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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천재 스토리텔러의 귀환

기사 등록 2017-12-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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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와 동창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충무로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장항준 감독. 그가 9년 만에 ‘기억의 밤’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가 관객 앞에 선보인 영화 ‘기억의 밤’은 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한다.

우리가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스릴러로 관객들을 찾아온 장항준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에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9년 동안 놀았던 건 아니에요. 드라마도 두 편 하고, 영화도 한 개 엎어지고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죠. 항상 영화를 생각했어요. 영화계가 절 원하지 않았지 저는 항상 영화를 원했죠.(웃음)”

장항준 감독은 2014년 처음 소재를 떠올려 시나리오 구성 단계부터 초고를 쓰는 기간까지 꼬박 1년의 공을 들였다. 시나리오를 탈고한 이후에도 제작진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 가며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기억의 밤’. 그는 완성된 자신의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기 작품에 100% 만족하는 감독은 없어요. 제가 영화 완성본을 처음 본 건 일반 관객 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전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하는 ‘기술 시사’를 하는 날이었어요. 이 때 스태프들이 자기 분야를 다 한 번씩 점검하는데 이 때 영화를 보고 스태프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만족스러워 하니까 저도 만족스러웠죠.”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기억의 밤’은 강하늘, 김무열 이 두 배우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끌고 나간다. 장항준 감독은 자신이 1순위로 생각했던 배우들과 일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하늘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미쳐가는 동생 ‘진석’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파격적인 비주얼과 디테일한 내면 연기로 배우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하늘은 ‘동주’를 보고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주’라는 영화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거기서 강하늘을 보고 ‘대단하다. 저 나이에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죠. 정적인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영화를 보고 강하늘이라는 배우에게 꽂혀서 시나리오도 먼저 줬어요. 저 배우랑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시나리오가 마무리 될 쯤에 줬는데 굉장히 빠르게 대답이 왔죠. 제가 딱 점찍은 배우랑 일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또 한 명의 주연인 김무열 또한 장항준 감독이 1순위로 생각한 배우였다. 장항준 감독은 김무열을 ‘야누스적인 얼굴을 가진 배우’라고 설명했다.

“김무열은 처음에 ‘은교’의 모범생 같은 역할을 생각했어요. 안경이 잘 어울렸고, 몸도 좋으니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부합했죠. 김무열은 가만히 있으면 눈빛이 굉장히 묘해요. 그래서 양면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연기야 워낙 잘하는걸 알고 있으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줬더니 또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캐스팅은 수월하게 됐습니다.”

특히 김무열은 ‘기억의 밤’을 통해 선과 악을 오가는 열연으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장항준 감독이 매력으로 꼽은 ‘야누스적인 매력’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제대로 이끌어갔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김무열씨가 맡은 ‘유석’이라는 역할 자체가 좋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배역 자체가 김무열이 제대로 놀 수 있는 토대가 된 것 같아요. 강하늘은 주어진 것에 있어서 잘해냈고, 김무열은 저조차도 놀랍다고 생각했죠. 배우가 칭찬을 받을 때 감독으로서 진짜 기쁘죠.”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렇듯 ‘기억의 밤’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물론, 뇌리에 꽂히는 강렬한 사운드와 액션신이 스릴감을 배가시키며 극의 몰입을 높인다.

“이 영화는 ‘소리의 영화’예요. 스릴러에서 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비주얼만으로는 안돼요. 걸어가면서 발 내딛는 소리부터 문을 여는 소리까지 섬세하게 디자인 됐죠. 현장에서 쓴 음은 거의 없고 다 만들어 썼고 보시는 분들이 소리에 대해서 섬세하게 느낄 수 있을만한 것들을 신경 써서 처리했어요.”

장항준 감독은 자신이 9년 만에 들고 나온 이 작품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라며 영화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전했다.

“영화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을 잘 찾아내는 게 관전 포인트일 것 같아요. 영화를 다 보고도 못 본 장면이 있을 거예요. 곳곳에 숨겨놓은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그리고 시대적으로 겪었던 것들,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9년 만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로 우리 앞을 찾은 장항준 감독.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던 장항준 감독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을 찾아오게 될지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