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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악녀' 김옥빈, 숙희와 가장 닮은 배우 '액션과 감성을 한번에'

기사 등록 2017-06-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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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동규 기자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칸에 다녀온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대중들이 떠올릴 수 있는 배우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름다운 외모로 화제가 돼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이제는 외모가 아닌 연기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 김옥빈. 매번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대중들을 놀라게 했던 그가 이번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로 또 한 번 칸에 다녀왔다. 영화 ‘악녀’(정병길 감독)를 통해 파격적인 인물 뿐 만 아니라 고난도 액션까지 선보이는 김옥빈과 최근 서울 삼성도 모 카페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악녀’를 찍을 때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이 함께 왔어요. 작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었고 참고 영화도 많이 봤었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 여성에 특화된 민첩하고 날카로운 액션이 아닌 완전 와일드 액션인거에요. 그러면서도 ‘숙희’라는 인물이 가지는 감정은 너무 퓨어했죠. 그래서 매치가 안 되고 고민이 늘어가던 중에 작품을 판타지로 해석하니 폭이 넓어지고 연기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악녀’는 화려하고 시원한 여성액션으로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작품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김옥빈이 분한 숙희라는 인물의 휴머니즘적인 모습까지 병행한다. 연기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고난도 액션을, 그것도 여배우가 펼치면서 감성적인 부분까지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홍콩영화나 감성 느와르 장르를 좋아했어요. 제가 비슷한 부류의 영화에 출연해서 액션까지 하게 될지 몰랐지만요.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해요. 마스터는 아니지만 복싱같은 액티브한 운동을 즐겨하는 편이에요. 또 바이크와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구요. 이 모든 것이 배우의 재산이지만 쓸 곳이 없어 답답했는데 ‘악녀’라는 영화를 만나서 발전할 수 있었어요.”

▲ 사진=한동규 기자
김옥빈의 액티브한 취미생활은 이미 팬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운동을 아주 좋아할 뿐 아니라 민첩한 운동신경을 자랑하고 바이크와 자동차 운전이 취미인 자동차 애호가로 XTM 예능프로그램 ‘탑기어 코리아’에도 출연해 자동차 관련 지식을 뽑냈다. 거기에 해킹까지 취미로 즐길 만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조립까지 능숙하게 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공대 여신’, ‘공대 누나’의 느낌이 나는 김옥빈이기에 ‘악녀’의 숙희를 소화하며 외신에서까지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분들이 대역이나 CG로 액션씬을 찍었다고 생각하시지만 거의 대부분을 직접 연기했어요. 저도 저이지만 실사로 찍는 것을 지향하다보니 카메라 감독님들이 엄청나게 고생하셨죠. 저희 감독님은 감정연기나 휴머니즘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 배우들에게 맡기시지만 액션에서만큼은 속된 말로 빡세게 하셔서 완벽한 그림을 원하시거든요. 그래서인지 외신에서는 대부분 액션에 대해 신기해했어요. 다채로운 무기부터 바이크, 버스 액션같은 특이하고 고난도 액션이 많았으니까요.”

그는 칸에서마저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며 특히 오랫동안 팬이었던 ‘제시카 차스테인’과 만날 기회를 놓친 것에 큰 후회가 남는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님과 회포를 풀 때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날 만큼 ‘제시카 차스테인’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그런데 김옥빈과 대화를 할수록 세련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 액션과 서정적인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면이 그가 ‘제스카 차스테인’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도시적 얼굴에 기가 쎌 것 같은 이미지. 그런데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들은 말이 ‘시골의 소울이 느껴진다’에요. 순천에서 태어나 광양에서 자랐는데 주변이 다 논밭이었고 산, 계곡에 놀러가고 교복입고 수영하고 몇 년을 그 풍경 속에서 자랐죠. 감독님께서는 돌려서 말씀하셨지만 촌스럽다는 표현도 하셨어요(웃음). 저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요. 제가 진짜 순박한 시골감성이 있거든요. 아직도 사투리를 못 고쳐서 안 되는 발음이나 못 고치는 뉘앙스의 말투가 있어요.”

시골에서 자라 큰 문화생활이 없어 도장을 가서 빵먹고 산에서 들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는 소녀 김옥빈. 그는 이제 정적인 것 보다는 한 단계씩 마스터해 나갈 수 있는 도전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가 됐다. 김옥빈과의 대화 속에서 그의 순박한 면이 ‘악녀’의 숙희를 완성시키는데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학원 다니려고 버스타고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다녔어요. 왜인지 몰라도 가고 싶어서 엄마한테 졸라 한용수 원장선생님 밑에서 배웠죠. 학원은 집안 형편상 그만뒀지만 중학교 때에도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그쪽 분야로 자꾸 체크를 하게 되더라구요. 지방이다 보니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영화 한 시간은 넘게 나가야하고 결국 실질적인 체감을 하고 꿈을 꾼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상하게 딱 고3졸업 시즌 때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정립됐어요. 그래서 혼자 서울로 홀로 올라왔죠. 돌아보면 몰랐으니 용감했던 것 같아요.”

▲ 사진=한동규 기자김옥빈은 자신도 모르게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무지의 선택을 주저 없이 걸어 지금에 이르렀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그는 천생 배우가 될 운명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었다는 사실보다 홀로 서울로 올라올 만큼의 용기의 원천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저는 성격이 원래 그런 것 같아요. 작품 선택부터 큰 심사숙고 없이 ‘일단 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요. ‘악녀’ 역시 그랬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으면 작은 역할도 큰 고민 없이 일원이 되고 싶어 해요.”

그는 일이 잘 풀리기 전까지는 힘들지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배우였다. 실제로 김옥빈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의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긍정적인 기운이 배우로서의 성공에 발판이 되었을까. 꿈 많던 소녀는 이제 꿈을 이룬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났다.

“어릴 때는 막내 역할이었는데 지금은 현장에서 저보다 연차가 많으신 분들이 몇 없어요. 서운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져요. 어렸을 때는 마냥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기고 돌아보기도 하고 주위 후배들을 챙기려고 노력해요. 오지랖이 늘어 난거죠.(웃음)”
배우를 동경하던 소녀가 누군가에게 동경 받는 대상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악녀’는 그의 책임감과 열정,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대표작이 될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혼자 소화해야하는 부분이 많았으니 어떻게 인내하고 집중해야하는지를 보았어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한 번에 오니 처음 겪었을 때는 혼란스러웠죠. 그러나 결국 ‘배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어요. 그러니까 ‘한 번 더 하면 우습게 넘길 수 있겠구나’라는 점이 생겼죠. 폭이 넓어졌어요.”

꿈이 가득했던 소녀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지금도 여전히 한 단계 마스터해나가는 데 성취감을 느끼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김옥빈이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악녀’가 이정표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잘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잘했는지 모르겠지만 잘했다면 정말 유행처럼 많은 도전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김옥빈과 숙희는 닮아 있다. 시원하고 화려한 고난도 액션을 펼치고 액티브한 활동을 즐겨 하지만 동시에 순박하고 순수한 감성을 지녔다. ‘악녀’는 시원한 액션 뿐 만 아니라 숙희라는 인물을 완성시킨 김옥빈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닌 영화라 생각이 들었다. 김옥빈의 바람대로 ‘악녀’가 한국 영화의 새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