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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고백부부’ 손호준, 그였기에 가능했던 ‘최반도’

기사 등록 2017-11-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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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누군가는 배우 손호준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인생작을 만났다’라고. tvN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KBS2 ‘고백부부’로 다시 한 번 인생작품을 경신했다.

손호준은 극중 최반도 역할을 맡아 장나라와 호흡했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40대 대한민국 남편을 대변했고 삶에 찌든 가장들의 애환을 어루만졌다. 20살로 돌아갔을 때는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의 우정을 고스란히 화면 위에 담아내 찡한 감동과 함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고백부부’를 통해 손호준은 캐릭터, 시청률, 화제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역시 이번 드라마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감사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후 휴식기에 접어든 손호준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 친구도 그렇고, 결혼하신 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부부사이가 좋아졌어’라고 하셨어요. 몰랐던 부분들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와이프랑 다음 주에 여행가’, ‘드라마 보면서 맥주 한 잔 해’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인생작품을 만나 감사하고 뿌듯하기도 하죠.”

‘고백부부’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과 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드라마다. 20살로 돌아간다는 ‘타임슬립’ 장르는 식상함이 있을 법 한데,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던 감정을 끄집어내 매주 금, 토요일 밤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속에서 손호준은 ‘철부지’ 최반도를 알고 보면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가장’ 최반도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특히 그의 오열 연기는 가장으로서 느끼는 고충과 책임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끔 만들었다.

“저는 철저하게 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다보니 내면을 잘 알잖아요. 철저하게 반도를 연기하면서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도가 얄미워 보이는 부분이 많을 수 있요. 반도의 진심에 대해 잘 몰랐을 테니까요. 반도는 진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반도는 매사 최선을 다했었고, 열심히 살았던 친구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당한 친구예요. 그런 진심이 안 통했다는 것은 초반에 반도가 진주에게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툴툴거리면서 밀어냈던 것 같아요.”

첫 방송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던 ‘고백부부’는 잘 짜인 스토리,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7.3%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 시작 전만 해도 타임슬립이라는 식상한 장르와 시청률 난항에 빠졌던 KBS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연장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을 들을 만큼 뜨거운 호평 속 종영했다.

“대본 자체가 재밌었어요. 대본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잘 살릴 수 있을까, 대본만큼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가 오더니 ‘부부사이가 좋아졌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친구의 가정에 행복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죠. 하하”

“많은 것을 배웠던 작품”이라고 말한 손호준은 그만큼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가장, 남편, 아버지를 연기한 그였기에 작품을 하면서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고. 또 ‘결혼’에 대한 생각도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집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게 가장이구나, 힘드셨구나’ 하는 것들을 알게 됐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이번에 광주에 내려가서 아버지와 술 한 잔 할 생각이에요. 술 한 잔 하면서 아버지에게 진중하게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결혼도 ‘고백부부’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하면 사랑받는 사위가 되는 구나, 부부사이에서는 조그마한 이야기도 대화를 자주해야하고 싸울 때는 바로 풀어야하는구나 라는 것들을 배웠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랑 어머니께서 예쁘게 잘 사시는데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서로의 편이셨죠. 그래서 저도 일찍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손호준과 장나라의 연기 앙상블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열연은 ‘고백부부’에 더욱 힘을 실은 것. 짧은 12부작이었지만 여운만큼은 길게 남는 이유 중 하나, 바로 손호준, 장나라의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호연이 아니었을까.

“장나라 선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필모를 쌓아오셨잖아요. 촬영할 때보면 너무 잘 알고, 다른 친구들도 잘 챙겨주셨죠.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어느 시점부터 물 흐르듯이 지냈어요. 예능드라마인데, 너무 슬픈 이야기가 많아서 저도 대본을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진주가 과거로 가서 엄마를 따라다니는 장면이 너무 슬펐죠.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었을 거예요.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도 드라마의 내용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응답하라 1994’ 이후, 배우로서 다시 빛을 본 손호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고 했던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배우로서 ‘노력단계’에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노력단계예요. 배우라고 외치고 다닌다고 해서 배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줘야지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방향성, 목표, 지향하는 것은 배우가 되고 난 다음 다시 가져야하는 목표라고 생각하죠. 아직 정해놓은 기준은 없어요. 저 스스로 노력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자신감과 자만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과하게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는 건 행복한 사람이죠.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자체가 감사한 마음입니다.”

인터뷰 내내 손호준은 감사함과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고백부부’를 만나서 감사했고, 최반도라는 인물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손호준이 말한 ‘진정한 배우’란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던 간에 그가 앞으로 펼칠 연기, 그리고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됨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