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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사자’, 안성기 “인기는 허망한 존재”

기사 등록 2019-08-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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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기가 '사자'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데뷔 62년차 배우 안성기.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안성기는 ‘사자’에서 구마 사제를 연기하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선보여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을 다시 한번 입증해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본지는 지난 2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안성기를 만나 영화 ‘사자’에 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나선 안성기가 ‘사자’를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주환 감독이 시나리오를 전달해서 처음 만남을 가졌어요. 그 동안 조그마한 영화를 많이 했는데 큰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었어요. ‘사자’는 제작비를 많이 투자한 영화였고 특히 안신부 캐릭터를 제 생각하면서 썼다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진지하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기도 했고요.”

구마 사제 역을 맡은 안성기는 라틴어를 쉴새없이 외워야만 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완벽하게 라틴어 연기를 구사해낸 안성기는 현장에서 한번에 ‘오케이’를 얻어내며 ‘명품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다.

“라틴어는 넘어서야 할 산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다른 오컬트는 못 보겠더라고요. 제가 무서운 영화를 보면 잔상이 오래 남아서 잘 못 봐요. 어떻게 할까 굉장히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한 대로 가자’ 라는 결론이 나왔죠. 누구한테 물어 볼 수도 없고 정답도 따로 없어서 다 알아서 해야 했죠. 라틴어로 악령과 진짜 싸우듯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 감정들을 담아서 라틴어를 읊었어요. 정말 무섭게 외운 덕분인지 라틴어 장면에서는 NG가 하나도 없었어요. 김주환 감독이 원했던 것도 이거 아니었을까요. 바로 OK를 하더라고요. 나름 최선을 다 했죠. 목욕탕에서도 연습 했어요. 지금도 습관적으로 나와요(웃음). 운동하고 나서 제가 목욕탕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그 때마다 지금도 라틴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읊어요. 촬영 기간이 끝나고 2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외울 정도죠. 저한테는 사우나의 모래시계 같은 요소가 됐네요(웃음).”

▲ 안성기가 '사자'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으로 박서준과 처음 만난 안성기는 박 배우를 ‘매력덩어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박서준 씨의 모습은 사실 가만히 있을 때는 찬바람이 부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웃을 때는 완전히 아이 같은 모습이 보여요.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죠. 근데 또 그런 모습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조금 서늘한 매력도 있고요. 남자로서 굉장히 매력이 많은 것 같아요.”

‘사자’에서 최신부로 특별출연한 최우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첫 만남부터 착한 심성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만나서 같이 촬영하는 장면은 3번 정도 있었어요. 박서준 씨처럼 오랫동안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우식 씨는 잠깐 나오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라틴어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라틴어를 완벽하게 다 외워올 정도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안성기는 ‘사자’ 언론시사회에서 한 학생이 본인을 보고 김상중이라고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때의 일을 자세히 들어봤다.

“’연예가중계-게릴라데이트’ 때 중학교 1학년 친구가 나와서 저보고 김상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나 김상중씨나 둘 다 이상하게 됐죠(웃음).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나이 대에는 관심이 분명 다른 곳에 있을 거거든요. 또 저는 영화만 하는 입장이니까 더욱 더 당연한 현상이고요. 충격적이긴 했지만 언론시사회 때 말씀드린건 재미로 한 이야기에요. 그렇지만 이 친구들이 저를 더욱 잘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게 ‘사자’ 였으면 좋겠고 앞으로 그런 영화에 많이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배우 안성기에게도 슬럼프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 슬럼프에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잡아먹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였다.

“4년 동안 얼굴을 내비치지 못했죠. 그래서 움츠러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슬럼프 기간도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쉬는 기간 동안을 오히려 자신만의 시간으로 느끼고 내 가치를 올리면 그 기운이 나중에 분명히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일을 하는 것은 힘들어요.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준비해요. 몇 년 동안 준비기간이 충분했어요.”

안성기는 항상 ‘물음표’를 원했다. 이처럼 안 배우는 대중들에게 매번 새로운 연기를 펼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배우는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봤을 때 ‘저 사람은 기운이 없고 방전돼 있는 것 같고, 큰 매력이 없다’ 고 느낄 때 배우로서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은 뭔가 궁금하다. 뭘 할까? 준비가 잘 돼 있다’ 라는 것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욕이 없는 느낌을 주면 안 되는 거죠. 사실은 제가 2010년 즈음 원하지 않는 작품인데 거절을 못해서 했던 영화가 있어요. 제 자신에게도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었죠.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못 하게 됐을 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거절하는 것도 잘해요.(웃음) 이제는 확실하게 거절해요.”

▲ 안성기가 '사자'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오랜 시간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연출, 제작에 대한 제안도 있었을 터. 하지만 안성기에게는 오직 ‘배우’란 직업만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연출자로 데뷔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연출이라는 것은 머리를 싸매도 될까 말까 한 일이에요. 자신이 생각했을 때 ‘이 일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라고 느끼면 해도 돼요. 그런데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배우로서 연출가를 따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애초에 생각하는 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배우로서 나름 잘 해 나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릴 정도로 안성기는 오랜 기간 배우생활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배우의 자세’란 무엇일까.

“개인 스타일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적이고 겸손한 부분들은 항상 필요한 태도죠. 본인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그런 인성을 소유한 사람은 대체로 손해보다는 덕을 많이 봐요. 또, 변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해요. 저 또한 지금도 한결 같은 모습을 갖기 위해 노력해요.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돼요. 인기라는 건 허망한 존재잖아요. 인기를 따라가는 건 위험해요.”

안성기는 오랜 기간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올 정도로 자기 관리에 치밀한 사람이었다.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안성기는 생활 운동의 달인이었다.

“일부러 다이어트 한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옛날 사람들이 그냥 밥먹고 사냥하듯 생활운동을 해요. 다행히 배우라는 직업이 운동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체력은 내적 에너지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내면에 ‘핵’이 있어야만 뭔가를 해도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죠. 또 그런 비주얼은 점점 좁아지는 역할 속에서 더 넓은 캐릭터 폭을 만들기도 해요.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또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은 부상도 방지 할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제가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예요.”

독립영화, 상업영화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한다는 안성기는 진정 ‘배우’였다. 데뷔 62년차임에도 매번 채찍질하며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안성기를 ‘롤모델’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운전할 때 운전자, 걸을 땐 보행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배우도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운전만 한 사람은 보행자의 마음을 몰라요. 그렇듯 큰 작품을 한 사람은 작은 작품의 어려움을 헤아리기 힘들죠. 그런 일방향적인 어려움은 언젠가 극복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 독립영화들은 주제가 강하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런 작품들도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줘요. 상업영화 독립영화가 서로 어우러지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에요. 저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