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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홍크 "음악, 내가 솔직해질 수 있는 연습"

기사 등록 2018-11-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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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안개 속에 있는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멜로디와 사운드에 끌려 듣고 있자면 점점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안개 속에서 부유하는 불안한 감정들은 대책 없이 밝은 빛이 되어주기보단, 함께 헤매며 속삭인다. '무엇을 불안해하던지,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라고' 11월 15일 첫 정규 앨범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를 발매한 홍크(HONK)의 이야기다.

최근 본지는 홍크를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모노산달로스' 앨범 작업 과정과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정규 앨범이니만큼 콘셉트부터 음악이 주는 스토리까지 꼼꼼히 담아낸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정규 앨범 제목인 '모노산달로스'가 흥미롭다. 모노산달로스에서 모노(mono)는 하나라는 뜻이고 산달로스(sandalos)는 가죽신이다. 한쪽 신은 신만 사나이 '모노산달로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첫 정규 앨범 발매 소감을 들어봤다.

"정규 앨범과 EP 앨범 차이를 크게 몰랐어요. 곡 수의 차이라고는 하는데 제 세 번째 EP 앨범은 9곡이 들어가있거든요. 저는 정규 앨범을 이미지 콘셉트를 잘 잡아서 만들자, 그렇게 차별화를 두자란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불안정한 감정이나 상황 같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게 저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요. 두 번째 EP 만들 때까지만 해도 메시지보단, 상황과 스토리를 만들고 상황을 설명했어요. 그런데 세 번째 EP 때부턴 재미도 없고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전적인 가사나 트랙으로 작업했습니다."

홍크는 '모노산달로스' CD 뿐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를 굿즈로 제작했다. 홍크의 거친 질감의 음악을 즐기기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인생 첫 음악 감상을 카세트 테이프로 시작했다는 홍크에게도 의미있는 시도였다.

"기획사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도 예전부터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고 싶어서 제안을 받고 기분이 좋았어요. 제 음악이 빈티지한, 정제되지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카세트 테이프와도 잘 어울리거라 생각했어요. LP나 카세트 테이프가 매니악한 느낌이 있잖아요. 대중적인 부류는 아니니까 제 음악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기억에서 음악이란 걸 인지했을 때가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였거든요. 그 질감을 잊고 살다가 작업할 걸 테이프로 들어보니까 기타톤 같은 게 질감이 다르더라고요. 만족합니다."

연주곡 '모노산달로스'부터 11번 트랙의 '젖은 머리를 기대는 당신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와 함께 트랙 순서를 정하면서 염두했던 부분을 들어봤다.

"트랙을 구성하는 순서는 제 나름대로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려 해요. 곡 내러티브를 살립니다. 회사 분들과 상의도 많이 하고요. 이번 '모노산달로스'는 앞부분이 외부환경 세계의 내용이라면, 뒷부분은 개인적인 공간 또는 사적인 영역으로 옮아가는 흐름으로 구성했습니다.."

홍크와 안상영의 아이덴티티는 크게 분리돼 있지 않다. 일상에서도 음악 작업은 꾸준히 진행된다. 지금 이 인터뷰를 독자들이 읽는 순간에도, 그는 작업실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곡은 꾸준히 만들어요. 가사가 없는 트랙을 만들어 놔요. 앨범에 넣는 곡들은 지금까지의 곡을 모아서 내진 않고요. 같은 색깔에 있는 음악을 수록하려 해요. 작사를 제일 먼저 하고 비슷한 메시지를 모으는 거죠. 가사를 쓸 때도 정확하게 쓰진 않고 문장이나 핵심이 되는 단어를 조금씩 바꾸고 음률도 고려해 만들어가요."

홍크는 '모노산달로스' 앨범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이미지를 가정해놓고 가사를 썼지만, 이번에는 자신을 대변하는 가사를 쓰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전환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트랙을 만드는 건 재미있는데 첫번째, 두번째 EP 때는- 앨범을 처음 내보고 했던 터라,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실험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곡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한테 가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곡이 과연 내 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그렇지만 EP 1, 2집은 색깔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정규앨범은 1, 2집처럼 이미지를 따온 작업 환경의 장점과 EP 3,4집의 자전적인 내용의 장점을 합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노산달로스'부터 '젖은 머리를 기대는 당신은'까지 홍크가 곡을 만든 의도, 숨겨진 사운드를 밝혔다. 그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유도하기에, 굳이 세세하게 설명은 하지 않는 편이라고. 그렇지만 필자처럼 영화 속 이스터에그를 찾듯 숨겨진 의미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팬들을 위해 이야기를 풀어놨다.

