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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귓속말' 권율 "두려움 없이 마음껏 연기했어요"

기사 등록 2017-06-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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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데일리 한동규 기자
[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거침없다. 데뷔 10년차 배우 권율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캐릭터에 따라 선과 악을 오가며 변화무쌍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권율은 악인의 새로운 계보를 쓰며,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7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귓속말'은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20.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20%돌파와 함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이렇게 좋은 시청률이 나와서, 수치상으로나마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배우들, 제작진과 스태프들이 마음의 보상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해요. '모두들 고생했고, 함께 해서 행복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극 중 권율은 냉철한 판단력과 차가운 카리스마를 가진 변호사 강정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이유있는 악역으로 등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알고 싶었어요.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껏 펼쳐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이 저를 이해해주시고 마음껏 놀게 해주셨죠. 어디서 에너지를 뿜어내야하는 지 어떤 부분에서 더 집중해야하는 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더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강정일은 "악은 성실하다"라는 인생대사를 남기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권율은 강정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놨다. 그의 노력과 열정 덕분에 시청자들은 강정일의 생생한 기(氣)를 안방극장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저 친구가 저런 역할도 하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선한 이미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만큼 절박하게 그런 강한 에너지를 가지려고 노력했죠. 이번 작품에서는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나올 지 신경쓴다기보다는 두려움 없이 마음껏 연기를 했어요. 최대한 압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진정성 있게 그런 기운들이 나올 수 있도록 몰아부쳤죠. 그러다 잔뜩 후회한적도 있어요. 모니터링을 하는 데 너무 낯선 얼굴이 나와서 깜짝 놀랐죠(웃음). 배우들은 스스로 어떤 각도로 찍어야 더 비주얼적으로 잘 나오는 지 알거든요. 이번엔 그런걸 다 덜어버리고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콤플렉스적인 부분을 다 들어내더라도 좀 더 강렬한 에너지를 주는 데 집중했어요."

권율은 전작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 이어 연달아 악역을 맡았다. '싸우자 귀신아'에서 악귀가 빙의된 두 얼굴의 악인 주혜성 역으로 분한 그는 극중 최고의 악인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주혜성이 절대 '악'이라면, 강정일은 현실에 있을법한 '악'. 권율은 두 캐릭터를 완벽히 파악한 후,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악귀에 빙의돼서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이성적인 판단 없이 악을 저질렀다면, '귓속말'의 강정일은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인물이에요. 강절일은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그 목적지까지 도달하려 달려가는 인물인데, 그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참지 못하고 공격을 하는 거에요. 그
게 어쩌면 강정일 입장에서는 방어일 거에요. 그 방법이 사회에서는 절대 해선 안될 짓이라 문제가 되는거죠."

'귓속말'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조성했다. 빠른 전개 속에서 권율은 흐트러짐 없는 열연을 펼치며 데뷔 10년차의 내공을 발휘했다. 진심을 다한 그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이해를 하고 더 자신감있게 그 장면을 보여드리려 했어요. 제가 의심을 하는 순간, 시청자 분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그 장면이 거짓이라는 걸 눈치 채셨을 거에요. 만약 제 이해해야하는 부분이 100%라면 200%~300%로 연기를 해야 80~90%까지는 공감해주고, 이해해주실테니깐요."

▲ 이슈데일리 한동규 기자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강정일, 이동준(이상윤 분), 신영주(이보영 분)의 대결은 '귓속말'의 주요 관전포인트. 이들의 대결 구도는 한쪽의 우세없이 엎취락 뒤치락하며 마지막회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권율은 이상윤의 '배려'와 이보영의 '리더십'이 현장분위기를 한층 더 밝혔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둘이 기싸움이 확 터져야 드라마가 잘 된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초반부터 이동준을 희롱하듯이 갖고 놀아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거든요. 초반엔 많이 부담스러웠죠. 상윤이 형이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그래야 더 관계가 더 잘산다고 먼저 이야기 해주셔서 좀 더 편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후배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먼저 오픈해서 선을 풀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현장에서 너무 다정다감 하세요. 현장에서 막내 스태프들까지 하나하나 다 잘챙기서더라고요. 굉장히 편안하고 '형님'같은 리더십을 가지신 분이에요. 늘 현장 분위기를 '으쌰으쌰'하게 만들어주셨어요. 현장에서 이보영 선배님의 리더십이 굉장히 빛났어요."

▲ 이슈데일리 한동규 기자

마지막회까지 '귓속말'은 쫀득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도 강정일은 자신의 살인죄를 벗어보려 발악했다. 결국 강정일은 감방에 갔지만 그 곳에서도 다시 나갈 날만 기다리며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는 강정일이 새로운 복수를 다짐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권율은 "마지막까지 강정일다운 결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결말을 보시곤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강정일'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마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진 않았을 거에요. 그렇게 결론이 났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엔딩이라 생각해요. 강정일이 만약 개과천선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더 이상했을 것 같아요. '귓속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과 악이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라 두 모습이 공존해요. 아마도 그 시간동안 강정일 나름대로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을 거라 생각해요. 강정일의 방식대로 자신의 나아가야하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대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면서 권율은 그 마지막 장면 속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들려줬다. 그 짧은 순간 속에서도 권율은 강정일을 온전히 표현하려 애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숨은 디테일이 있었어요. 자세히 보시면, 아버지 사진 밑에 흰 편지 봉투가 쌓여있거든요. 옥중생활을 하면서 강정일이 신영주, 이동준 등 그들에게 편지를 쓴거죠. 자신의 생각들을 편지에 썼지만 편지를 부칠 용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한켠에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그런 강정일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정서들이 그 신 안에 표현되기 위해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썼죠."

'비가 온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라고 했던가. 10년여동안 권율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슬럼프를 훌훌 털어버린 권율에게 남은 건 연기에 대한 갈증.

"힘들었던 시기를 겪으면서 점점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 항상 선택되어지고, 평가을 받게 되잖아요. 그런 선택과 평가가 저에게 훈장처럼 남아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해요. 일을 해온 시간도 중요했지만, 그 힘든 시간들이 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왜 계속 연기를 끊임없이 해야하는 지 절박하게 해야하는 지 알게됐죠.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오디션을 봤어요. 하고 싶은 데 못하는 역할도 많았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작품의 연이라는 건 발버둥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다른 작품을 만약에 했더라면 '강정일'이란 캐릭터를 만날 수 없었어요. 강정일을 만나려고 그 작품을 안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지금 제가 만들어가고 있는 필모그라피가 만족스러워요. 앞으로 더 절실하게 매작품에 임하다보면 그 필모그라피는 더 예뻐질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내내 권율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뜨거운 열정으로 진심을 다하는 배우 권율, 그의 필모그라피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권율은 6월 말 영화 '박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정신적인 노동, 감정의 끝을 본 것 같아요. 휴식을 취하면서 신체를 많이 단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에는 육체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액션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네요. 올해 긴 여름동안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다지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박수정기자 side916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