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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보그맘’ 양동근, 배우인생 30년 다시 출발선상에 서다

기사 등록 2017-12-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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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연기자로서 새로운 신호탄을 알린 작품이에요.”

양동근의 연기 인생 제 2막이 올랐다. 1987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그는 MBC 드라마 ‘보그맘’(극본 박은정 최우주, 연출 선혜윤)을 통해 첫 아빠 역할에 도전한 것. “긴 세월을 준비해 온 아빠 역할이었다”라는 그의 말이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마이라이브 카페에서 ‘보그맘’을 떠나보낸 양동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MBC가 파업의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해냈다는 게 너무 대단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작품”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 1일 종영한 ‘보그맘’은 한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 손에서 태어난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내이자 엄마인 보그맘이 아들이 입학한 럭셔리 ‘버킹검 유치원’에 입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예능 드라마다.

양동근은 극중 천재 로봇 개발자이자 보그맘의 남편 최고봉 역을 맡았다. 그는 ‘츤데레’ 남편의 정석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발자이자 남편으로서의 입체적인 감정과 캐릭터를 그려냈다. 특히 한 가정의 가장이된 이후 처음으로 도전한 아빠 역할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을 터.

▲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빠 연기를 준비했어요. 배우로서 가야할 길이었죠. 나이가 들면 아빠 역할을 분명히 하게 될 텐데 아이를 키워보지도 않고서 아빠 연기를 하면 그것은 거짓연기잖아요. 살아본 삶을 바탕으로 아빠 연기를 해냈죠. 긴 세월 준비해온 것입니다.”

오랜만에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로봇’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로 한 드라마라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양동근은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라 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재밌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캐릭터들마다 각자 개성이 살아있어서 기대가 굉장히 컸죠. 기대만큼 배우들이 연기를 해내고, 대중들도 관심을 가져줬어요. 오랜만에 코믹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전작 ‘미씽나인’에서는 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그 톤으로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망가지고 했어야 했는데 그 선을 잡는 게 힘들었어요. 잘 표현한 건가 싶네요. 하하.”

양동근은 올해 드라마부터 예능프로그램 출연까지 바쁜 행보를 펼쳤다. 2014년 tvN 드라마 ‘삼총사’ 이후 줄곧 앨범으로만 대중 앞에 섰기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한 Mnet ‘고등래퍼’ 출연은 반가울 따름이었다.

“열심히 활동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일을 쉬면 안됐고, 가정을 돌봐야하는 가장이었기 때문이죠. 일의 텀이 생기면 불안했어요. 일이 없으면 가장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죠. 예전에는 예능 울렁증이 있어서 기피했어요. 대화나 인간관계에 있어 취약하다는 것을 제 자신이 잘 알았죠. 예능은 센스가 있어야 하잖아요. 받아치고, 웃기고 해야 하는데 저는 진지한 편이에요. 농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타입? 그런데 아내가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저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죠. 사실 아내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원해요. 아내가 원한다면 많이 나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50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동근에게 느껴졌던 점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었다. 가장으로서 고충을 너무 잘 알았기에 그는 ‘보그맘’ 속 최고봉을 공감하고 진중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같이하는, 의미 있는 삶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것의 시작은 아내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진짜 제가 없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가장의 역할을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잖아요. 이제는 일 끝나면 아이를 돌보는 일이 일상이 됐어요. 이렇게 변하는 저를 보면서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덧 데뷔 30년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 다시 출발선상에 선 그다. 양동근에게 30년이라는 세월은 ‘시작’을 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 또 다른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로 돌아올 그이기 때문이 아닐까.

“남배우는 마흔 살부터라는 이야기를 10대 때부터 현장에서 선배님들에게 들었어요. 그때는 정말 너무 먼 이야기였죠. ‘그럼 난 아직 배우가 아니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느덧 마흔 살이 됐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죠. 30년 동안 연기에 대해 공부 했다고 생각해요. 30년간 공부를 했으니 ‘이제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입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