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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달빛 아래 피어난 세 가지 색의 낭만…예술의전당 적신 ‘Romantic Night’의 전율

  • 황용희 기자
  • 입력 2026.06.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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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시적 건반과 문태국의 화려한 테크닉이 빚어낸 독창적 서사
  • 지휘자 최영선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거대한 감정의 파도로 초여름 밤을 흔들다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6월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연 시작 전부터 특별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무대 위에 펼쳐질 낭만주의 음악의 향연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Romantic Night(로맨틱 나이트)’라는 공연명처럼 이날 무대는 달빛과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감성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프로그램북에 적힌 “음악은 말보다 깊게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문구는 이날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작음] 이슈 로맨틱 나이트.jpg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연주를 마친 후 객석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에 화답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첼리스트 문태국. 무대 위에서 완벽한 호흡으로 함께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해 낸 지휘자 최영선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박수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 황용희기자

 이번 무대는 단순히 정형화된 클래식의 재현이나 유명 곡들을 나열한 '갈라 콘서트'가 아니다. 섬세한 음악 해석력을 지닌 지휘자 최영선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저력 위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첼리스트 문태국이라는 두아티스트의 독창적이고도 영리한 해석이 더해졌다.

 

쇼팽의 섬세한 낭만, 드보르자크의 인간적 따뜻함, 라흐마니노프의 깊고도 장대한 감성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차별화된 '음악적 시학'을 완성했다.

 

공연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협연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단조 작품 11’로 막을 올렸다. 첫 음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순식간에 쇼팽 특유의 서정성과 우아함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무 살 무렵 쇼팽이 남긴 순수한 감성이 배있는 이 곡에서, 라쉬코프스키는 섬세한 터치와 깊이 있는 해석으로 작품이 지닌 시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특히 2악장 ‘로망스(Larghetto)’에서는 마치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투명한 감성이 객석을 감쌌다. 쇼팽이 들려주고자 했던 내면의 고백에 집중하는 그의 연주에 관객들은 숨소리마저 조심할 만큼 몰입했고, 폴란드 민속춤곡 리듬이 녹아든 3악장까지 노래하듯 이어지는 프레이징은 뜨거운 박수를 자아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문태국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작품 104’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자다운 압도적인 표현력을 바탕으로, 문태국은 화려한 테크닉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특히 2악장에서는 첼로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진솔한 노래가 무엇인지를 증명하듯 열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선율이 객석들을 감쌌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기교의 과시가 아니라 음악이 가진 서사와 고독의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유기적인 호흡 또한 돋보였는데, 독주와 반주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내며 객석의 몰입도를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휴식 후 이어진 후반부는 이날 공연의 거대한 정점이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e단조 작품 27’은 러시아 낭만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무대였다. 웅장한 서주로 시작된 음악은 점차 거대한 파도처럼 객석을 휘감으며 짙은 러시아적 낭만의 세계로 이끌었다. 특히 3악장 ‘아다지오’는 이날 공연의 백미로 손꼽힐 만했다.

 

클라리넷의 애틋한 선율을 시작으로 피어오른 아름답고도 애절한 선율은 객석 곳곳에서 깊은 감탄을 자아냈으며, '절망을 넘어 환희로 향하는 교향적 서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휘자 최영선의 정교한 조율 아래 오케스트라는 현악기의 풍부한 울림, 목관의 섬세한 색채감, 금관의 웅장한 에너지를 균형 있게 어우러지게 하며 작품의 장대한 드라마를 안정감 있게 완성했다.

 

공연이 끝난 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객석에서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표정에는 음악이 남긴 묵직한 위로와 감동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초여름 저녁을 아름답게 수놓은 ‘Romantic Night’는 '낭만주의 음악'이 가진 시대를 초월한 힘과, 그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깊숙이 움직이는 이유를 명징하게 확인시켜 준 멋진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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