▲ 오름 엔터테인먼트 제공

# 모노산달로스

"이번 앨범의 주제곡이자 연주곡입니다. 앞서 말했듯 '모노산달로스'는 한쪽 신만 신은 남자를 가리킵니다. 불안정한 상태를 표현하기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앨범 제목도, 이미지도 '모노산달로스'에서 가져왔습니다. 중간에 드럼 트랙이 빠지고 기타도 한쪽만 나와요. 한 짝 신만 신고 절뚝거리는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 이아손

"이아손은 그리스 영웅입니다. '모노산달로스란' 말이 이아손에서 시작됐고요. 앨범 콘셉트를 대충 잡고 첫 번째로 만든 곡입니다.-. 앨범 주제에 딱 맞는 곡이죠. 사람들이 힘들면 환경이나 신이나 절대적인 존재에 불평을 많이 하잖아요. 가사도 그런 내용입니다."

# 양배추와 왕

"루이스 캐럴 작가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미지를 끌어와서 트랙에 접목시켰어요. 인트로에는 옛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음악을 가져왔죠. 이 노래는 힘들거나 괴로운 상황을 억누르고 있을 때 술 같은 게 들어오면서 불현듯 참고 있던 걸 풀어내는 내용입니다. '양배추와 왕'은 바다코끼리 목수 이야기 단편에서 시작됐어요."

# 눈

"진부한 연출이긴 한데(웃음)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눈은 용기내어 잡으려고 하면 녹아내리잖아요. 고양이들은 눈을 마주치면 도망가버리고요. 아름다운 것들은 욕심을 내어 가까이 다가가면-가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강변살자

"김소월 시인의 시를 가져왔습니다. 오르간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요. '강변살자' 시의 정확한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강변에 살자란 자체가 '우리 잘 되자'란 위로의 느낌이 강했어요. 솔로로 나오기 전에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시키는 '달칵' 소리가 나고 노래가 시작돼요. 그 '달칵' 소리가 테이프 질감이 날 수 있도록 의도했는데 들어보니 질감이 살아있더라고요."

# 바월(모음)
"음, 오 같은 신음 소리 같은 것들은 자음이 없어요. 고립돼 있고 감정 표현을 안 하는데 주위에서 그런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가사는 일부러 안 들리게 해놨어요. 옆에서 사운드가 스테레오로 오/아/ 같은 코러스가 들리죠."

# 안자려고 안잔게 아니고

"이 노래는 술에 엄청 취해서 만든 노래입니다. 작업이 안 될 때 힘들어서 정신없이 썼어요. 키치하다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808 베이스와 딥한 드럼 라인이 왔다갔다해요. 불안정한 트랙이 나오다가 중간에 끊어지면서 BPM도 바뀌고 다른 곡처럼 바뀌죠. 앞에는 코드웍이 상행이고, 후반에 나오는 베이스 워킹은 하행입니다. 술 취해서 화났던 감정의 변화의 흐름을 코드웍으로 그렸어요."

"마지막 부분 가사 '우산이 찍어 남긴 물방울은/놔두어도 어련히 알아서 사라질까/서투른 마음이 애달파서/급하게 손으로 쓱 하고 지웠었다'는 비올 때 지하철에 가지고 타면 우산 끝이 뾰족하니까 바닥에 눈물 모양이 맺히잖아요. 그냥 둬도 사라질 텐데 창피해서 발로 쓱쓱 지우죠. 자유로운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가사입니다. 평소에 제가 잘 쓰지 않는 말들은 가사에도 쓰지 않아요. 사랑이란 단어가 제 가사에는 없어요. 제가 원래 직접적으로 말을 잘 못해요. 소심해서 그런 게 아니고 입에 잘 붙지가 않더라고요."

# 개롱

"컨트리- 곡입니다. 개롱이 지하철 역이름인데요, 사실 뜻을 몰랐어요. 어느 날 택시 기사님이- 알려주셨는데 개롱이 '장롱을 연다'는 뜻이더라고요. 조선시대에 한 장군이 농을 열고 갑옷을 꺼내 입었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감춰놓는단 느낌이 들었어요. 제 마음일 수도 있고요."

