무섭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해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양극화 돼 가는 것 같아요. 박사장도 선, 냄새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나도 과연 그런 선이 없는지에 대해 반문해보기도 했어요.”

▲ '이선균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는 수많은 ‘상징’이 등장한다. 그 중 이선균이 가장 소름 돋았던 ‘상징’은 무엇일까.

“계단이요. ‘설국열차’는 수평적으로 계급이 이어지는데 이 영화는 수직적이에요. 감독님이 이야기 하신 수직적, 반지하가 보여주는 상징들이 너무 소름 끼쳤죠.”

송강호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이선균. 대배우가 된 그에게도 송강호는 선배 그 이상의 존재였다.

“일단 너무 영광이었고, 기분 좋은 떨림이 있었어요. ‘선배님과 드디어 함께 연기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고요. 너무 잘 받아주시고 너무 편하게 후배들을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조여정과의 ‘쇼파 애정 신’은 큰 화제가 됐다. 이선균은 이 장면이 박사장이라는 인물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장면임을 강조했다.

“촬영할 때는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어요. 특히 박사장의 천박함, 이중성이 보이도록 연기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천박하게 보일지 연구하면서요. 그 장면 때문에 애들한테는 못 보여줄 것 같아요.(웃음) 아내는 봤어요. 그런데 저희는 별로 상관 안 해요. 연기의 감정이니까 딱히 관여하지 않아요. 아내도 되게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대본은 미리 보기도 했고요. 질투의 감정이 아니라 잘했는지 궁금해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절망감, 안타까움을 이선균 또한 느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고자 했다.

“기우가 느낀 절망과 먹먹함이 정말 크게 다가왔어요. 저는 영화를 보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고민해보고 반문 해봤으면 좋겠어요. 절망할 필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

‘나의 아저씨’, ‘악질 경찰’, ‘기생충’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앞으로도 휴식 없이 활동할 것이라는 이선균은 여전히 ‘일’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킹메이커’ 끝나고 8월 말부터 ‘검사내전’이라는 JTBC 드라마 하기로 했어요. 저는 집에서 편히 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충전하고 휴식 시간을 갖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는 달라요. 두 달 정도 쉬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빨리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게을러지기 싫고 일은 꾸준히 하고 싶어요.”

데뷔 18년차가 된 대배우 이선균에게도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그 벽을 부수고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바로 현실에 충실 하는 것. 그렇게 이선균은 ‘연기’의 굳은살이 견고해질 때까지 달려나갔다.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요. 모든 게 소진되고 자주 노출될 때, 제 이미지가 지겹고 익숙해지는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 마다 현실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해’ 라는 이야기를 신인들에게도 많이 해줘요.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고 후회 없이 한다면 대중들뿐만 아니라 이쪽 업계에서는 잘 봐주거든요. 그런 것들 것 겹겹이 쌓이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되고요. 그런 우연과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