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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특별시민', 평범한 시민과 외면할 수 없는 메시지

기사 등록 2017-04-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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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지겨움으로 일관하면 바뀌는 것은 없다” 배우 최민식이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언론시사회에서 던진 끝인사다.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내 최초 대선 스토리.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시끄러운 요즘, 돈까지 내고 극장에 가면서까지 대중들이 이 영화를 볼지에 대해 걱정을 내비치지만 이것이 바로 ‘특별시민’을 제작한 의도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선거’다.

‘특별시민’은 대선의 분위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살렸다. 출중한 배우들이 열연한 인물이 그것을 이끌어 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 역시 인물들을 통해 전해진다. ‘특별시민’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영화가 제작된 의도를 되물으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선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특별한 시민들

▲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특별시민’의 대표적인 포인트는 캐릭터다. 영화 캐릭터들은 대선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여기서 ‘살아있다’라는 것은 마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의미다. 배우의 연기가 출중했던 점도 있지만 작품 흐름의 전반이 인물들의 입체감 있는 반응을 통해 전개된다.

변종구(최민식 분)는 직관이 뛰어나며 통찰력있는 정치인이다. 또한 적재적소에 쓸 인재를 알아 보는 능력과 함께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훌륭한 리더다. 그 중에서도 종구가 가진 최강의 능력은 ‘말’이다. 그에게 선거란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이다. 최민식 역시 연기를 할 때 말을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변종구의 곁에는 뛰어난 전략가인 심혁수가 항상 함께 한다. 하지만 종구의 곁에 있다는 것이 반드시 ‘헌신’을 뜻하지는 않는다. 혁수의 처세술과 전략으로 영화의 흐름은 끊임없이 뒤바뀐다. 이 밖에도 앞서는 전략으로 종구를 위협하는 대선 라이벌 양진주(라미란 분), 날카로운 감각과 정보력으로 선거판을 흔드는 기자 정제이(문소리 분) 등 다양한 캐릭터를 중점으로 영화는 실제 선거가 진행되는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연기 속의 연기

▲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스토리의 흐름을 인물들이 이끌어 간다면,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는 주요 포인트는 연출이다. 뛰어난 수완으로 킹메이커이자 많은 정치인들의 ‘동생’인 혁수의 유일한 취미는 구두닦이다. 선거란 ‘똥을 묻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혁수의 취미치고는 고상한 편이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구두를 닦는지도 모른다. 혁수는 자신이 충실한 부하이자 믿을 수 있는 동생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에게 항상 어필한다. 그런데 번듯하게 닦인 구두에 욕망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비친다.

종구는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보통시민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특별시의 시민’이자 ‘특별시민’처럼 보이는 그 역시 사람이다. 온갖 악행과 더러운 일을 행할 것 같은 그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애견가이고 가족을 지키는 가장이며 옛 향수를 잊지 못하는 아저씨다.

이러한 캐릭터의 입체감은 스토리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움까지 연출한다. 사건이 아닌 캐릭터가 가지는 이중성과 입체감이 ‘마치 직접 선거현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더한다. 작품의 모든 인물들은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는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돼 입체감을 살리고, 동시에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끊임없이 유세를 한다.

▶구두닦이

▲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색은 섞으면 어차피 다 검은색이야. 이 구두처럼”, 작 중 심혁수의 대사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인물들의 색, 소신, 신념들이 점점 검게 덮여간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 선거를 위해 최선까지 버린다. 박경(심은경 분) 또한 다른 인물들처럼 이중성을 가진다. 나름의 정의가 있지만 어설픈 신념은 그에게 혼란을 더 할 뿐이다. ‘일관성이 없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는 우리다. 박경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그 생각이 그의 신념을 조금씩 갉아 먹는다.

▲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영화는 특별한 정치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작품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혀 특별하지가 않다. 영화는 그 포인트에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사람, 즉 우리들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어디까지 감수 할 수 있는가. 극 중 박경은 무엇이 자신의 정의였는지 조차 혼란스러워 한다. ‘특별시민’은 끝내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혁수가 신발에게 데려다 달라 부탁했던 ‘좋은 곳’도 종구의 ‘파란 기왓장’도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영화는 선거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 한다. 이것이 이 영화를 ‘지겨움’으로 외면 할 수 없는 이유다.

‘특별시민’의 모든 인물들은 단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그 작은 행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크게 번지고 덮여 이윽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이 된다. 아무렇지 않게 외면하고 미루고, 귀찮고 하찮게 여겼던, 그래서 덮어 버린 일들이 사람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며 나라를 바꿨다. 마치 ‘선거’처럼.

허재성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