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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엑시트 조정석' "용남, 촬영하며 더 멋있게 느껴져"

기사 등록 2019-08-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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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조정석 주연의 영화 '엑시트'가 6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며, 올 여름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고 있다.

재난 영화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클리셰가 아닌, 짠내나는 소시민의 가족 구하기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큰 대의가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조정석의 연기에 모두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조정석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능청스럽운 코미디 연기의 집약체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최근 본지는 조정석을 만나 '엑시트'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나눠봤다.

조정석은 '엑시트' 대본을 읽고 어떤 생각을 임했을까. '건축학개론'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조정석표' 코미디 연기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또 조정석은 본격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대본을 읽고 난 후 가장 첫 번째 목적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코미디를 어떻게 잘 엮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엑시트'는 용남(조정석), 의주(임윤아)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무언가를 위해서 포기하고 희생하는게 아닌 '어쩔 수 없이' 배려하는 이들의 태도가 이 영화가 다른 재난 영화와 대척점에 있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과 연기를 불편함 없이 볼 수 있 수 있는 건, 조정석의 생생한 연기 덕분이다. 조정석은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캐릭터와 많은 시간 고민 한다고.

"영화가 급박한 상황인데 어딘지 모르게 웃긴 상황들이 튀어나오죠. 그런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었어요. 대사를 바꾸거나, 뛰어내리는데 현실감을 주기 위해동작을 바꾼다든지요. '엑시트'가 전형적인 서사일 수도 있지만 시퀀스는 절대 전형적이지 않거든요. 그게 우리 영화의 장점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앙상블이 아닌, 다른 방향성의 연기나 호흡들을 발견했을 때 시너지가 커지죠. 현장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런 생각들을 많이 연구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한 선배가 '어떻게 하면 연기를 이상하게 할까'를 고민한다고 했거든요. 어느 정도 동의 해요. 어떻게 해야 이 장면이 효과적일까를 항상 고민하죠."

이런 조정석을 흔히 '생활연기의 달인'이라 부른다.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주변인같은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기 때문이다.

"저희들의 어떤 목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상의 인물과 픽션이 현실적으로 보여져야 하니까요. 그래야 관객들이 몰입을 할 수 있고요. 배우 모두가 생활연기를 하신다고 생각해요."

조정석은 '엑시트'를 위해 근력 운동부터 클라이밍까지 섭렵했다. 철봉 위에서 서커스단처럼 유연하게 자세를 바꾸는 첫 장면부터 짐작 할 수 있다.

"그 장면은 기초체력을 엄청 올려놓고 촬영했어요. 철봉신 위해서 근력 훈련을 엄청 했어요. 와이어 도움을 받은 몇개의 장면이 있지만 거의 스스로 했습니다."

"와이어를 이용해 옥상에 올라가고 봉을 들고 건물 사이를 건너고, 글로는 상상이 잘 안됐어요. 현장에서 세트를 보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많이 무서웠어요. 매번 새롭게 무서워요. 영화에서는 한 장면으로 나오지만 배우는 몇 테이크에 걸쳐 찍잖아요. 근육도 풀어주며 촬영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사사건건 다 힘들었어요.(웃음)"

조정석은 소녀시대 윤아와 함께 촬영하며 있었던 일들도 들려줬다. '청순의 아이콘', '요정' 이미지로 사랑받는 윤아이기에, 구르고 뛰는 의주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했지만. 쓸데없는 일이었다. 또 윤아와의 멜로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딱 그정도'였기에 '엑시트'가 더 재미있게 나올 수 있었다는 조정석의 설명이다.

"저도 정말 힘들었지만 윤아 씨 걱정도 많이 됐어요. 같이 뛰고 오르고 넘어지는 신이 많은데 나도 이렇게 힘든데 윤아 씨는 얼마나 더 힘들까 싶었죠. 윤아 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어도 걱정이 있었을거예요. 그런데 윤아 씨가 첫 클라이밍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었죠."

"멜로가 없는게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 러브라인이 조금이라도 더 갔다면 별로였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 읽을 때도 에필로그가 없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 잼엔터테인먼트

'엑시트' 감동의 절정은 용남과 가족간의 관계에서 온다. 막내아들 용남을 재난상황 속에 내버려두고 먼저 구조된 부모, 형제의 마음의 애타는 마음이 코믹한 상황 속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드러났다.

"제일 기분 좋은건 가족들의 현장 분위기가 영화에서도 잘 묻어난 것 같아서 울컥했어요. 영화를 보는데 그 때 고생했던 것들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영화가 재미있어서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케미가 어마어마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는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가족들과 촬영하다가 혼자 촬영할 때는 외롭고 쓸쓸했어요. 우리 누나, 매형, 조카들이랑 언제 찍지 수시로 체크했어요. 그만큼 호흡이 좋았어요."

조정석은 '엑시트'에서 상황과 대사 등을 자주 만들어냈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장면은 의주에게 차인 후 '쿨하지만 슬픈' 용남의 대처다. 이 장면에서는 안 웃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끝난 후에도 회자되고 있다.

"슬픈 시퀀스죠. 의주에게 차이고 너무 다운돼 있으면 재미 없을 것 같았어요. 지문에 '눈은 슬픈데 의연하게'라고 써 있길래 쿨하게 대처해보자 싶어 엄지를 들어올려봤어요. 그 상황에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제 상상이죠. 그래서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대단하게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서는게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낸 용남을 조정석은 촬영을 하며 점점 더 애정을 갖게 됐다. 용남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점을 보지 않았을까.

"영웅에 대한 특별한 로망은 없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용남이가 멋있더라고요. 찬반신세에 짠하고 지질하기 때문에 더 멋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이 아닌, 취미 활동의 재능을 쓸 수 있는, 자그마한 재능으로 가족들을 구해내고 희망을 던지잖아요. 그런 지점들을 발견하며 읽었어요. 용남이가 '무엇이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란 말을 해주는 것 같아요."

▲ 잼엔터테인먼트

'엑시트'의 또 다른 미덕은 짧은 러닝타임이다. 103분이라는 2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상황들의 변주가 군더더기 없이 춤을 춘다. 이상근 감독의 탁월한 능력에 조정석도 동의했다.

"편집되서 아쉬운 점을 못찾겠어요. 그래서 더 만족스러워요. 한 마디로 모든 장면들이 유연하게 잘 연계돼 있단거죠. 전체적으로 편집을 잘하신 것 같아요."

그는 올해만 2016년부터 '형', '마약왕', '뺑반' 그리고 2019년 '엑시트'까지 쉴새 없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연기란 업이 재미가 있기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공연할 때 그런 경험을 일찍 맛봐서 극복했어요. 그래서 다행이죠. 2005년에 원캐스팅으로 9개월동안 무대에 섰거든요. 그 때는 '좋아서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30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조정석. 40대에는 조금 더 스펙트럼이 넓어진 조정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제가 40대가 됐어요. 저의 배우 생활에 있어서 30대가 그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30대에 느꼈던 열정이 40대에도 이어졌으면 해요. 여유로워지고 편해진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열심히 안하고 열정이 뒤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