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이원근 “‘환절기’ 용준, 실제 저와 닮아있어요”

기사 등록 2018-02-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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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동규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이 말은 배우 이원근에게 참 잘 어울리는 말 같다.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눈웃음과 동시에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버릴 듯한 깊은 눈망울까지. 그래서일까. 짧은 연기 경력임에도 불구, 전혀 다른 장르와 캐릭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원근이다.

한파가 물러가고 따뜻한 바람이 반갑게 불어오는 13일, 기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 개봉을 앞둔 이원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절기’는 이동은, 정이용의 그래픽 노블 ‘환절기’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아들과 아들 친구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엄마,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 이원근은 극중 미경(배종옥 분) 아들의 친구 용준 역을 맡았다.

이원근의 미소를 보면 ‘순수한 청년’의 얼굴인 듯하다. 하지만 장르와 작품에 따라 일탈적인 느낌도 드는 ‘다양성’을 지닌 배우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 실제로 그와 닮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환절기’의 용준이 저의 성격과 모습 등 닮아있어요. ‘부국제’ 무대 인사할 때도 ‘용준이는 저와 닮은 구석이 많은 아이’라고 인사드렸죠. 저는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고 말해요. 외로운 공간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 보내죠. 영화 ‘여교사’의 재하 모습과 달라요. 편하고, 지쳐 있는 그런 모습이 저와 맞는 것 같아요.”

▲ 사진=한동규 사진기자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이원근은 길지 않은 연기경력이지만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색깔이 짙은 캐릭터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대중들의 뇌리에 기억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표현하는데 있어 부담감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망설임은 없었어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가 아직은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첫 번째 의무에요. 두 번째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이냐를 보죠. ‘여교사’와 ‘환절기’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교사’의 재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를 가지고 있어요. ‘환절기’의 용준은 너무나 아프고, 외로워 보이는 청년이죠. 저런 인물이 실제로 있으면 보듬어 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인물을 자세히 표현할 수 있을까, 차별점을 둘까’를 고민했죠. 용준은 말이나, 감정 표현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친구가 아니거든요. 감독님께서도 저에게 ‘우리가 용준이를 새롭게 만들어가자’라고 하셨어요.”

이원근이 가진 내면과 고유의 분위기는 용준과 많은 부분 일치했다. ‘환절기’ 속 용준은 이원근의 새로운 한 뼘을 보여주기 충분한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원근의 색깔을 덧입혀 완성된 용준의 새로운 모습은 어떨까.

“감독님께서 ‘말을 느리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시더라고요. 표현할 때도 그렇고요. 슬픔에 무너져 땅에 뒹굴면서 엉엉 우는 아이가 아닌, 먹먹한 슬픔을 말씀하셨죠. 말을 할 때에도 디테일은 살리고, 감정은 조금만 빼달라고 하셨어요. ‘환절기’는 감정이 폭발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병원비를 드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도 감독님께서 ‘감정 빼주세요’라고 제일 많이 말씀하셨어요.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낼 정도로 디테일을 강조하셨죠.”

열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진실 된 감정이다. 이원근과 호흡을 맞췄던 배종옥 역시 ‘대사’보다는 ‘감정’ 전달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원근은 배종옥의 진심 어린 조언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배종옥 선생님에게 ‘다섯 번째 보는데 볼 때마다 아쉽고, 새로운 게 보여요’라고 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말의 속도를 조금만 더 냈으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그건 네가 생각하는 거고, 감독님이 잡은 캐릭터는 대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고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야’라고 하셨어요. 대사를 어떻게 쳐야지 고민보다, 감정을 어떻게 담아야하고 표현해야할지 생각해라고 하셨죠. 관객으로서 보면 제가 대사를 어떻게 쳤냐보다 감정에 의한 잔상이 기억에 남는 거죠.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절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 사진=한동규 사진기자

이원근과 배종옥의 인연은 깊다. 두 사람은 2014년 방송된 JTBC 드라마 ‘12년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에서 첫 인연을 맺은 것. ‘환절기’로 배종옥과 재회한 이원근은 “누구도 아닌 배종옥 선생님이라 설렜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시나리오 봤을 때도 ‘이건 무조건 해야 돼’라는 마음이 강했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죠. ‘그때 부족했는데, 저 이만큼 나아졌어요’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배종옥 선생님께서는 멋 내려 하지 말고, 힘주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정말 편하게 하자’라고 하셨어요. 용준이는 쓰러질 정도로 피곤해 했으면 한다고, 그런 것들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거의 잠을 안 잤던 것 같아요. 피곤한 상태로 가서 분장 받고, 긴장하니까 오히려 차분해지더라고요. 3회차 때까지는 떨렸었는데 그 이후론 떨리지 않았어요. 서로 호흡 주고받으면서 재밌게 촬영했답니다.”

‘환절기’는 동성연애를 다루는 퀴어물이다. 영화에서는 용준과 수현의 애정신도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한 ‘퀴어물’이 아닌, 세 인물의 심리가 촘촘하게 그려져 있는 섬세하면서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이원근은 용준과 수현의 애정신을 다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이 둘은 사랑이에요. 둘이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이면 된다고 하셨죠. 생각해보니까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되는데 왜 특별하게 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고 싶고,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가는 장면은 그 마음을 담아 그대로 보인 표정이죠.”

또 하나의 도전을 마쳤다. 이원근에게 ‘환절기’는 도전과 동시에 배움을 얻은 작품일 것이다. “늘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원근. 올해 28살인 그가 먼 훗날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어떨까. 무엇이 됐든 상상한 그 이상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늘 성장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을 하던 간에 전 작품보다 작은 수치더라도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건 어쨌든 퇴보한 게 아니니까요. 괴롭고 귀찮을 수 있지만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마음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죠. 그게 큰 포부입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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