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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공효진 "'싱글라이더' 숲 아닌, 나무 한그루 되려 했다"

기사 등록 2017-03-0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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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출연하는 작품마다 타이틀롤을 맡아 전면에서 이끌어나가던 공효진. 이번 '싱글 라이더'에서는 힘을 빼고 주연 이병헌을 완전히 뒷받침하는 수진 캐릭터로 눈을 돌렸다. 공효진은 영화 속 자신에게 주목하기 보다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관객들이 조금 더 집중하길 바랐다. 숲이기보다는 그 안의 나무 한그루가 돼 영화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룰 불어넣었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을 그린 작품.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수진은 호주에서 아들 진우와 함께 지내는 재훈의 아내.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수진은 타국에서 외로운 생활을 해나가며 옆집 크리스와 점점 가까워진다. 재훈은 우리나라의 가장, 지나는 우리나라의 청춘의 고됨을 압축시킨 캐릭터다. 수진 역시 아이를 낳은 후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들을 그렸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나는 배우란 직업 탓인지 초반에는 캐릭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저도 싱글이라 수진이 이해는 잘 되지않았어요. 재훈이나 지나는 공감도, 감정이입도 잘 됐고요. 제일 공감이 안되긴 했지만 공감해야만 연기하는건 아니니깐요."

오히려 수진은 재훈의 캐릭터를 제 안에서 응원했다.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 재훈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진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저는 재훈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특히 많이 됐어요. 시나리오를 덮자마자 '미씽' 때처럼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사실 배우가 여운있는 시나리오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자꾸 대본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 되고 그랬어요. 도입부 뿐만 아니라 결말까지 몇일 동안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어요. 아빠도 저희 유학 보낼 때 기러기 아빠셨거든요. IMF 터지고 동생만 남기고 귀국했어요. 그 상황들이 우리아빠가 재훈 같은 느낌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공효진은 VIP 시사회 때 부모님을 초대했고,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기도 했다. '싱글라이더'는 앞만 보고 살아가는 공효진에게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함은 물론, 학창시절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해줬다.

"아빠가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호주에 놓고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럴 때 뒤돌아서면서 아빠는 얼마나 가기 싫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마음이 굉장히 쓸쓸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고요."

'싱글 라이더'를 보고 난 후 생각보다 작은 공효진의 롤에 많은 이들이 갸우뚱하기도 했을 것이다. 매번 주연만 하던 공효진이 후방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생소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공효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제가 지금까지 특이한 캐릭터를 많이 해왔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해가 안되서 논의도 많이 하고 고민도 해봤는데,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영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는 방식을 배우기도 해요. 수진이 그랬죠. 제작기간도 짧았고 '질투의 화신' 기다리고 있을 때 호주에서 외국인과 연기를 한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내가 원하는게 뭘까 생각했을 때 '싱글 라이더' 풍광 안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게 좋았어요. 새로운 도전, 경험이다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그 동안 맡은 역에 비해 심심하지만, 물을 타는 방법도 알아야하잖아요."

영화는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며 사는 현대인의 고민을 조명했다. 학생, 직장인, 결혼한 가장들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안고 살아간다. 잘나가는 배우 공효진도 피해갈 수 없는 물음이었다. 쉴틈없이 일을 하고, 작품이 성공해도 내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걸 계속 질문한다. 아니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배우 공효진이 더 나아갈 수 있는 수식이다.

"내가 필요한게 뭐지,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지 좀 됐어요. 작품 계속하고 있고, 좋아하는 거 하고 있고, 배우가 연기할 기회가 없으면 답답하고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있어요. 작품을 안하고 쉬고 있으면 또 하고 싶고요. 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게 아닌, 연기가 하고 싶어요. 2014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작년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네요. 인간적으로 공효진이란 책의 챕터를 넘길 때가 된 것 같아요. 국면을 만날 때가 됐는데 제 나이는 거의 결혼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고, 뭐가 있을까 싶어서 숨고르기를 좀 해야되지 않나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좊은 작품이 들어와서 일을 했지만 어쨌든 정신적, 육체적 과부화가 온 것 같긴해요. 그런데 또 한 달 쉬면 일 하고 싶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조급함을 놓고 싶어요."

