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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마녀’ 조민수 “‘된장국’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8-06-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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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조민수는 말 그대로 활기찬 에너지가 넘쳐났다. 86년 데뷔 이후 꾸준한 연기 활동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무척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고유의 색깔과 향기를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조민수, 과연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영화 ‘마녀’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조민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이톤의 목소리, 뚜렷한 이목구비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서도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했던 조민수, 그는 건강한 구릿빛 피부로 ‘동안’ 노하우를 전수했다. 조민수는 “매일 자기 위로를 많이 한다. ‘민수야 넌 괜찮아. 네가 널 사랑안하면 누가 널 사랑하겠니’ 이러면서 말이다”라고 웃어보였다.

“이 직업(연예인)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에요. 옷이나 드레스를 입혀놓으면 몸이 축소되는 느낌이죠. 다른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까지 받는 느낌이라 몸이 긴장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공식 석상에서의 저와 평소의 저는 달라요. 대중이 주는 에너지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요.”

극중 세계적인 뇌 전문 박사이자 아이들을 상대로 마녀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닥터백은 말 그대로 ‘조민수의 것’이었다. 부스스한 머리, 하이톤의 목소리, 뭔지 모르게 소름 돋는 깔깔대는 목소리로 조민수의 닥터백을 완성해냈다. 자윤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애착, 이기적인 본성 등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기에 연기 톤을 잡기에 어려웠을 수 도 있을 터.

“많이 힘들었어요. 뭔가 미치광이처럼 확장해서 (캐릭터를) 보여주면 쉬울 수 있잖아요. 감독님이 저한테 부탁하셨던 닥터백은 ‘유일한 사람’이에요. 독보적으로 유일한 사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름은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우리 사회의 두 여자 사람이 섞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첫 장면이 죽이고 있는데 걸어가는 거였거든요. 일부러 또박 또박 여유 있게 걸었어요. 걷는 것부터 잡고 가니까 편하더라고요. 첫 장면이 가장 중요했어요. 가끔 영화를 보면 어떤 배우들은 일관성 없이 캐릭터가 장면마다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저 배우는 보여주는 연기를 하려고 기본 갖고 있는 걸 버리는 구나’라고 생각해요.”

조민수는 연기 톤을 잡는데 있어 섬세한 캐릭터 파악으로 철저한 준비를 감행했다. 닥터백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적으로 뇌를 갖고 놀고, 피를 어떻게 볼지를 생각했어요. 맨 처음에 피를 보면 욱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러면 그게 결벽증일까 생각했죠. 그런데 뒤에 느낌과 안 맞는 느낌일 듯 싶어서 말씀 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없애시더라고요. 닥터백은 사회성도 있고, 살아가는 방법도 아는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피를 보는데 익숙해서 이상함을 못 느끼겠구나 생각했어요.”

배우가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피드백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분위기와 감독의 배려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조민수는 처음 영화의 완성본을 봤을 때의 느낌과 조금 생각을 한 뒤 느꼈던 느낌이 사뭇 달랐다고 고백했다.

“속도감이 훨씬 빠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봤는데 템포가 느리더라고요. 그래서 약간은 멍 때리면서 봤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쉬었던 부분이 명이가 자윤이랑 마술하고 집에 왔는데 부모님이 걱정하고 그런 장면이 있어요. 생각해보니 감독님은 부모가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주기 위해 시간을 준 거예요. 킬링 영화라고 생각하고 앉았는데 생각을 할 여유들을 중간에 집어 넣으셨더라고요. 속도감이 늦다고 뭐라 그럴게 아니라 그게 박훈정 감독님의 색깔이구나 생각했어요. 저는 ‘신세계’도 굉장히 템포를 느리게 봤거든요.”

4년 만의 현장 복귀는 조민수에게 남다른 감회를 선사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조민수는 “현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좋은 사람하고 한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은 잘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박훈정 감독님은 사람이 무척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장에서 감독으로써 하는 행동이 참 괜찮더라고요. 아래 사람을 대하는 거나, 색깔도 있고요.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은 다 잘해요. 신인 셋이라 첫 촬영 할 때 놀러갔는데 약간 무서웠어요.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고요. 하나도 아니고 셋이요? 라고 했어요. 그래도 신인들은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길로만 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의 눈이 항상 따라다니기에 져야 할 짐이 많다. 조민수도 그 고민에 있어 열외는 아닐 터였다.

“솔직히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매번 후회해요. 자유롭지 않고요. 제 성격이 자유로워요.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자유로운 행동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못해요. 이 직업군이 생각해보면 사람으로 성장하기 안 좋은 구조 안에 있어요. 바보 되기 딱 좋아요. 그리고 착각해요. 식당 안에 누가 절 알아보면 대중이 좋아하는 줄 알거든요. 갈증 느끼는 구조 안에 있어서 사람을 만나는 직접적인 면이 없어요. 그래서 일과 사람을 분리해서 살아야 해요. 안 분리하면 굉장히 아파요. 그냥 사람 안에서 일하고 싶은 게 주가 되더라고요. 옛날에는 작품이 뜨면 일 년을 먹고살았는데 지금은 한 달 이면 잊혀지거든요. 저는 대중이 안 찾으면 배우 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안 찾으면 안해야 해요.”

확고한 신념, 솔직한 입담은 인터뷰 내내 그를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솔직함에 대해 조민수는 후회는 없었지만 좀 더 슬기롭게 대처 했었으면 하는 바람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싫으면 싫다고 표현해요. 옛날에 한 기자 분은 제가 연예계 생활을 오래 못할 줄 알았대요. 저는 누구한테 잘 보이는 것보다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게 주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내가 가는 길이 뭔가에 대해서는 분명했던 것 같아요.”

연기는 그녀의 인생 그 자체였다. ‘연기가 아니면 할 게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납득이 갔다. ‘마녀’는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만큼 그의 연기 혼이 담겨있다. 연기에 대해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과 뒤처지지 않으려, 한 공간에 갇히려 하지 않는 그의 노력이 ‘마녀’에 톡톡히 묻어났다고 믿는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요. 마무리 잘하고 죽고 싶어요. 흉하지 않게. 또 연기를 봤을 때 죽어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역할이든지 흉내 내지 않고 진심이 묻어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된장국’ 같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시기가 달라질 때마다 모든 것을 대중의 입맛에 맞출 수 없어요. 베어있는 향기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또 나이 드는 것을 부정 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잘 가야 해요. 그래서 지금 저에게는 한 작품 한 작품이 귀해요. 그래서 ‘마녀’는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