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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공작’ 주지훈, 그는 여전히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기사 등록 2018-08-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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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2018년은 가히 ‘주지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신과함께-죄와 벌’을 시작으로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그리고 하반기에 공개 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영화 ‘암수살인’까지. ‘대세배우’의 타이틀을 굳히고 있는 주지훈이지만 그는 절대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이슈데일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공작’의 주지훈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주지훈은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공작’으로 바쁘게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 여름 극장가는 주지훈으로 시작해 주지훈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미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7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그는 ‘공작’으로 2연타 흥행을 노리고 있다.

“‘공작’은 저에게 뿌듯한 마음이 드는 작품이에요. ‘신과함께’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죠. ‘공작’은 이 장르 안에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죠. 굉장히 보편적일 수 있는 얘기라서 깊은 울림을 받은 작품이에요. 관객들이 그걸 같이 느껴주셨으면 좋겠고, 저도, 작품으로도 ‘신과함께’와는 다른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주지훈은 ‘공작’에서 북경 주재 국가안전보위부 제2국 과장 정무택을 연기했다. 정무택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위협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전사를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완전한 (북한) 전문가가 있으니까 접근성이 용이했죠. 그 분의 첫 단어가 그거였어요. ‘훈련된 사냥개’.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엘리트라는거죠. 목적이나 이유가 있어서 사람들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이 사상과 체제를 지켜나가는 게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의심하는 인물이에요. 저는 이 역할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굉장한 FM일 뿐 이고 선(善)역이죠.”

주지훈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이미지, 악동의 장난기와 악당의 섬뜩함을 동시에 갖춘 복합적인 매력까지. 그는 ‘공작’에서 출연 시간과 장면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다.

“예상보다 (캐릭터의) 반응이 더 있어서 좋더라고요(웃음)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진지하다보니까 숨 쉴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제 역할이 코믹요소는 아니고, 우린 진지한데 관객들이 볼 때 웃긴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을 제가 담당한거죠.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까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리얼리티하게 전달하면서 관객 분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촬영하고 1년 넘게 후반 작업을 했어요. 저를 포함해서 배우들이 녹음도 다시 하고 톤도 바꿔보고 공을 엄청나게 들였죠.”

올 여름 개봉하는 BIG4 영화 가운데 무려 두 영화의 중심에 선 주지훈. 앞서 지난해 겨울에는 하정우가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로 쌍끌이 흥행을 견인했다면, 올해 여름에는 주지훈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 많은 사람들은 경쟁작 이라고 말하지만 주지훈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다.

“두 영화가 말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영화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달라요. 촬영 당시에는 개봉 날짜가 겹칠 줄 몰랐죠. 개봉 시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니까 웃기더라고요. 작년 겨울에 하정우가 고생하는 걸 옆에서 봤고, 제가 약올렸거든요. ‘근데 뭐지? 벌 받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근데 이것도 운명이니까 받아들였어요. ‘신과함께’와 ‘공작’이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면 고민했을 것 같은데 색깔도 다르고 시사하는 바도 달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죠.”

‘공작’과 ‘신과함께’는 개봉 시기만 겹친 것이 아니라 촬영 시기도 겹쳤다. ‘공작’은 황정민, 이성민 등 베테랑 배우들도 힘들어하던 현장. 그는 “외줄타기하고 시험대에 서 있는 느낌 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작’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작품이라 굉장한 피로도가 오더라고요. 뭐든지 즐겁게 하려고 하는 타입인데 마지막 한 달 정도 ‘신과함께’와 스케줄이 겹쳤는데 ‘공작’ 현장을 가기가 너무 싫더라고요. 거기는 가면 의심해야하고, 협박해야 하잖아요. 밝은 것과 의심하는 걸 같이 하니까 짓눌리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죠. 결론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맛을 내는 영화가 나온다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경쟁이라는 말은 웃기죠. 한국 영화는 다 잘돼야 하니까요.”

또한 ‘공작’의 제작진들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 과정을 통해 90년대 북한의 시대와 공간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냈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90년대 북한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 반면 ‘신과함께’는 CG가 주를 이루는 영화다.

“‘신과함께’의 장점은 무궁무진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쑥스럽다는거죠(웃음) 현장에 300명 정도가 있는데 그들이 보고 평가를 하니까요. ‘공작’은 배우로서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세트장이 잘 구현되면 상상을 하지 않아도 실제로 느낄 수 있는게 많으니까 배우로서는 더 편하죠. 또 공간이 주는 긴장감들이 있어요. 그 넓은 공간에 저 혼자서만 연기를 하고 있으면 메아리처럼 울리는데 그 긴장감이 있어서 저절로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를 옥죄어오는 느낌인데 오히려 실제로 긴장하니까 연기에 더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공작’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첩보 영화임에도 불구, 액션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대사와 눈빛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해야 하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주지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영화가 관객이 볼 때 이해가 돼야 하는 영화잖아요. 우리는 서로 속여야 하고 한 신 안에서도 속이기 위해 진실을 얘기했다가 거짓을 애기했다가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니까요. 너무 힘드니까 눈 앞에 ‘절망’이라는 단어가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연기의 갈피를 못잡았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그랬고 감독님까지도요. 영화를 보는데 숨소리 하나까지 신경써서 연기를 해놓으니까 화면에 저만 나오면 앉아 있다가 엉덩이가 들리더라고요. 연기에 부족한 점이 다 느껴졌어요.”

‘천만배우’, ‘대세배우’. 화려한 타이틀이 주지훈을 향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스타트라인에 서 있다고 말한다.

“주지훈의 시대요? 이제 스타트죠. 아직 서지도 못했어요. 선배들이 배우는 나이 40부터가 스타트라고 하시더라고요. 준비가 돼 스타트라인에 서느냐, 준비가 되지 않고 서느냐는 다르지만 좋은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선수로서 준비를 하고 있는거죠.”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