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장혁 "이번 작품도 뜨겁게 마쳤습니다"

기사 등록 2018-02-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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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이에이치큐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이번 작품도 뜨겁게 마쳤습니다”

공중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24퍼센트를 갱신하며 화려한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돈꽃’. 그 중심에 배우 장혁이 있다. 저항하기 힘든 권력과 불합리에 맞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그. 복수로 가득 찬 한 남자의 역동적인 감정을 무겁고도 섬세한 ‘장혁표’ 연기로 완벽 소화해냈다.

이슈데일리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장혁을 만나 드라마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마지막 방송을 봤다는 그는 “무척 아쉬웠다”며 입을 뗐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굉장하죠. 그런데 이런 퀄리티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제 연기를 마음껏 허용해주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끌어갈 수 있다고 할까요? 캐릭터들이 각자의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것들로 인해 마찰이 생기며 풍부한 감정을 연기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끝은 창대했지만 시작은 미약했다. ‘돈꽃’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님의 교체 등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또 장혁은 강필주 역을 제안 받았을 때 3번이나 고사를 했다고. 어떤 불안함이 있었던 걸까.

“‘돈꽃’은 김희원 감독님의 데뷔작이에요. 원래는 다른 분이셨는데 시작도 전에 감독님이 바뀌셨어요. 그렇게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한테 역할 제안이 들어온거예요. 그래서 3번이나 고사 했어요. 왜냐하면 상황들이 애매하잖아요. 그런데 딱 세 개의 장면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하나는 작품에 나오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두 가지가 방송됐죠. 기자를 찾아가 사진을 뿌리는 장면과 윤선영에게 ‘돈 줄 테니까 가’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왜냐하면 그 장면들에서 고고하고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강필주의 ‘모순’이 드러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예전에 했던 드라마 ‘마이더스’때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마이더스라는 드라마에서는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화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사건에 끌려 다녔거든요. ‘돈꽃’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게 있었어요. 그래도 고심 끝에 결정을 한거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장혁의 결정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결정은 장혁이라는 배우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굳혀줬다. “즐겁게 망하자”라는 김희원 감독의 패기 넘치는 각오로 시작해 ‘돈꽃’은 결국 흥한 것. ‘웰메이드 막장’이라는 평과 함께 탄탄한 연출력으로 막판 뒷심까지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장혁은 과연 ‘돈꽃’이 ‘막장 드라마’라 할 수 있냐며 의문을 던졌다.

“오히려 막장이라고 한다면 ‘스타워즈’나 ‘터미네이터’ 같은 판타지 SF 장르 아닐까요. 그런데 그 장르에서도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건 영화적인 현실에서 설득이 된 거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설득만 됐다면 막장이라기보다는 감정을 풀어가고자 하려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내용에 대해서) 처음에는 저희도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즐겁게 망하자’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모두들 순탄하지 못 할 것이라고 예상했거든요. 주변에 많은 분들이 ‘왜 주말드라마를 하냐’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2000년도에 주말드라마를 했었는데 그때는 미니시리즈랑 주말드라마랑 다른 게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작비나, 시청률 측면에서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4부까지 찍어 놨는데 일요일을 빼고 토요일에만 두 시간 연속 방송을 해야 하는 거예요. 하나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어요. 또 저희는 주말드라마인데 미니드라마처럼 찍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지인들이 ‘주말을 누가 이렇게 찍냐’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전작 ‘보이스’ 잘돼서 하나 잃어도 된다는 농담도 던지고 그랬어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웃음)”

▲ 사진=아이에이치큐 제공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장혁. ‘추노’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읊조린 “언년아,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대사 한마디에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나오며 심금을 울렸다. 한 장면에 그 정도의 복잡한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는 위력은 장혁의 철저한 분석과 연구에서 비롯됐다고. 이번 ‘돈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탄탄한 전개 속에 그의 열연은 어김없이 빛났다. 상황이 진지해 질 때마다 입술을 오므리는 모습, 천천히 내뱉는 문장 등 ‘강필주’만의 연기 포인트가 있었다.

“강필주라는 캐릭터는 ‘모순됨’이 매력이에요. 어법도 캐릭터에 맞게 사용했어요. 전에 영화 ‘보통사람’에서 맡은 안기부 부장은 강압적이고 무서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배우들은 그 역할을 할 때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이게 표현하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굳이 소리 질러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웃으면서 천천히 예의바르게 말하면 더 무서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필주도 마찬가지예요. 물 위에서 보면 고고한 백조이지만 물 밑으로는 죽을 만큼 힘들다해 발장구를 치고 있죠. 그런 섬세한 부분도 연기를 통해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전반적인 스토리로 따지면 강필주는 3분 만에 복수할 수 있었어요. 기업 변호사로서 모든 비리를 갖추고 있었거든요. 피해자의 가족한테 내가 가해자가 돼버린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인간적인 마음이 함께 뒤섞이면서 장경천과 엄마 사이에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으니 복수를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런 모순점에서 복수를 진행해가는 것이 흥미롭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스토리를 더 연장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됐죠. 나중에는 필주의 모순점들이 들어나게 되는데 연기하면서 그 때가 가장 슬펐어요.”

