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백성현 "나이가 들 수록 깊어지는 연기? 솔직히 모르겠다"

기사 등록 2016-09-01 06:01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많은 사랑 속에서 종영한 SBS ‘닥터스’. 김래원, 박신혜, 이성경, 윤균상, 김민석 등 ‘핫’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의국 안에서 성장하는 의사의 모습과 러브라인으로 재미를 줬다. 그 중에서도 눈을 가장 잡는 배우는 백성현이었다. 안경을 쓰고 어수룩한 말투로 서우의 옆을 묵묵히 지켜주는 영국의 옷을 입은.

실제로 만난 그는 어수룩 하지도, 묵묵하지도 않았다. 모든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털어놨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생각들은 모든 경험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여온 내공일 것이다.

백성현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종방연을 전날 다녀왔다면서 배우, 스태프들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역대급’, ‘정말 너무 좋았다’란 말이 마치 ‘닥터스’ 앞에 당연히 따라붙는 수식어인 것처럼 그가 이토록 사랑해 마지 않는 드라마 이야기를 들어봤다.

“행복해요. 시청률이 좋은걸 떠나서 ‘닥터스’ 촬영현장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했어요. 의국 식구들은 물론, (이)성경이, (윤)균상이형 다 같이 또래라서 그런지 잘 어울렸어요. 현장에서 내내 웃으면서 떠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 두 분도 너무나 사랑해요. 정말 이런 감독님들이 없으세요. 정말 좋으신 분들입니다. 디렉션도 정확하게 잘 주세요. 원하는 바가 정확하셔서 이번에는 고집 한 번 안피우고 시키는 대로 찍었어요.”

백성현은 주로 드라마 주연을 맡아온 배우다. 그런 그가 ‘닥터스’의 중심이 아닌 주변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영국이라는 캐릭터가 없어서는 안되지만, 백성현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패턴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그만의 고민이 담긴 이유있는 출연이었다.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닥터스’와는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분량에 욕심을 내는 편은 아닙니다. 분량보다는 역할을 많이 봐요. 임팩트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좋아해요. 1년 동안은 예술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을 했는데 제 팬들은 좋아하시지만 대중들은 절 잘 모르실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닥터스’를 통해 ‘백성현이라는 배우도 있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또 박신혜, 균상이형, 성경이, 민석이 등 대세 배우들이잖아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요즘에는 정확한 감정 표현보다는 옆집에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편안한 것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닥터스’가 제 터닝포인트가 되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죠. 이런 갈증 때문에 연극 무대를 많이 선 것도 있습니다.”

백성현은 영국의 입장에 돼 서우를 바라보려 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이고, 자신의 실제 성향과도 닮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그러나 대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마다 영국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다각도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마지막 장면은 속 ‘괜찮아질거야’란 서우를 향한 대사는 백성현의 의도로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시놉시스상 영국의 설명은 한 줄이었어요. 서우 친구이자 의국 속 재미있는 인물 정도였지요. 그런데 감독님이 서우랑 영국이를 연결시켜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닥터스’ 속 희귀한 러브라인 중 하나가 된거죠.”

“제가 볼 때 영국이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사랑 방식인거죠. 강요하지 않고 부담주지 않는 사랑이었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서우랑 영국이는 한 발자국 씩 나아갈 수 있도록요. 영국이는 지금 서우가 처한 상황이 가슴 아플거잖아요.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고, 옆에 있어줄걸 의미하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의국 캐릭터들은 자기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 상대 캐릭터를 배려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에 촬영은 재미있었는데 편집에 있어서는 치열했죠. 하하. 생존 연기를 무지막지하게 했죠. 우리끼리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감독님들도 저희가 만든 상황을 존중해주셨어요. 강현이형, 현식이형, 민석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해온 백성현은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게 됐다. 많은 작품과 경험들을 통해 느껴진 바도 많을 것이고,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백성현은 가감 없이 속내를 전했다. 진정성이 주는 힘은 그 무엇보다 세다. 백성현은 그것을 알고 있는 현명한 배우였다.

“연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예나 지금이나 그런 생각은 똑같아요. 마인드적인 차이보다는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아요. 무대를 서면서 관객들을 책임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연기를 보고 집에 돌아가실 때 연기를 보고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연기에 대한 깊이가 깊어지는 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깨달음이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건지도요. 그냥 연기를 하는 백성현이 조금 더 성숙해진다는 것만 느낄 뿐입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커지고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회사 식구들이 옆에 있어주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감사해야된다는걸 안거죠. 한 때는 오기를 가지고 이를 악물고 연기했는데 지금은 즐거워요. 연기를 계속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백성현이 가진 가치관은 지금 어른 백성현을 단단하게 만들어줬지만 과거에는 그의 뚜렷한 주관이 스스로를 옭아매도록 만들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납득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방식대로 돌고 돌아서 걸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지금의 백성현을 만들었고, 앞으로의 백성현을 기대하게 만드는 밑거름인 건 분명하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