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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 ‘버닝’, 칸 사로잡을 젊은이들의 이야기

기사 등록 2018-05-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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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동규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영화계 꿈의 시상식 ‘칸’의 강자,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는 ‘밀양’, ‘시’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칸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영화 또한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 초호화 캐스팅과 함께 만만치 않은 작품성으로 국내외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라고. 현대 사회의 자화상과 세 사람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버닝’은 과연 5월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수 있을까.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영화 ‘버닝’의 칸 영화제 출국전 공식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이창동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 등 세 사람의 만남과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언론시사회 없이 영화를 소개하게 된 것에 죄송한 마음을 표현한 이창동 감독은 최선을 다해 영화를 소개했다. 그는 ‘버닝’이 젊은이들의 내면을 담았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8년간의 공백동안 했던 고민들과 생각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이창동 감독은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 다음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또 우리가 사는 세상, 젊은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며 “저도 자녀가 있고, 예전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을 바라보면서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젊은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또한 그는 “우리 영화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를 생각해봤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기 부모보다 못 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세상은 발전해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라며 젊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젊은이들의 무력감이나 속 안에 이는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을 하나의 ‘수수께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미래의 희망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그런 젊은이의 상태를 일상적으로 표현해냈다”고 덧붙였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들과 이창동 감독은 공통적으로 원작위에 한국적인 색깔을 창의적으로 더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칸 영화제에 출격해 국내외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스티븐 연은 “감독님을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단편이 가지고 있는 색깔의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차이점을 잘 살린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더 특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창의력이 들어가고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도 “저는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시나리오 안에 굉장히 구체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인물의 대사나 감정들이 세세하게 표현돼 있다. 원작을 따라갔다기 보다는 한국의 배경,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 된 것 같다.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만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만한 지점이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 사진=한동규 사진기자
유아인은 ‘버닝’을 촬영하면서 본연의 모습을 연기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아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강박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아인은 “이번 영화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많은 작품을 소화하다보니 화려한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순간들, 지나치게 외향적이게 된 관성에서 벗어나서 느낌 위주로 연기했다. 있는 그래도 사실에 가깝게 연기함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 두는게 이번 영화 촬영의 과제였던 것 같다”고 진솔한 마음을 드러냈다.

‘버닝’은 개봉을 앞두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생각하시는 것처럼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또 유아인 또한 청소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아인은 “저희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등급을 받았는데 저는 청소년들이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관객의 입장으로 왔을 때 새롭게 말을 거는 영화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윤리에 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선과 악, 좋음과 나쁨, 명과 암 등을 영화에서 수도 없이 접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희망찬 영화를 봐도 세상이 계속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변화된 세계관을 담았다. 또 윤리적인 문제를 담았다는 이창동 감독의 이전작 들과는 달리 ‘일상적인 서스펜스’를 담았다고 한다. 이것이 칸 영화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인 듯 했다.

이창동 감독은 “저는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길 원했다. 다만 이번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느낌이나 생각이 변화된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이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아무렇지 않은 듯 흘러가는 일상 속에는 크고 작은 긴장감들이 존재한다. 스트레스부터 무력감, 분노 등 감정의 홍수 속에서 말이다. 특히나 최근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불안정함 속에서 자신의 심지를 지켜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청춘의 이야기. 하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던지는 ‘버닝’은 오는 17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