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 ‘퍼퓸’ 차예련 “4년 공백…부담감 컸다”

기사 등록 2019-08-09 19:23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차예련이 드라마 '퍼퓸' 종영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HB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드라마를 4년 만에 하는 거라 다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컸어요.”

본지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차예련을 만나 KBS2 드라마 ‘퍼퓸’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퍼퓸’에서 차예련은 은퇴한 톱 모델이자 모델 에이전시 이사 한지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작품은 결혼 및 출산 후 첫 복귀작이기도 하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좀 걱정했어요. 현장감을 느끼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죠. 부담감도 있었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부족했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네요."

4년만에 ‘퍼퓸’으로 돌아온 차예련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었다.

"환경이 많이 바뀌다 보니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어요. 살도 많이 찌고 상황이 많이 변하다 보니 불안감이 컸죠. ‘저를 찾아줄까?’ 싶더라고요. 드라마를 4년 만에 하는 거라서 촬영장 가기 전에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현장에선 다들 옆에서 응원해주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신인으로 돌아가서 첫 작품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현장에서도 촬영 감독님들에게 ‘민폐 안 끼치고 싶으니 어색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 해달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다 배려해주셨어요. 성록 오빠도 제 이런 상황을 알았어요.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임신 후 급격하게 찐 살을 빼는 데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임신하고 몸무게가 25kg이 늘었어요.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죠. ‘애 낳고 아줌마 됐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제 몸으로 복귀하는 데 10개월 걸렸어요. 리딩 하는 날까지도 8kg가 남아있었어요. 여러가지가 부담이었죠. 시놉시스를 보니 제가 맡은 톱 모델 한지나 역이 한국의 미란다 커 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옛날 모습 정도로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결혼하기 전보다 관리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치다보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차예련은 주상욱과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으로 인연을 맺은 뒤 지난 2017년 5월 결혼했다.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차예련에게 힘을 준 건 주상욱이었다.

"신랑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제가 우울해하며 걱정할 때 ‘예쁘다’며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어요. 또 제가 밖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제 연기가 어색하다며 ‘가르쳐 줄까?’ 라고 장난으로 말하더라고요. 제가 자신이 없어 보이니까 좀 더 편하게 하라고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자기도 어떤 작품이든 작품 리딩 처음 가면 떨린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100배로 떨리더라고요.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읽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옆에서 오빠가 힘을 실어준 덕분인 것 같아요. 좋은 신랑을 만난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죠.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이해해주고 상황을 잘 아니까 옆에서 힘이 많이 됐어요."

그는 ‘퍼퓸’ 속 한지나를 연기하면서 아쉬운 점을 털어놨다. 배우로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더 아쉬운 법이라고.

"지금껏 누군가를 괴롭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한지나는 그렇지 않고,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멋진 여자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작가님도 ‘이 드라마 안에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악한 캐릭터가 없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오랜만에 나와서 역할이나 분량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좀 더 멋있고 주력적인 역할이었으면 했어요. 모델로서 큰 조력자 역할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배우로서의 욕심인 것 같아요. ‘더 잘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최근에 작가님과 통화를 했는데 한지나 너무 좋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멋지게 복귀를 한 것 같아요.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요."

일과 육아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차예련. 그는 육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출산 후 겪게 됐다.

"힘들었죠. 쉬는 날이면 육아를 해야 하니까요. 다른 직장인 워킹맘과 같아요. 쉬는 날은 아이를 봐야 해요. 자고 싶다고 자고, 쉬고 싶어서 쉬는 시기가 아니에요. 아이가 이제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어요. 일 하는 것도 즐겁고 좋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어린 나이에 떼어놓고 나온 다는 점에서 갈림길에 섰어요. 친정 엄마가 매일 애기를 봐 주시고 쉬는 날에는 제가 봐요. 신랑이 많이 도와주는 편이에요. 제게 활동했던 18년 기간이 아깝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됐고 아내이지만 일로써 성공하는 엄마를 아이가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차예련은 ‘퍼퓸’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했다. 한지나 캐릭터가 누군가의 우상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데 노력했다.

"장르가 코미디이다 보니 이도도 코믹하게 할 때가 있었어요. 저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에요. 한지나 캐릭터는 우습게 보이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나쁜 역할은 아니어서 누군가의 롤모델로 비쳐지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연기했죠. 누구를 괴롭히지 않는 악역이 아닌 캐릭터를 결혼 후 첫 작품으로 했으니 앞으로 좀 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심이 나요."

