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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악녀' 정병길 감독,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신선한 연출

기사 등록 2017-06-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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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딜라이트' 제공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최근 새로운 도전으로 국내를 비롯해 칸까지 놀라게 한 영화가 있다. 바로 ‘악녀’다. 시원하고 화려한 액션 뿐 만 아니라 고난도 액션까지 펼쳐 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 ‘악녀’. 작품은 액션에 휴머니즘까지 더해 깊이를 더해 외신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악녀’의 감독 정병길을 삼성동 근처 모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액션은 새로운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아서 고민을 많이 했죠. 관객 분들은 여러 가지를 투자하시면서 오시는 건데 소중하잖아요. 아깝지 않고 후회 없이 ‘영화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단순하죠.”

▲ 사진='딜라이트' 제공
정병길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신선함이다. 그리고 그 신선함을 추구하게 된 원천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시스테마와 같은 유행성 짙은 무술은 최대한 지양하고 좀 더 와일드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신선한 액션을 찍기 위해 몰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악녀’의 주인공 숙희를 분했던 배우 김옥빈은 처음 영화의 액션을 접했을 때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여자 액션은 예쁘게 찍고,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 자체를 없앴어요. 다만 휴머니즘 적인 부분은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맡겼죠. 시나리오 안에 답이 있고 연기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악녀’는 휴머니즘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이 확실하게 표현돼 액션이 더욱 부각됐다. 한 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그리고 그 두 마리의 토끼는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병길이라는 사람은 작품에 대해 폭 넓은 생각을 지닌 감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폭 넓은 생각은 다양한 장면을 통해 작품 속에서 드러났다.

“종합적인 부분에서는 버스씬이 좋아요. 마냥 좁지만은 않으면서도 동적이고 시각적인 부분을 극대화 하면서 디자인 할 수 부분이 많았어요. 카메라 무빙이나 엔딩으로 치닫는 느낌도 좋고요. 어렸을 적 ‘버스에서 싸우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에 써놓은 시나리오도 있었어요. 음,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오토바이씬이요. 칼싸움도 좋아했고 액티브하고 촬영하는데 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만큼 마음에 드네요. 다음으로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잘 표현된 장면은 결혼식 장면인 것 같아요. 웨딩드레스와 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날 사랑하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소스는 정말 끌리는 것 같아요.”

작품은 다양한 장면이 노출된 만큼 다양한 연출기법 또한 돋보였다. 영화의 액션과 감성을 극대화 시키며 완성시킨 것은 역시 정병길 감독의 연출이 아닐까 싶다. 카메라 기법 뿐 만 아니라 공간과 색감 시간적 구성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장센과 꽉 찬 구성의 연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사진='딜라이트' 제공
“공간이야 앞서 말씀드린 신선함을 추구한 결과에요. 액션에 있어서 장소나 거울같은 소품은 주요 포인트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공간을 실었죠. 카메라는 편집의 힘도 컸지만 기본적인 액션신은 카메라가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역동성을 살렸어요. 장비를 쓰지 않고 핸드로 테이크를 직접 들고 촬영해서 엑티브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죠. 미장센 같은 경우 초반 몽환적이고 판타적인 분위기로 현실과 판타지의 모호한 경계를 노렸죠. 이것 역시 신선함을 추구한 결과에요. 색 보정은 최소화 하고 미술로서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작품의 뒤죽박죽 섞인 시간적 개념은 혼란스럽거나 의문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시간을 공간이나 소품 혹은 색을 통해 전달하기도 하고 사건을 통해 이어붙이기도 한다. 휴머니즘적인 부분의 색감은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가도 액션에서는 시원함과 화려함이 돋보인다. 이처럼 영화는 매 장면마다 각기 다른 연출과 색감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해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었다. 정병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이미 외신에서도 호평이 자자하다.

“액션 자체가 할리웃 풍도 아니고 그렇다고 홍콩 풍도 아닌게 ‘이게 뭔가’ 싶어 신기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 영화가 만든 영화 중 제일 신기해하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저는 길거리를 지나는데 일반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정말 신기했는데 말이죠(웃음). 심지어 할리웃 에이젼트에게 연락이 와서 미팅까지 잡혔어요. 저도 덩달아 신기합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한국 영화의 기준점’ 등 작품은 이미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명세를 띠고 있다. 어느 순간 ‘이 정도의 영화를 촬영하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이나 고충은 없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시간순으로 촬영하는 것이 배우에게도 제작진에게도 정말 좋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좀 힘들었죠. 또 2회차에 촬영해야 할 장면을 1회차에 끝내거나 좀 더 파격적으로 진행해야하는 공간이지만 그럴 수 없어 소극적으로 촬영해야 했던 장면들, 고충은 그냥 현실에 부딪혀 만족하지 못했을 때가 힘들었던 것 같네요.”

정병길 감독의 고충은 그저 영화에 대한 만족도에 좌우됐다. 좀 더 신선하고 잘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을 때, 그의 고충은 딱 그 정도였다. 그만큼 영화는 부족함 없이 잘 만들어졌고 감독과 스탭 그리고 배우까지 잘 어우러져 있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할 것이다.

‘관객의 만족’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태어난 신선한 작품 ‘악녀’. 그리고 그 악녀를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완성시킨 정병길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며, 영화 ‘악녀’가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뻗어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