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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병헌 감독 "'극한직업', 스스로도 즐거웠던 작업"

기사 등록 2019-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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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이병헌 감독이 '극한직업'으로 1,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개봉 4주차를 향하고 있지만 기세가 꺾이고 있지 않다. 신작들의 공세에도 20만 관객이 넘는 일일 관객수를 동원하고 있으며, 예매율도 부동의 1위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이 감독은 '극한직업'이 코미디를 처음 한다고 느낄 정도로,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했다. 모두가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고, 관객들은 적확하게 응답하고 있다.

"'바람바람바람' 촬영을 마치고 정신적으로 많이 소진된 느낌이었어요. 너무 집중을 했죠. 코미디란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태였어요. 다음 작품은 편하게 많이 웃을 수 있는, 나도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싶었어요. 마침 '극한직업'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이 정도 설정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극한직업'은 배세영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이병헌 감독의 각색이 첨부됐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 각색 포인트를 어디에 맞췄을까. 이 감독은 작정하고 웃기고 싶었다.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었어요. 분량 자체도 엄청 났고요. 악당 쪽 인물들이 훨씬 많았어요. 90페이지에서 60페이지로 줄이는 작업을 하고 아이디어도 보태고 싶었어요. 상황을 비튼, 본 적 없는 에피소드를 추가했습니다. 가장 크게 생각한 건 모든 신에 코미디 요소를 삽입하자였어요. 과해도 후반 작업 때 걷어내면 되니까요. 웃음에 많이 포커스를 맞췄어요."

이병헌 감독의 시그니처는 '말맛'이다. 감칠맛나게 튀어나오는 대사들과 라임에 열광했다.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감각에 제일 기여도가 높은 부분이다. '스물도', '바람바람바람'도 마찬가지. 기대감은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그의 어깨에 얹힌다.

"전작들에 비하면 (부담감이) '극한직업'은 덜했죠. 전작들은 불편한 요소들이 있었잖아요. 민감하고 예민한 것에 코미디를 첨가해야하니, 부담감이 있었죠. 자칫하면 후져보이거든요.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나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겠어요.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대사를 쓰는데 기술적으로 고민과 부담이 많이 됐죠. '극한직업'은 영화톤 자체가 불편함이 적었기에 부담감이 덜했어요. '말맛'보다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상황에 따라가는 코미디라서 대사는 거들 뿐이었죠,"

'바람바람바람'에서 함께했던 신하균이 특별출연으로 '극한직업' 이무배로 활약했다.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후반부에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감독은 이무배를 신하균이 연기할 때 시너지는 조금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리 차원에서 배우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시나리오 빨리 읽는거죠. 시나리오가 별론데 선택할 배우가 있을까요. '이무배를 신하균이?' 신하균이란 이름을 떠올렸을 때 웃음이 먼저 났어요. 신하균 씨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고요. 자기도 못해본 캐릭터라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마약반'으로 다시 없는 코믹한 케미스트를 안긴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특히 이동휘의 연기 결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코미디와는 달랐다. 흐름과 타이밍,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센스는 이동휘가 얼마나 유연한 배우인지 가늠하게 해줬다. 하지만 코믹적인 요소에 전면으로 나섰던 이동휘는 이번에는 한 발 자국 물러난 포지션이었다.

"다섯 명 자체가 주인공이 아니라, 마약팀이 주인공인 영화잖아요.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안에서 풀지 못한게 영호였어요. 비중이 묻히더라고요. 이러면 내가 생각했던 밸런스가 안나올 수도 잇었는데 이동휘란 배우가 캐스팅 되니 그 걱정이 사라졌어요. 동휘 씨도 완숙한 지점에 올라있는 배우잖아요. 완급 조절을 잘해줬어요. 결정적으로 웃겨도 되는 신에서는 명확하게 웃겨주더라고요. '극한직업'에서 다섯 명의 케미 밸런스를 잡은건 영호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병헌 감독은 형사, 수사, 마약 등 영화에서 수없이 쓰인 이 단골 설정들을 가지고 관객들을 뒤집어놨다. 이 결과의 출발은 '전형적인게 왜 전형적일까'의 고민이었다고.