▲ 차예련이 드라마 '퍼퓸' 종영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HB엔터테인먼트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항상 비슷한 캐릭터 제의를 받았다는 차예련. 그럼에도 어느 순간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결혼하기 전에는 항상 같은 캐릭터가 들어오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끌고 나가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주가 되는 캐릭터를 맡는 것에 대한 욕심이 컸어요. 결혼해서 엄마가 되고 일도 해야 되고 여러 상황이 변하면서 신랑이 '죽을 때까지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것 좋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다른 캐릭터를 맡고 싶으면 예능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좋게 생각하면 차예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캐릭터가 있다는 게 감사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계속 갈증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느끼면 현실적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게 아니니까요."

실제로 만난 차예련은 시크한 이미지와는 달리 서글서글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다. 그는 오해도 참 많이 받았다고.

"차가운 인상이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먼저 말 걸기도 해요. 새침할 것 같은데 안 그렇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실제의 모습을 보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아요. 데뷔작이 공포 영화 ‘여우괴담’ 공포화이고, 두 번째 영화가 ‘구타유발자’에요. 세죠. 외모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트라우마였어요. 공포영화가 많이 왔어요."

차예련은 ‘육아 예능’ 제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출연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육아 예능이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연예인이고 배우이다 보니 궁금하신 것 아닌가 싶어요. 저희는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편으로는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신랑도 배우이다보니 멜로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작품에 폐가 될 수도 있고요. 제 딸이 나중에 유명해지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한번 TV에 나오고 싶다고 하면 한번 해볼게요.(웃음)"

‘퍼퓸’은 외모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작품이기도 하다. 차예련에게 작품 출연 후 외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고 물었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먹는대로 살이 찌더라고요. 다이어트는 평생 안고 갈 숙제에요. 연예인이다 보니 대중들이 저를 평가하잖아요. 제가 만약 배우가 아니었다면 10kg정도만 빼고 계속 먹었을 거에요.(웃음) 저희 오빠도 괜찮다고 예전과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TV에 나와야 하다 보니 1kg~2kg 차이로 후덕해 보이기도 해서 스트레스가 있죠. 전 마르다고 예쁘고 뚱뚱하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로써 멋진 커리어를 쌓아 멋진 사람이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친언니가 아이가 3명이에요. 워킹맘인데 승진을 하면서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니 멋지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언니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모든 엄마가 존경스러워요."

차예련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하재숙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재숙은 ‘유쾌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정말 예쁘시고 성격도 좋으세요. 사람은 하고 싶은 것 하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사는 게 행복인 것 같고, 미의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저처럼 마른 사람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잖아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 예쁜 것 같아요. 아무리 얼굴 이목구비가 예뻐도 뿜는 에너지가 다크하면 그 사람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본인의 에너지가 밝고 유쾌한 사람을 좋아해요. 재숙 언니에게는 좋은 에너지가 있어요. 그 좋은 에너지도 미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해요."

차예련은 바빠서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주상욱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짠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요리를 거의 못했어요. 어제 신랑 라면 끓여줬고, 떡볶이 만들어 줬어요. 신랑이 갑자기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모성애가 느껴져요. 신랑도 직접 해 먹을 수 있지만, 제가 해주는 걸 좋아해요. 누가 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면 행복해요. 최근에는 제가 거의 매일 집에 없어서 가끔 신랑이 중국 음식 시켜먹는다고 하면 짠하더라고요. 여건이 안 되니 생일날은 미역국 끓여놓고 나왔죠. 새벽에 촬영 끝나고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주는 일이 꽤 있어요."

그는 배우 전지현을 언급하며 언젠가 자신을 둘러싼 틀을 깨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현 선배가 너무 예쁘신데 내려놓고 연기를 하시기 때문에 더 예뻐보이는 것 같아요. 광고도 예쁜 척 하는 게 아니라 코믹하지만 예쁘잖아요. 전 맡는 역할이나 캐릭터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틀을 좀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도시적인 이미지인데, 어느 순간 풀리겠지 싶어요."

어느덧 데뷔 18년차를 맞은 배테랑 배우 차예련. 늘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멈추지 않는 그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제 얼굴은 요즘 시대에 맞는 얼굴이라 생각해요. 제 외모와 패션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18년차 배우가 됐는데 아직 '차예련이 이런 캐릭터, 연기도 할 수 있네' 싶은 걸 못 보여드린 것 같아요. 유튜브도 하는데 제가 밥을 하는 걸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어떤 장르가 되든 ‘차예련이 이런 인간적인 배우였구나’ 하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언젠가 깨는 날이 오겠죠? 그 날을 기약하며."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