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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염정아, 데뷔 28년차 배우-엄마로서 만난 'SKY 캐슬'

기사 등록 2019-02-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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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이슈데일리 오서린기자] 역대급 인기로 수많은 패러디를 탄생시킨 드라마 ‘SKY 캐슬’이 20부작으로 종영했다. 탄탄한 연기력과 각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열연한 배우들 중 곽미향 역으로 강렬한 명대사와 명장면들을 탄생시킨 배우 염정아를 만나 작품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염정아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일’ 행보를 펼쳤다. 개봉 후 529만 명의 관객을 영화 ‘완벽한 타인’에 이어 드라마 ‘SKY 캐슬’까지 쉴 틈 없는 작품 활동 이후 만난 그는 시원섭섭한 얼굴로 종영 소감을 전했다.

“끝난 건 실감이 나는데 아직도 약간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웃음) ‘SKY 캐슬’이 끝난 뒤에도 계속 얘기하고 있고 그저께까지 재방송도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염정아 뿐만 아니라 김서형,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등 ‘SKY 캐슬’은 배우들의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건 ‘완벽한 타인’ 속 수현과 전혀 다른 두 딸의 자녀교육도 남편의 내조도 완벽한 여자 한서진으로 변신한 염정아의 연기였다.

“제가 댓글을 다 볼 수는 없지만 연기자라는 걸 처음 알았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를 몰랐던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SKY 캐슬’에서 처음 봤고 나는 이 사람이 좋아졌는데 알고보니 그게 영화 ‘완벽한 타인’에도 나왔던 사람이더라. 하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그만큼 제가 그 인물로 봐주셨다는 얘기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모든 것의 기준을 딸 강예서로 생각하며 움직인 한서진이지만 그 뒤에 따른 결과는 많은 이들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든 게 완벽한 줄만 알았던 한서진이 숨기고 있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하며 스카이캐슬 내에서도 딸인 예서에게도 신뢰를 잃고 과한 모성애로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모습은 많은 대사와 다양한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염정아의 연기력으로 완성됐다.

“배우가 준비할 수 있는 것 중 대본 숙지를 완벽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체 대본의 흐름을 많이 읽고 대본 공부가 가장 큰 준비를 하거든요. 스타일링은 알아서 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으니까요. 한서진을 연기할 때 제일 처음 잡고 간 건 모성애였어요. 한서진이 어떤 행동을 해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모성애라고 생각했어요. 잘못된 모성으로 자기 아이만 알고 이기적인 건 있지만 모성애를 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매회 방송마다 화제를 모으고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만큼 ‘SKY 캐슬’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높았다.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스토리와 연출력, 보기만 해도 팽팽한 긴장감과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인물들 간의 대립은 결말도 ‘SKY 캐슬’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예상을 깨고 ‘SKY 캐슬’의 마지막 방송은 우리 모두가 흔히 볼 수 있었던 ‘해피엔딩’이었다.

“시청자 분들이 또 다른 기대를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저희는 어떻게 결말이 될 걸 일찌감치 알고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 받아들이는 건 갈등이 많았어요. 연기를 해야 공감을 할텐데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한건가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엔딩이 이래서 저는 좋은 부분이 많아요. 결말이 안 좋았다면 마음이 오랫동안 안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해 11월 23일 첫 방송된 ‘SKY 캐슬’은 1.7%로 낮은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인 ‘SKY 캐슬’은 매주 방송마다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고 다양한 프로그램, 온라인상에서 패러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영 후에도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며 오랫동안 인기를 끈 ‘SKY 캐슬’에 염정아는 “꿈만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런 반응들이 너무 놀랍고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웠어요. ‘다음 회에 덜 재밌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기도 하면서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떨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끝났지만요.(웃음) 진짜 놀랄 일 투성이였어요. 작품적으로는 자신이 있었어요. 단지 타겟층이 학부모들, 엄마들로 한정적일거라 생각했고 10대가 볼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남자분들은 공감 못하고 관심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분들도 아이들도 재밌게 보시더라고요. 정말 꿈만 같아요.”

‘SKY 캐슬’은 배우들의 열연과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였지만 독보적인 촬영 기법과 연출력이 극에 완성도를 더했다.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클로즈업 촬영부터 다양한 구도로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은 연출력 등은 배우의 연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줬다.

“어떻게 촬영하는지 알고 있지만 감독님께서 항상 어떤 앵글을 잡을 때 와서 얘기를 해주세요. 그것도 드라마에서 보니 느낌이 있더라고요. 거의 카메라를 들고 찍으셨어요. 미세하게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걸 카메라 감독님이 배우가 연기하는 감정에 같이 따라가시더라고요.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있지만 그걸 시청자분들께 와닿게 한 건 카메라 무빙인 것 같아요. 근육이 떨리고 싶다고 떨리는 게 아니라 저는 그렇게 연기를 했었는데 그걸 다 담아주신 카메라가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걸 알아봐 주신 시청자분들도 대단하세요.(웃음)”

염정아는 딸 예서를 서울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직접 학습 매니저를 도맡아 하고 집안 살림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한서진을 연기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아이들의 교육관에 대해서도 변화를 가지려 한다며 입을 열었다.

“저도 변화를 가지려고 해요.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뭘 어떻게 하겠다는 중심은 못 잡았고 진진희처럼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아직 초등학생이다 보니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긴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코디 이런 건 있는지도 몰랐어요. 어디서 조사를 했는데 실제 관심은 있지만 맡길 생각은 없다는 게 더 많다더라고요. 막상 하기에는 겁이 나는 것 같아요.”

▲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SKY 캐슬’은 앞서 ‘품위있는 그녀’에 이어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 특히 ‘품위있는 그녀’보다 더 많은 캐릭터들과 배우들이 출연한만큼 각각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뽐내 작품에 재미를 더했다. 조현탁 감독에 대한 믿음과 작품성을 보고 함께 한 ‘SKY 캐슬’은 그에게 함께 호흡을 맞추며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여배우들끼리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같이 역할을 나누면서 하는 작품을 언제 해보겠냐’, ‘진짜 잘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이런 작품들 또 만들 수 있게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파이팅하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몇백 배는 더 잘돼서 기분이 좋아요. 한두 사람의 공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잘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목말라했던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극중 스카이캐슬에는 상위 0.1%의 가족들과 입시 코디 김주영까지, 여러 인물들 간에 발생했던 사건과 갈등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들 중 극의 중심에 서있는건 한서진이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한서진으로 지내는 동안 염정아는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부심도 있고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게 놀랍기도 해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만들어가는 과정이 다 그랬어요. 방송을 보고 난 후에 시청자분들의 반응들이 제 피를 끓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다. 행복하다’, ‘내 연기를 보고 이렇게 좋아해주는구나’ 연기를 하는게 즐거웠어요. 결론은 다 감사하고 매사 모든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28년 차 배우다. 미스코리아 진으로 얼굴을 알렸고 동시에 1991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를 시작한 염정아는 배우로서의 길을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염정아는 엄마 염정아로서도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저는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님들과 작품을 많이 한 것 같고요.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던 것도 행운인 것 같아요. 배우하고 엄마 외에 다른 염정아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벌써부터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웃음) 할 게 너무 많거든요. 이제 새학년 올라가서 봄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새학기 준비도 해야 하고 제 일정도 있고 타이트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오서린기자 dgill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