"그게 재미있고 편안해서 인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변주를 시켜야 하는데 제 능력으로는 거기까지 도달이 안되더라고요. 전형성이 남아있는 장형사와 마형사를 제가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류승룡 선배가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으니 진선규와 이하늬란 새로운 조합을 생각할 수 있었어요. 배우분들이 뻔하게 봐질 수 있는 캐릭터를 굉장히 유익하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서민들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인 치킨의 몫도 컸다. 가장 친숙한 음식을 이용해 마약이 침투하는 과정이라니. 이병헌 감독이 앞서 말한 '재미있기 때문에 전형적인'이란 발상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장사경험이 있어서 자영업에 대한 시스팀에 이해가 있어요. 소시민적이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에게 침투하는 절대악이 어떤 경로로 유입될까 고민하다가 친숙하고 서민적인 음식을 활용할 것 같았죠. 치킨이 가장 가깝고 시각, 청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에서 최대한 자신의 의견은 걷어냈다. 이병헌만의 작품이 아닌, 배우, 스태프들의 피드백을 받은 '모두의 작품'이 됐다. 이런 작업 소통 방식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전작에서는 제가 모든걸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놔두고 열어뒀어요. 제 취향이 마니악해서(웃음). 제 코드로 밀어붙이면 의도했던 대중성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막내 공명도 상업영화가 처음인거지 연기 능력은 많은 배우여서 배우분들의 의견도 많이 들었어요. 내가 영화인이 아니고 예능인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습니다. PD들도 완벽하게 디렉션 하질 않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했고 수렴했어요. 스태프들에게 다수결도 받았어요. 이 영화에 꼭 필요한 지점이었죠. 대중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전작들도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죠. 조금 더 상쾌하다고 해야할까요. 고립되는 느낌이 덜했어요. 감독이라는게 결정을 혼자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굉장히 외롭거든요. 이번에는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 작품에 만족하는 감독이 몇이나 있을까. 이병험 감독도 '극한직업'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살인적인 폭염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족스러운 컷들을 많이 건져내지 못했다는 설명.

"추돌신을 찍었던 날이 111년 만에 폭염이었어요. 스케줄 상 4일 안에 찍어야 해서 폭염을 피해갈 수 없었죠. 제가 그린 그림과 호흡이 있는데 여건이 안되더라고요. 배우가 한 번 뛰면 30분을 뛰면 30분은 뛰어야 해요. 스태프들도 쉬어야 되고요. 촬영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됐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필요한 컷만 찍고 테이크도 제한적이었어요. 테이크 두 번 가면 무조건 오케이 했고요. 못쓰는 화면이어도 오케이 했어요. 찍을 신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 신에 매달려 있을 수가 없었어요. 관객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감독인 제게는 좋은 날씨에 다시 한 번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고집스럽게 블랙코미디를 좋아했던 20대 청년은 현재 40대가 되니 편안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됐다. 과거를 부정하기 보다는 바뀌는 환경에 자연스레 생각도 변화하게 됐다.

"20대 때 영화를 시작할 때 블랙코미디에 빠졌어요. 차가운 방식을 사용하지만 들여다보면 따뜻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적으로 그렇게 풀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시도는 했는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고 아이가 커가면서 생각도 바뀌었어요. 편안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방법을 재단하기보단, 아직도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긴 해요."

이병헌 감독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 준비에 한창이다. 영화, 드라마 매체의 구분을 떠나 보는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객을 어느 지점에 어떻게 끌어들이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고민하는게 어려워요. 잔재주로 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아요. 구조적인게 가장 힘드네요."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쉼없이 달려온 스스로에게 여유를 준 작품이 '극한직업'이라고 전했다. 즐겁게 만든 '극한직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감독으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른 살 때 목표나 생각이 명확하게 있었어요. 굉장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 웃지 못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은 내가 보였어요. 여유있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 작품이 '극한직업'입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