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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백두산’ 하정우 “‘하저씨’, 가장 맘에 드는 별명”

기사 등록 2019-12-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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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하정우/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배우 하정우가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으로 돌아왔다. ‘더 테러 라이브’,(2013) ‘터널’(2016)까지 현실적 재난 상황에 홀로 맞딱뜨린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그다.

본지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 덱스터픽쳐스 제작)에 출연한 배우 하정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개봉 첫 날인 19일 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하정우는 극중 전역 다일 얼떨결에 비밀 작전에 투입된 대한민국 EOD 대위 조인창 역을 맡았다.

‘암살’(2015),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까지 1000만 영화를 탄생시킨 하정우는 ‘백두산’을 통해 또 한번 흥행 파워를 보여줄 것이다.

다음은 하정우와의 일문일답

-조인창 캐릭터는 카리스마와 유머를 겸비한 인물이다. 대위라는 직급을 갖고 있음에도 인간미가 넘친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인간미는 솔직한 부분인 것 같다. 도리어 허둥대고 쫄아있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빈자리들을 팀원들 대신에 메꿔줘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 조화롭지 않았나 싶다. 그런 부분들을 극대화 시키려고 했다."

-현장에서 시나리오와 달리 대사가 많이 바뀌었다는데.

"그날 찍는 것에 대해서는 대사 수정하는 게 어떻냐고 공지를 한다. 현장에서 연기를 즉흥적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전에 그 날 아침에 찍기 전에 리허설 할 때 합의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장갑차 씬에서 병헌 형이 소변 보는 건 따로 찍었다. 병헌이 형이 먼저 찍고, 나는 그 영상에 맞춰서 연기를 한 것이다. 병헌이 형이 대사가 시나리오와 다르게 많이 수정됐더라.”

-재난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점에서 ‘인창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으로 넘어갈 때 미션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팀이 있었는데, 사고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돼 당황스러워 한다. 그래도 무조건 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리준평을 만나서 꾸역꾸역 가게 된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 상황에 적응을 해 나간다. 핵을 갖고와서 이병헌 형에게 총을 겨누는 게 첫 번째 변화 타이밍이다. 두 번째는 갑자기 교전 타이밍이 되는 상황에서 트럼통에 구멍을 뚫는 적극적 액션이다. 세번째는 택시에서 '넌 날 못쓴다. 갈 길 가자’고 할 때 또 리준평을 찾아가서 미군 중군 브로커들 사이에서 소리를 치는 지점이다. 중 후반부의 여러 지점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성장한 것을 표현하려 했다.”

-군복, 헬맷, 장갑 등을 착용하고 연기하면서 불편한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사실 시나리오도 알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몇 가지 핸디캡은 있었다. 헬맷을 써야 하고 표현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다. 군복과 총 등 장신구들을 달고 연기하는 건 불편하다. 움직임에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씬들이 장갑차 안에서 일어난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해야 한다. 감독님들과 병헌이 형과 이야기했을 때, 코미디적인 요소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계획을 했다. 다른 영화와 달리 특수한 직업이라 현장에서 헬멧을 벗을지, 장갑을 낄지 말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공동연출을 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이번 작품엔 감독이 두 명인데, 지금까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나?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해야 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촬영 앞두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해준 감독한테 먼저 카톡을 보낸 후 그대로로 복사해서 김병서 감독에게 보냈다. 이 감독에겐 존댓말, 김 감독 친구니까 존댓말을 한다. 김 감독에게는 말 끝에 '~요'만 붙였다. 이 감독은 카톡을 사용하는데, 김 감독은 카톡을 안 쓰고 문자를 쓴다. 그렇게 소통하는 게 다른 작품이랑 달랐다. 테이크로 갈 때 이 감독은 OK를 해도 김 감독이 아쉬워하면 한번 더 가야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 1.5배 테이크를 많이 했다. 중복되는 일들이 처음에는 불편했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들는 게 6개월 지나니 바이오리듬이 안 좋아지더라. (웃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다행히 두 감동이 공동 연출을 경험해봤기에 노하우가 있어서 수월하게 진행됐다. 장점은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레인이 한 명 더 있으니까. 감독도 사람이니까 컨디션 안 좋은 날은 머리가 안돌아간다. 그런 것들을 보완하면서 월, 수, 금은 이 감독이 화, 목, 토는 김 감독이 디렉션 하는 식이었다.”

▲ 배우 하정우/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조인창이 아내 최지영(배수지)에게 붙인 별칭 ‘큐티 쁘띠’가 화제다. 누가 만든 단어인가.

"‘큐티쁘띠’는 이해준 감독이 만들었다. 연기하면서 쉽지 않았다. 내가 보이는 것과 다르게 어색한 것 싫어하고, 낯가림이 심하다. 그런 걸 배제하고 요구를 하더라. 더 심한 것도 있었는데 그나마 절충한 ‘큐티쁘띠’다. 최종적으로 협의된 게 큐티쁘띠다.“

-‘백두산’은 CG 작업에 특히 공을 들인 작품이다. 이미 CG 작업을 해본 경험 덕분에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됐나.

