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군함도' 이정현 "열정을 다했던 만큼 아쉬워"

기사 등록 2017-08-10 22:1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1996년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으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딛고 1999년 부채, 손가락 마이크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이정현,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던 그가 이번엔 영화 ‘군함도’를 통해 가슴 아픈 역사를 되짚고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이정현이 '군함도'에서 분한 오말년은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 동시에 여자와 아이들에게는 버팀목이 돼주고 끝에는 자신을 타락시켰던 조선인들을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삼성동 모 카페에서 이정현을 만나 '군함도'와 그가 분한 오말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군함도 제의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등제시키면서 논란이 됐고 안내 책자에 강제 징용 내용을 실어서 안내하겠다는 약속이 2년 째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위안부와 마찬가지로요. 그래서 소재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가미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러웠고 행복했어요.”

그러나 자랑스럽던 순간도 잠시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영화 개봉일, 개봉도 하기 전부터 시작된 별점테러를 비롯해 각종 논란들과 비난들이 이어지며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너무 죄송해요. 배우로서 ‘연기를 좀 더 잘했으면’, ‘내용을 좀 더 잘 전달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죠. 관객분들이 기대가 많으셨던 만큼 실망감이 크신 것 같아 너무 죄송해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은 일명 ‘국뽕영화’라는 비난으로 시작해 정반대인 ‘친일영화’라는 비난까지 다양하게 퍼져나갔다. 또 ‘역사왜곡’과 ‘스크린 독점’ 등은 특히 부각돼, 작품은 대중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으로 낙인 찍혔다.

“다큐가 아닌 영화라서 감독님께서 스토리를 구성하셨는데 왜곡으로 비춰질 줄은 몰랐어요. 스크린 독점도 배우들과 감독님은 모르시는 내용이고 스코어 보다는 열정과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실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축한 작품 ‘군함도’. 논란을 일찍이 예상했던 배우들과 류승완 감독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 작품은 개봉 당일부터 언론과 대중의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이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 전 위안부 역할을 맡았던 만큼 조심스럽게 촬영에 임했어요. 위안부는 너무 중대한 일이고, 피해자 분들은 아직 살아계셨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이 컸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다 섭렵해서 봤죠.”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현은 수모를 당했지만 기개를 잃지 않은 당찬 말년의 모습에 끌렸다고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연구하고 류승완 감독과 꾸준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나누며 ‘군함도’의 말년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유곽에서 대화하는 씬은 사실 대사가 너무 잔인하고 고통스러워 대본을 읽다가 울었어요. 그리고 리딩할 때 그 감정을 넣어 연기하니까 다들 우셨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링크를 하나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영상 속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본인들이 당했던 만행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너무 충격적이고 슬펐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영화에 억지로 감동을 넣고 울음을 연출하는 것보다 그 분들의 마음을 반영하자고 하셨어요. 저도 그게 너무 좋았고요. 그래서 유곽 장면은 담담한 장면으로 전폭 수정됐죠.”

이처럼 ‘군함도’는 내용과 결과가 아닌 영화 속에 드러나는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춰 리얼리티를 극대화 시켰다. 비열한 조선인들과 이를 이용하는 일본인들 역시 비슷한 맥락. 류승완 감독은 앞서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현상과 본능’이라고 소신을 전한바 있다. 이정현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감독의 이러한 의도를 캐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물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사실 모든 배우들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위안부 피해자분들도 당시 굉장히 마르셨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감독님께 찾아가 “갈비뼈가 나오면 어떨까요?”라면서 다이어트에 동참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감독님은 미안해하셨지만 좋아하셨어요. 근데 저는 비할바가 아니에요. 다른 배우들 모두 열정이 엄청나셔서 10kg, 20kg 감량하고 계시고 다이어트 뿐 만 아니라 촬영 도중 생긴 상처도 천천히 치료할 정도로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이정현은 10kg이상 감량하면서 몸무게 앞자리가 3을 가리킬 때까지 감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그 정도로 노력한 배우 조차 동료 배우들과 스텝들의 열정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열정들이 무색하게 영화를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현장이 정말 지옥 같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한 분도 빠짐없이 연기에 충실하셨고 다이어트에도 모두 동참하셨고, 자신의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서 함께 뛰고 서로 분장해주면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 때문이었어요. 촬영 시간도 12시간을 넘기면 안됐고 합도 맞아야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이 영화를 찍는 것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했는데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무겁습니다.”

이정현이 ‘군함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력과 함께 열정이 한몫했다. 영화 ‘꽃길’(감독 장선우)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가 가수로서 성공했음에도 연기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 박찬욱 감독 역시 이러한 점을 높이 사 ‘군함도’에 이정현을 추천했고 류승완 감독 역시 연기력과 그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기작에 관한 질문에 이정현은 “아무 계획도 없어요. 그저 지금은 ‘군함도’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드리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영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언뜻 말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잃지 않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여전히 논란으로 시달리고 있는 작품 ‘군함도’에 새로운 불길을 피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