'싱글 라이더'의 공효진의 하이라이트 신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화장실에서 오열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영화 속 공효진의 존재 이유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상황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공효진은 당시 촬영 순간을 떠올렸다.

"항상 비극은 설마 일 때 찾아오잖아요. 수진이도 '더 빨리 남편에게 갈걸' 이런 생각에 후회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번엔 재훈의 인생 스케줄이 아닌, 내 인생 스케줄에 맞춰 움직일거란 생각을 처음 했는데 이런 비극이 찾아왔으니가요. 영화 안에서 미안하고 후회밖에 없을 것이란 그거 하나는 알겠더라고요. 한 번에 찍었어요. 모니터링 했을 때 더 잘할 수 있으면 더 찍겠지만 적절하고 나온 것 같았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아쉽고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장면 찍고 '화장실 신 하나 건졌네' 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호주 본다이비치는 공효진이 유학하며 추억을 쌓았던 장소다. 그래서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배경을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제가 호주에 살 때 호주 브리즈번 전에 본다이비치에 살았어요. 그 때 점심시간에 비치에 앉아서 샌드위치 먹고 그랬어요. 지금은 너무 좋아졌더라고요. 옛날의 그 기분을 느끼진 못했어요. 그래도 처음에 시나리오 보면서 장소 설정이 본다이비치라 신기했어요. 시드니에서도 한 참 들어가야 하는 곳이거든요."

안소희는 인터뷰에서 공효진과 함께한 시간들을 회상하며 좋은 추억을 남겼다고 전했다. 공효진 역시 후배와 오랜 시간 타국에서 붙어지낸 경험은 많지 않았다. 덕분에 소희는 공효진에게 연기적으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공효진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쉽게 하는 배우는 아니다. 소희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었기 때문인지 물었다.

"일단 시간이 많았어요. 하하. 사실 후배들에게 조언 잘 안하는데 둘이 만나면 공통분모가 연기니까 자연스레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아요. 사실 세세한 이야기를 해주기엔 혼란을 줄 때가 있어요. 겪어봐야 아는 것들은 말로 설명해준다고 해서 모두 자기 것이 되는게 아니잖아요. 소희에게는 이 역할을 잘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내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도와주고 싶었어요."

이병헌과 공효진이 부부로 등장해 두 사람의 호흡을 기대했던 관객이 많았을 것이다. 막상 영화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신은 많지 않았다. 공효진도 마찬가지고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향후 코믹스릴러고 재회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선배님에게 스릴러 한 편 배우고 싶어요. 서부극도 좋고요. 너무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코믹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코믹 스릴러 같은거요. 제가 현빈 같은 역할이고 선배님이 유해진 선배님 같은 롤을 해주는거죠. 선배님이 유머에 굉장히 자신 있어하거든요."

공효진은 티켓파워는 물론이고 브라운관에서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한다. 연기에 대한 신뢰가 동반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지난 '미씽:사라진 여자' 때도 중국인 여자를 가감없이 제 안에서 그려냈다. 당시 여자배우의 활약에 대해 힘줘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남자 배우를 뒷받침 하고 있는 공효진의 모습에 낯설어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공효진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우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전하며 낯설어하는 관객들에게 느낌표가 될만한 답변을 내놨다. 연기만큼 태도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없는 많지 않은 보물같은 배우다.

"영화를 선택할 때 조금 대범하게 선택해요. '미씽' 할 당시에는 여자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힘을 주려고 했어요. 본의 아니게 흐름을 잘 탔던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지나고 인터뷰, 리뷰들을 읽는데 '그것이 중요한가?'란 생각이 다시 들더라고요. 여배우, 남배우 이것도 저는 성별을 설명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따라 여성 영화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사실 장진영, 전도연 선배님들이 주가 된 여성 영화 많았잖아요. 이번에 '미씽'을 마무리 지어놓고 남자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써포트를 했는데 이건 또 다른 맥락인 것 같아요. '미씽'의 공효진과 '싱글라이더'의 공효진은 포지셔닝이 달라요. 계획되지 않은 동선들로 움직이니까 일관적이지 않긴 하죠. 구분 되어지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싱글 라이더'는 저한테 좋은 필모그래피 중 하나가 될 거라는 확신을 준 작품이니까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