극 중 강필주는 혼외자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굉장한 서러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또 죽음이 주는 두려움,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은 그를 더욱 복수에 눈이 멀게 만들었을 수도. 장혁은 강필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의 마지막 행동에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필주는 17년을 복수를 위해 살다보니 그 생활이 깃들어 있을 거예요. 습관은 무서운 거잖아요. 이 사람보고 복수하지 말고 내일부터 뭔가를 하라고 하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저였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들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단편적인 복수로 끝난 것이 아니라 회사에 혁신을 이룬 것들 로 표현이 됐어요. 필주는 세습이 되더라도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되길 바라는 거예요. 필주가 24부 마지막에 김유철에게 ‘노력해. 그렇게 살지 말고’라고 얘기해요. 그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굉장히 진지했죠. 이 부분을 촬영할 때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마지막에 나온 필주의 행동은 세상을 가지려고 길을 거꾸로 간 거예요. 장은찬이 가지고 있는 사상은 ‘강한 놈이 살아남자’였던 거죠. 사실 그게 현실적인 것 같아요.

‘돈꽃’의 스토리 소개는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나와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돈’에 대한 초점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희한한 점은 제목이 ‘돈꽃’인데 ‘관계’를 다뤘다는 거죠. 사실 극중에서는 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요. 몇 천억, 몇 조씩 나오니까요. 많고 적음의 느낌이 없는 거죠. 오히려 이 드라마는 사람들의 욕망 안에서 다뤄진 관계를 말하고 있다. 저는 촬영하면서 ‘앞으로 나는 어떤 관계를 이뤄나가야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친구 간에는 배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하나’ 등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될 때가 내 바지에 똥 묻어 있는데 동생 바지에 흙 묻었다고 털라고 하는 거예요.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사진=아이에이치큐 제공

보통 배우들은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휴식기를 갖는다. 그 휴식기에는 주로 여행이나 집에서 갖는 꿀 같은 단잠 등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혁은 “주로 매니저와 함께 대본 리딩을 한다”며 연기 모범생다운 대답을 건넸다.

“저는 작품과 작품사이에 주로 매니저와 함께 대본 리딩을 해요. 저는 했던 작품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쉬워요. 다음 작품도 있기 때문에 잘 담아두지 않거든요. 매니저는 저한테 비전제시도 해야 하고, 작품도 읽을 줄 알아야 해서 함께 공부하고 모니터도 해요. 매니저라는 직업은 적극적으로 배워야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워야 부딪칠 수 있는 거잖아요. 또 어떨 때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복싱을 하기도 해요. 술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가끔은 시사회 뒷풀이 같은 곳에 가서 사람들과 맥주를 먹기도 하죠.”

장혁은 ‘진짜 사나이’, ‘용띠클럽’, ‘뭉쳐야 뜬다’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얼굴을 내비쳤다. 무척 진지해 보이는 그의 성격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또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할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연기 활동에 우선순위를 내 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저는 성격이 차분하기도 한데 들떠있을 때는 재미있고 장난기도 많아요. 어떤 상황에 있냐에 따라 다른 거죠.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는 건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패널은 조금 부담스러워요. ‘진짜 사나이’처럼 촬영에 소요되는 기간이 긴 예능은 쉽지 않아요. 예능도 ‘캐릭터 싸움’이잖아요. 예능 캐릭터보다는 배우로써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뭉쳐야 뜬다’에서 미국 그랜드 캐니언을 가기는 해요. (웃음)”

고민이 많은 사람 장혁. 그 고민들은 배우 장혁을 한 단계씩 성장하게 만들었고,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시청자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본인과 작품 모두 ‘윈윈’하게 만들었다고 할까. 그것이 장혁이라는 배우가 가진 ‘위력’이다.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써 어떻게 30년을 갈까’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솔직히 제 얼굴이 배우하기에 좋은 얼굴은 아니에요. 그만큼 전형적인 얼굴이라는 거죠. 저는 액션을 잘하지만 그것에만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할까요? 항상 작품을 마칠 때 마다 ‘이번 작품도 뜨겁게 했다’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해요. 그만큼의 열정적인 태도와 자세를 갖춰야 해요. 오랫동안 복싱을 했는데 맞지 않으면서 경기에 오를 수 없어요. 맞을 수 있는 거리여야 때릴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가잖아요. 아프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쳐야 해요. 시합은 계속 돼야 하니까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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