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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류승완 감독, 오해와 논란들 "더 겸손해지고 강인해지게 만들었다"

기사 등록 2017-08-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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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군함도’라 불리는 작은 섬이 오랜 침묵을 깨고 초대형 스케일의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군함도’는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 감독’로 자리 잡은 류승완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반동 때문일까. 영화는 개봉 전부터 악의적인 별점 테러를 받으며 이윽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작품을 제작한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라는 역사적 소재를 다루지만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제’라는 밑바탕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넣어 이야기를 전달하며 고증된 사실이나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관계나 감정에 집중한 것.

영화의 한계와 의무가 있었기에 류승완 감독은 영화 개봉 전부터 “‘군함도’는 상업영화이며 탈출 영화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다만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하겠다”라는 멘트를 자주 언급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 조심스러웠고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상 범위를 벗어난 논란은 ‘독과점 논란’, ‘역사왜곡 논란’에 이어 심지어는 ‘친일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 삼성동 모 카페에서 류승완 감독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Q. ‘군함도’를 마친 소감은?

“우선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요. 여러 곳에서 ‘군함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요. 그 부분이 가장 와 닿고 있습니다.”

Q. ‘군함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모두가 과열돼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청산 하지 못한 아픔 때문인지 이런 문제에선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Q. ‘군함도’가 만들어진 계기는?

“저 역시 군함도의 사진을 보고서야 군함도에 대해 알았어요. 역사를 모르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했죠. 그리고 탈출 영화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계기가 돼서 작품을 만들게 됐죠.”

Q. 군함도라는 역사가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이전까지 ‘군함도’라고 하면 60년대 이후의 모습을 소개하더라구요. 오히려 일본 작가분들이나 역사학자분들이 “한국에는 군함도 여가학자가 한 분도 없느냐?”라는 질문을 저에게 할 정도로 군험도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없었어요. 있다고 해도 여기도 다르고 저기도 다르고요. 영화 개봉 이후 사학계마저 이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더군요. 모르고 지나는 것 보다 나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중국에서 공동제작 제의가 들어왔다던데?

“중국에서 관심이 많아요. 영화에서 다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미군 포로부터 중국인 징용자들까지 있었어요.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공동제작을 제안한 거죠. 하지만 현재도 인물이 많은데 늘어나면 소화하는 것이 문제였어요. 물론 큰 스케일과 제작비 등 여건은 훨씬 좋아지겠지만 ‘이것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아니다 싶어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분명 중국 내에서도 제작하겠죠.”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Q. 어떤 순간에 가장 기분이 좋은가?

“영화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대중문화 나가사키에서 보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영화는 영화대로 보시고 ‘군함도’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그 중 미쓰비씨와 싸우셨던 분이 계신데. 평생을 ‘군함도’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영화 촬영에도 도움을 많이 주셨죠. 자문료라도 드리려고 해도 기어코 사양하시고 밥도 단팥죽만 드세요. 옛날 일본에 징용되셨을 때 원자폭탄의 영향으로 장기가 거꾸로 돼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신데 시사회 때 영화까지 보러 오시고, 평생을 헌신 한 분들이 저를 인정해 주셨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Q. 배우들이 굉장히 고생이 많았다는데?

“네 정말 많았죠(웃음). 단편적으로 예를 들자면 소지섭 배우는 10회차가 지나서 단독샷을 받았어요. 그전에는 가장자리 작은 점으로도 자리를 지켜줬죠. 배우들에게 참 감사해요. 호출이 없어도 옷을 입고 그 상태로 자리를 지키더라구요. 만약 이런 배우 분들이 없었다면 신경써야할 것이 많았을 텐데 특별한 태도나 의식이 있으셨는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다들 그렇게 참여해줬어요. 아,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까 메가폰으로도 전달이 안 될 때는 육성으로 전달해가면서 촬영했어요. 정말 다들 대단합니다.”

Q.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들 고생이 굉장히 심했어요. 배우 뿐 만 아니라 스텝 모두가요. 그 좁은 곳에서 허리도 못 피고 공기도 안 좋고 진짜 너무 힘든데, 그때 PD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징용가셨던 분들보다 힘들겠느냐’라고 하니까 ‘힘들다’라는 말 조차 못하겠더라고요. 그 기억이 정말 선명하게 남아요.”

Q. 촬영할 때 특별히 공들인 부분은?

“우선 등장인물들이 많았고 엄청 많은 인원이 투입되다 보니까 담아내는 것에 힘을 줬죠. 그리고 연출하는 깊이와 폭 자체에 엄청난 공을 들였어요. 사운드만 해도 조선인들 개개인의 목소리가 들어가게끔 관객 분들이 그 현장을 직접 느끼실 수 있도록 80명의 배우들을 데리고 다시 녹음했어요. 물 CG도 저희가 영화를 보고 놀랐어요. 순간 저희가 세트장에서 찍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더라구요. 그만큼 물이 엄청나게 사실적이었어요. 세트장 역시 춘천에 진짜 군함도가 생겨난 듯 신경썼구요. 스텝들이 고생을 무지 많이 했어요.”

Q. 스크린 독점과 관련해서 전하고 싶은 것은?

“스크린 독과점을 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돌을 맞는지 모르겠어요. 정책과 제도 개선을 해서 리미트를 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시사 후 배급관에서 보고 결정하는데 저는 어떤 분들인지도 몰랐고 개봉하는 날 알게 됩니다. ‘베테랑’도 900개로 시작했어요. 배급팀도 당황하고 있고 감정적인 걸 정리하고 바라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와 법이 필요한 시점이죠. 이로 인해 저는 명예와 자존심을 잃고 대중들을 스트레스 받게 하고 그런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이 튀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다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송구스러워요.”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Q. 그 외 논란에 대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은?

“‘군함도’라는 영화를 보셨다면 이미 세상에는 몇 백 만개 이상의 군함도가 존재하고 있는 거죠.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없고 다양한 해석이 당연해요. 맞고 틀리고가 아닌 거죠. 시간이 흘러가면 의도와 진실이 드러날 거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보고난 분들이 증명을 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요.”

Q. 후회가 남지는 않나?

“다시 한 번 만들 기회가 와도 선택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요. 오롯이 다 영화 속에 담았어요. 만들고 싶었고 만들었고 인물에 초점을 맞춰서 상업영화로 풀어냈을 뿐, ‘군함도’라는 역사에 대해 관심만 가져주셔도 좋고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하셨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겠죠. 제 의도를 공감해주시고 즐겨주신 분들이 계시니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 한마디

“보여주고 싶어도 못 보여주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살기 때문에 그저 감사합니다. 기대를 하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합니다. 진작 잘못된 영화였다면 흔들렸고 휘청했을 겁니다. 더 겸손해지고 강인해지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