"'귓불에 맥주를 바르는' 이 문장은 평소에 향수를 귓불에 바르잖아요. 그걸 맥주를 귓불에 바른다고 표현했습니다. 후반 가사는 아무 생각 안하고 있을 때 드는 생각들입니다. 술잔을 차게 식히자/걸어온 거릴 셈하자/기타로 누구든 타자/보폭을 손금에 맞추자/기억을 옅게 칠하자/비좁은 맘을 탓하자/강변을 등진 누나야/눈물을 훔친 엄마야/ 명령조의 마음을 다잡으란 텍스트입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하는 생각들일 수도 있고요."

▲ 오름 엔터테인먼트 제공

# 남과 남은

"제가 꿈을 매일 꾸는데 그 중에서도 반복되는 꿈이 있어요. 잊을 만 하는 나오는 꿈 중 하나의 이미지가 있어요. 어떤 두 사람이 일직선에서 걸어가다가 뒤돌아보고 눈 마주치면 인사하고 또 다시 걸어가죠. 이별하고 남이 된 사람,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개인적인 경험도 있었고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어쩌면

예전 사진을 보다가 만든 곡입니다. 과거가 미화되는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 갈 거고, 막을 순 없죠. 지금 환경에서 슬퍼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살아가자는 의미의- 노래입니다."

#젖은 머리를 기대는 당신은

이 노래를 만들 때 주위에 자기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게 직업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고 관계가 될 수도 있고요. 이런 일들이 많이지는 시기였어요. 아무런 감정없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런 일을 겪고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서 쓴 곡입니다."

가사와 숨겨진 의도를 듣고 나니 홍크의 내면과 그 내면을 확장시키는 작업이 궁금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비해 홍크의 대답은 간단했다.

"일부러 영감을 찾으러 다니진 않아요. 평소에 가사를 적어놓는 것 같아요. 영화나 이미지에서 얻어오곤 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부터는 제 생각만 했어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이유를 고민했죠. 사실 답은 잘 안 나와요. 지금까지는 느낀 감정을 ‘알 수 없다’라고 표현한 곡들입니다."

홍크는 미술을 전공해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얻는 느낌들이 서로의 영역에 시너지가 되는 부분도 있을 터.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했어요. 음악을 만드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프로세스가 비슷해요. 콘티를 짜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길죠. 그게 정해지면 스케치하거나 트랙을 만들고, 큰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을 잡아요. 색이나 톤, 붓터치 같은걸 바꿔도 보고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크게 짜놓고 디테일 잡고 믹싱을 하고 톤이나 색채를 조정해요. 그림을 그리다가 실험적이거나 조금 변화가 생기면 그대로 음악작업도 바뀌더라고요."

음악과 미술을 제외한 홍크는 스스로 '집돌이'라 칭하며 집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걸 즐겨 한다고 전했다. 게임도 여러 명과 하는 것보다는 혼자하는 게임을 즐겨한다고 한다. 영화는 장르에 따른 추천작이 술술 나올 정도였다.

"영화와 게임을 좋아해요. 혼자서 하는 콘솔게임 좋아해요. 영화는 '토니 타키타니', '로얄 테넌바움', ‘시네도키, 뉴욕’을 좋아합니다. 사실 영화는 장르 안 가리고 다 좋아해요."

▲ 오름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물 여덞 끝자락에 선 홍크의 가장 큰 관심사를 묻자 즐거워하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해줬다.

"집 앞에 담배피러 가면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이사하시는 분들이 그곳에 가구를 버리는데 경비아저씨께서 버린 가구를 감각적으로 쌓아놓으시더라고요. 그게 재미있어요. 얼마 전에는 담배피다가 버려진 테이블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어요. 매일 그 테이블을 닦곤 합니다."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자체가 홍크에게는 스스로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한 연습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사를 적고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앨범을 우선 많이 내고 싶고요. 간단한 것이라도 EP 앨범 개념으로 세 네곡씩 묶어서요. 혼자 만들다 보니 작업 시간이 빠른 편이거든요. 작업을 하고 앨범이 나오기까지 표현을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처럼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이 솔직할 수 있는 연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앨범을 많이 내고 싶어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어떤 솔직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위로할까. 홍크의 기꺼운 수고스러움이 리스너들의 귓가에 오늘도 번지고 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