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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동네사람들’ 김새론 “배우 직업, 후회한 적 없어요”

기사 등록 2018-11-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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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김새론은 매력이 참 많은 배우 같다. 작품 속에서는 완벽하게 그 역할에 스며들다가도 일상 속의 김새론은 영락없는 또래 아이였다. 쑥스럽게 웃는 미소를 보니 영화 ‘동네아저씨’ 속 당차고 똑 부러진 유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동네사람들’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새론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1년 전에 촬영했다. 열심히 찍으면서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뭔가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만든 것 같다”라며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네사람들’은 여고생이 실종되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의문의 마을에 새로 부임한 체육교사 기철(마동석 분)이 사건의 실마리를 쫓게 되는 스릴러다. 한 여고생의 실종, 그것을 침묵하는 동네사람들의 진실을 다루고 있다.

김새론은 극중 절친했던 친구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건을 홀로 풀어나가는 강인하고 똑 부러지는 여고생 유진 역을 맡았다. 2000년생이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제 나이 또래인 유진을 보면서 흥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었을 땐 스릴러였지만 드라마적인 내용이나 중간에 무겁지 않게 코미디가 있어서 다양한 재미를 느꼈어요. 흥미로웠죠. 역할이 동갑이고 성격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10대 마지막으로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 저를 많이 다뤘으면 했어요. 유진이가 그런 캐릭터여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지난 2009년 영화 ‘여행자’로 데뷔한 김새론은 당시 10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감정선과 표정,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아저씨’ ‘이웃사람’ ‘도희야’ ‘눈길’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가 10대의 마지막 작품을 ‘동네사람들’로 장식하게 됐다. 이 작품을 택한 이유로 김새론은 유진이와 닮은 부분이 많았음을 강조했다.

“영화에 저를 많이 담고 싶었어요. 그 부분에서 선택하게 됐죠. 유진이는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기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여고생 등 너무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죠. 제가 유진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저와 하나였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은 무엇인가’란 물음표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특히 극중 “선생님 이제 저 다 컸어요. 이제 나이만 먹으면 된다구요”라고 말하는 유진의 대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던지는 말 같다.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한 대사예요. 단순하게 ‘넌 내 맘 몰라’라기 보다는 나이는 어른이지만 유진이 입장에서는 이런 일들에 무관심하고 신경 쓰지 않는 어른들이 어른으로 보이지 않았던 거죠. 유진이가 행동하는 것들이 다른 어른들보다 나은 행동일 수 있잖아요. 나이로 어른을 나누는 게 아니다라는 뜻을 함축해서 담았어요. 감독님과 카페에서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야기했어요. 이 대사가 정해졌을 땐 하이파이브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비슷한 나이와 성격의 유진을 연기했지만 유진이 놓인 상황은 친구가 실종된 특수한 경우다. 경험에서 비롯된 연기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잡기란 힘들었을 터. 유진이 겪은 상황과 겪은 감정을 김새론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제가 이때까지 출연했던 작품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상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평소 기억 중 유사한 기억을 끌어다 쓸 때도 있었죠. 캐릭터 감정, 기억들, 경험들을 만들어 놓고 연기를 했어요. 제가 친구를 실제로 잃어본 적은 없지만 수연이(신세휘 분)와 보낸 추억, 시간들을 촬영 전에 만들어 놨어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유진이가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죠.”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김새론의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유독 어둡고 힘든 역할이 많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라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김새론은 “쉽게 역할에 빠져나오는 편”이라며 웃음 지어 보였다.

“촬영이 끝나면 여운이 남지만 쉽게 역할에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어둡고 슬픈 감정이 남아있기 보다는 역할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거죠. 일상생활, 김새론으로 지내는 시간을 보내고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저로 돌아오더라고요.”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 ‘동네사람들’은 10대로서 마지막 작품이지만 20대의 김새론이 맞이할 작품과 장르,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아역배우 타이틀을 벗고 성인연기자로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그는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크게 정하진 않았어요. 일상 속에서 영화 보러 갈 때 나이제한이 있으니까 성인이 된다면 그런 것들을 편하게 볼 수 있고, 즐겨 볼 수 있다는 점? 작품 같은 경우에도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잖아요.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재개봉을 한다고 하면 아껴놨다가 보러가고 싶어요. 제가 출연했던 청불 영화도 극장에서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관 하나를 대관해서 제 팬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어 아껴두고 있습니다. 하하.”

‘아저씨’의 소미 역, ‘도희야’에서 학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의 감정을 담아내 천재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김새론.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아역배우이자 잘 자라준 아역배우를 꼽는다면 많은 이들은 김새론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가 그의 발목을 붙잡거나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제가 어떻게 성장하는 것들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고, 역할에 들어가서 표현하고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김새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연기’에 힘을 쏟아 부은 그다. 10년 후의 김새론은 영화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주축이 되어있지 않을까.

“성인연기자로서 기대감과 설렘이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죠. 힘든 일이야 다가오겠지만 꾸준한 김새론이고 싶어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