‘신과함께’에서도 CG가 많았다. CG가 붙은 버전은 처음 언론시사회 때 봤다. 영화보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보고 나니 다행이었다. 압도적인 것 같더라. ‘이제는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고, 훌륭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병헌과는 처음으로 연기 호흡은 맞춘 소감은 어떤가.

"병헌 형과 사석에서 이야기도 많이 해서 어떤 형인지는 느껴진다. 형의 작품도 많이 봐와서 연기 패턴이나 방식은 조금 알 것 같다. ‘백두산’은 병헌 형과 처음 함께한 작품이었지만, 새롭진 않았어요. 해봤던 것 같은 느낌이다. 병헌이 형이 유머에 대해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병헌이 형의 개그코드가 좀 더 대중적인 것 같고, 나는 비대중적인 것 같다. 약간 인디스럽다. 독립개그 스타일이다."

-이병헌과의 케미가 쫀쫀하게 나온 장면을 꼽자면?

"장갑차 장면이 재밌었다. 병헌이 형이 볼일 보는 건 야외에서, 장갑차는 실내 세트에서 촬영했다. 병헌이 형 분량 영상을 보니 시나리오보다 MSG를 쳤더라. 나도 MSG를 좀 쳐야겠다 싶었다. 전기 충격기 씬도 재밌었다. 감독님들이 만족하더라. 병헌이형 결과물들을 보고 많이 웃었다. 스토리는 익숙할 수 있다. 관객들이 예상할 것이다. 스토리가 두 인물의 관계에서만큼은 어긋나게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다. 본 시나리오보다 코믹을 많이 살렸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단선적이고 진지했다.”

-평소 함께 작품하는 배우들의 별명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백두산’ 언론시사회에서 이병헌의 별명을 잠시 고민하다가 ‘토이스토리’ 캐릭터 중 하나인 ‘버즈’라고 불렀는데.

"병헌이 형이 웃으면 버즈 닮았다. ‘연기 머신’, ‘연기 기계’ 같다. 이과 같지 않나. 디스 하는 것 아니다. 테이크마다 똑같은 에너지를 열정적으로 하더라. 액션 씬 하는데 힘도 너무 세다. 20대 같다. 농담으로 열정까지 계산된 게 아니냐고 했다. 배울 점이 많은 형이다.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것이 없다. 진짜 형 대단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죠. 보틍 마주보는 씬 찍을 때 자기 뒷모습 나오면 힘을 빼는데 병헌이 형은 그런 게 없더라.”

-배수지 별명은 ‘배회장’으로 지었다. 특히 배수지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부담스럽진 않았다. 다만 걱정했다. ‘오글거려서 내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더라. 수지가 나이에 맞지 않게 털털하고 세고 인간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자연스럽다. 통도 크고 대범하다. 그래서 배회장이라고 별명을 지었어요. 꾸밈이 없고 담백하게 연기하더라. 힘이 있다. 되게 좋았다. 좋은 배우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다.”

-본인도 별명이 많은 편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팬들이 지어준 별명 중 ‘하저씨’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많이들 알려져 있다. 팬들이 짖궂게 지어준다. 데뷔할 때 의상 이상하게 입었다고 ‘청이’, ‘홍이’도 있다. 외에 ‘하대갈’, ‘하감자’도 있다.

-최근 영화계가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배우 겸 감독, 제작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언더그라운드 독립 영화계에서 좀 잘 찍는다 싶으면 바로 상업영화 데뷔시키지 않나. 예를 들어 과거엔 윤종빈 감독처럼 단계를 거치며 다양한 걸 찍는 게 있었다. 하지만 독립영화 감독을 바로 큰 영화에 넣어버리니 감독들이 자기 색깔 펼칠 시간이 없다. 아니면 계속 독립영화만 찍거나. 저 역시 그런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혹하는 시나리오가 없으니 만들 수밖에. ‘클로젯’(2020년 개봉 예정-편집자)도 중간급의 규모다. 지금은 40~50억이 저예산 영화다. 그런 식으로 도전을 하고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촬영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지금 ‘보스턴 1947’ 찍고 있다. 손기정 선생님이 감독으로 서윤복 선수를 데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다. 서윤복 선수가 1등을 차지해 큰 드라마와 이슈가 됐던 일인데, 6.25 사건이 터지면서 묻혔다. 막바지 촬영은 거의 다 끝났다. 한국 촬영은 거의 다 찍었고, 호주 가서 찍는다. 그 다음에 ‘터널’ 만들었던 김성훈 감독과 모로코 가서 4개월 촬영한다. 그 다음 윤종빈 감독과 도미니카공화국 가서 ‘수리남’을 4개월 찍는 스케쥴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거의 해외에 있으니까 감이 안 선다. 모로코는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고 하더라.”

-2019년도 끝나가고 있다. 새해 계획은 무엇인가?

"저는 신앙을 갖고 있는데, 종교 활동을 많이 못 했다. 열심히 종교 활동을 하는 게 첫 번째 계획이다. 다음은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연말에 생각해보려 한다.”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