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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최강희 “변신 필요한 때 ‘추리의 여왕’ 만난 것은 복”

기사 등록 2017-06-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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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사이다였어요. 그동안 제게 붙은 수식어들에 부담스러웠거든요.”

배우 최강희에게는 사차원, 패셔니스타, 동안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누군가에겐 원하는 수식어일지라도 최강희는 부담감으로 다가온 듯 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종영한 KBS2 ‘추리의 여왕’에서 맡은 유설옥은 그에게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이한 캐릭터였다. 데뷔 22년차를 맞은 최강희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추리의 여왕’은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연하 캐릭터들과 연기를 하는 것이 축복이자 비극이었거든요. 배우로서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데 상황은 연상연하에서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때에 ‘추리의 여왕’을 만났죠.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의 시선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최강희는 드라마 촬영 당시 휴대폰을 2G폰으로 바꿔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행동을 해도 달라지는 대중들의 시선에 이물감을 느꼈고 심지어 꼬리처럼 붙은 수식어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모든 수식어가 남들이 붙여주는 거지 저는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가 원치 않아도 붙는 타이틀 같은 건데 그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마치 어떤 옷을 입어도 타이틀이 돼버리는 것이 좀 그랬거든요. 개인적으로 동안이나 사차원 같은 수식어는 좋은 말이긴 하지만 저에겐 사람과 사람을 멀게 만드는 단어라고 느껴져요. 그런 면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는 나이가 먹은 여성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별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상대방이 불러주는 경쾌한 느낌이요. 사람들 안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그는 이번 캐릭터를 통해 붙은 ‘아줌마’라는 호칭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이를 말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최강희에게 이번 캐릭터는 특별했다.

“지금 입장에서 유설옥은 가장 살아있는 인물로 느껴져요.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됐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마지막 장면이 마치 어딘가에서 계속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유설옥이 특별히 슬프거나 기쁜 것이 없었음에도 가장 짠해요.“

‘추리의 여왕’이 방영되기 전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추리물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바 있다. 그만큼 최강희에겐 거짓이 없었으며 차기작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털어놓았다.

“추리물은 이제 한번 했으니까 됐어요. 시즌 2가 제작 된다면 할 의향이 있지만 같은 장르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고괴담’ 찍고 나서도 귀신 역할이 엄청 들어왔었죠. 하고 싶은 장르라기보다는 타임슬립이 많이 다뤄졌으니 아예 제 3세계 같은 내용을 하고 싶어요. 나라도 알 수 없고 시대도 알 수 없는 그런 거요. 연기하면서 제일 무서운 건 비교가 되는 거예요. 정답이 없는 연기는 재밌거든요.”

▲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어린 나이에 데뷔해 오랜 시간동안 연예계에 몸담아온 최강희는 여러 번의 성장통을 겪었다. 몸이 아팠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의 심경을 전하는 그에게선 과거의 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기도 했다.

“스스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느끼지만 중간에 사람들 말에 너무 신경을 써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연기는 잘하고 싶은데 뜻하는 대로 되질 않고,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자존감이 떨어지니까 남의 안 좋은 말만 듣게 되고 저에 대해 냉정해지고요. 우울증에 걸렸었다가 어느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많은 것들을 놓게 됐어요. 떨어져서 보면 별 일이 아닌데 '왜 목숨 걸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니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땐 마치 증명하고 싶었고 억울했어요. 연기에 대해서도 이 작품을 못해서 안 되면 끝인 것 같고 제가 부족한 것이 있으면 몇 배로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들키기도 싫었어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았어요.”

몸과 마음의 변화가 오는 사춘기는 10대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성장을 떠나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비는 최강희에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아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매일 술 마시고 바깥에 안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난 뒤부터는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을 해요. 어차피 되돌릴 수도 없고 ‘다음에 해야 겠다’해요.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마음먹은 것이 ‘쳐지지 말자’ ‘다운되지 말자’였어요. 그리곤 댓글 중에 ‘최강희가 해서 그런지 추리인데도 따뜻하다’라는 댓글을 봤어요. 그 말이 진짜 듣기 좋았어요. 이제 이게 제가 가진 시그니쳐인 것 같아요.”

김지영기자 b33151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