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칼럼] 한문희의 트렌드킬

기사 등록 2015-08-1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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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70주년 특집 ]
- 영화 ‘암살’과 ‘국제시장’을 통해본 한국 패션 변천사

달콤한 휴가는 끝났다. 여름휴가를 두 번이나 다녀오고도 여전히 휴식에 배가 고픈 필자는 그 동안 밀린 일로 눈 코 뜰세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요즘 도심 곳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바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속 글귀와 거리에 걸린 태극기이다. 물론 ‘광복70주년 특별사면’이라는 문구가 뉴스 자막에 뜰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또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많은 역사적 숙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기적을 이룬 한민족에게 광복 70주년은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암살’과 작년 개봉작이었던 ‘국제시장’의 몇몇 장면을 통해 광복 이전과 이후의 한국 패션 변천사를 잠깐 엿보도록 하겠다.

▶ 단발머리에 긴 모직 코트를 입은 조선의 여전사

영화 <암살>에서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은 고운 한복과 정갈하게 땋은 긴 머리대신 서양식 모직 코트에 뒤로 질끈 묶은 단발머리 거기에 혹한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긴 부츠를 신고 종횡무진 활약한다. 영화 속 안옥윤이 활약하던 1930년대는 양장 착용이 확산되는 시기이자 ‘신여성’이 증가하는 시기였다. 특히나 영화 속 배경이었던 1930년대 초반은 여성의 스커트 길이뿐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짧아졌다. 전통 머리하면 연상되는 길게 땋은 머리라던가 쪽진 가리마 머리는 일본에서 돌아온 최초의 한국 미용사 오엽주(吳葉舟)에 의해 큰 변화를 가지게 된다. 그녀가 보급한 ‘단발머리’나 ‘파마머리’는 당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같은 시대 서구 유럽에서는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암살>에 등장하는 미츠코라는 여성의 스타일이 당시 최신 ‘신여성’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커피도 마시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었던 저격수 안옥윤은 암울한 시대 예쁘게 치장하고 보호받는 여성으로써의 삶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하이힐 대신 투박한 부츠를 신고 한 손에는 분첩 대신 기관총을 들었다. 그런 그녀가 필자에게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여성’처럼 보였다.

▶ 아버지의 청춘을 담은 그때 그 스타일

영화 <국제시장>에서 필자의 눈을 가장 사로잡은 의상은 덕수(황정민)가 70.80년대 입고나온 셔츠들이었다. 사실 시대별로 가장 트렌디한 대표 의상을 입고 나오는 달구(오달수)는 누가 뭐래도 단연 최고의 패셔니스타일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던 덕수의 스타일에 계속 시선이 갔던 이유는 그가 입고 나왔던 의상들이 필자의 아버지가 평소 즐겨 입는 것들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옷장에는 마치 영화 속 덕수가 걸어놓은 것 같은 옷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아버지는 서로 비슷해 보이면서 무언가 세련돼 보이지 않는 이 옷들을 명품이나 되는 양 소중히 다루곤 하신다. 덕수와 같은 시절을 보낸 그의 젊은 시절은 한국이 전쟁이후 최고 빈민국에서 벗어나고 있을 무렵이었고 그가 한창 일하던 시절이었다. 어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스타일은 그저 단순히 세련되지 못한 노인의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한국이 한창 경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을 함께 보낸 그의 청춘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옷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뜩 하게 되었다.

패션이 오랜 세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영화 <암살>에서 나온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었던 미츠코시 백화점을 드나들던 미츠코와 안옥윤의 대조는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유행의 고급 의상을 입은 미츠코보다 안옥윤의 모습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이유는 암울한 시대 조국을 되찾고자 했던 그녀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희생한 덕수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보았다. 아무리 그 시절엔 어쩔 수 없었다고 치부한다 해도 그것은 눈물과 희생의 세월이었다. 그것이 아마 영화 속 덕수가 입었던 옷들에 눈이 갔던 이유였을 것이며 필자 아버지의 옷장에 빼곡히 걸려있는 옷들을 그저 구시대 스타일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참고 자료]
* 서울특별시. '사진으로 보는 서울: 제10장 시민생활의 변화'
http://www.seoul.go.kr/life/life/culture/history_book/picture_seoul2/10/1203296_3023.html
* 김가윤. '시대의식을 통해 본 한국의 패션 변천사' (가톨릭관대신문, 2012)
http://news.ck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164
* N.J. 스티븐슨(안지은 옮김). '패션 연대기' (TWO PLUS BOOKS, 2014) p108-125.
* 장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실: 한국미용사 1호 오렵주 화신 미장원' (뷰티누리, 2008)
http://www.beautynury.com/m/news/view/34266/cat/10/cat2/10200/cat3/10202/page/210
* 채승기. '한국 백화점의 역사' (중앙일보, 2012)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7245097
* Suh Kelly. '우리나라 패션의 변천사' (프레지, 2015)
https://prezi.com/lahlb99tjqv-/presentation/
* Yang Sunny. 'HANBOK: The Art of Korean Clothing' (HOLLYM, 2000) p170-182.

[사진 자료]
* 영화 <암살> 공식 홈페이지 http://assassination.kr/
* 1930년대 패션 http://glamourdaze.com/category/1930s-fashion
* 영화 <국제시장> 공식 홈페이지 http://www.kukje2014.co.kr/


[칼럼리스트 한문희 : Fashion Designer / Dickinson's Room Ltd.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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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여창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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