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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일이 많아진 것? ‘동주’라는 영화의 선물”

기사 등록 2018-02-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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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배우 박정민이 2018년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염력’, ‘변산’, ‘사바하’로 활발하게 관객들을 찾는다. 그야말로 쉴 틈이 없는 박정민. 그만큼 그는 2016년 ‘동주’ 이후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정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평생 주먹 하나만 믿고 살아오다 뜻밖의 동생을 만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오다 무서운 형을 만난 진태(박정민),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형제가 한 집에서 살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도전이라기 보다는 이병헌 선배님이 하시고 시나리오가 너무 좋으니까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하기로 하고 대본을 펼쳐보고, 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쉽게 의욕에 넘쳐서 할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심스러운 역할이기도 하고, 할 것도 많고 시간은 없고 저는 피아노는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예요. 서번트 증후군 인물을 연기하려면 허투루 하면 안되니까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요.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았어요.”

박정민은 이 연기에 대해 연기 생활에 있어 가장 특별한 경험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박정민은 치열한 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진태 역을 완성해냈다.

“이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자폐 스펙트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책도 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했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 결론이 안 난 문제를 제가 책을 본다고 해서 3개월 만에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무례하고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에 그분들과 그들의 가족을 불쾌하게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바꿨어요. 그게 어쩌면 이 대본을 대하는 가장 적합한 태도겠다는 생각이였죠”

그는 실제 이 영화의 역할을 위해 봉사활동도 자처했다. 자신이 하는 연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대하는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담임 선생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니까 밑줄까지 쳐 주시면서 아는 걸 다 적어주셨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고, 그 분들도 처음에는 저를 경계했는데 매주 나가서 얼굴이 익혀지고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저를 보면 웃고 손잡고 어디가자고 하고 뭔가 조금씩 소통이 되더라고요. 마지막 날 저에게 한 줄 한 줄 감사의 마음을 전해받는데 ‘아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영화를 잘 해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박정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병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이 영화를 선택한 데에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와 함께한다는 부분이 크게 한 몫을 했다던 박정민은 그에 대해 믿음과 신뢰가 가득해보였다.

“이병헌 선배님은 현장의 굵은 나무세요. 모르는 게 있으면 가서 물어보기도 하는데 항상 ‘잘 하고 있으니까 그대로 하면 돼’라고 대답해주세요. 선배님이 다 받아주셔서 집에서 준비한 모든 걸 다 했던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뭐라고 하지 않으시고 제 안에 용기가 생기게 만들어주셨죠.”

박정민은 이병헌에 대해 ‘몇 차원 위에 있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이병헌과 꼭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던 박정민. 결국 그는 꿈을 이룬 셈이 됐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이병헌 선배님과 꼭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했는데도 선배님에게는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영화에서 연기를 해내려고 아등바등 하고 있는 느낌이면 이병헌 선배님은 한 편의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결국 저보다 몇 차원 위에서 연기를 하고 계신거죠.”

말 그대로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그는 섬세한 연기 뿐 아니라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를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몰입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물론 피아노 소리를 제가 낸 건 아니지만 핸드싱크를 맞추려면 어느 정도 비슷한 음이 나오지 않으면 가짜처럼 보여요. 처음에는 무턱대고 할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해도 안되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다시 얘기를 드렸더니 영화적으로 완성도 있게 하려면 대역 쓰고 CG를 입힐 수도 있지만 배우가 직접 하는 게 관객들이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될 것 같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해보겠다고 했죠. 계속 연습했어요.”

이렇듯 박정민은 ‘동주’ 이후 붙은 화려한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력을 보이며 충무로의 별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런 박정민의 입에서는 ‘불안감’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다.

“(많은 작품을 하게 되는 것에 있어) 좋은데 불안한 게 더 크기도 해요. 망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동주’ 이전에는 큰 성과가 없어서 제 나름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는데 요즘에 왜 이렇게 일이 많아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계기가 확실하지 않아요. 마음을 다잡고자 결론을 내린건 ‘동주’라는 영화가 선물을 해준거다 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언제 또 일이 없어서 힘들어할지불안한 마음은 있어요. ”

그러나 배우 박정민은 이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가지고 있는 불안감마저 연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을 가진 박정민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