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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 ‘프리즌’, 현 시대·사회 축소판? 정곡 찌른 한 방 (종합)

기사 등록 2017-03-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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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혜진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또 기존에 박힌 이미지를 탈피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새롭게 느껴진다. 한석규가 그릴 ‘악’, 그리고 범죄 소멸의 공간이었던 ‘교도소’가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 돼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나현 감독을 비롯, 배우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등이 참석했다.

‘프리즌’은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다수의 각본을 집필한 나현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이다.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다.

극중 한석규는 교도소 안팎을 거느리며, 절대 제왕으로 군림하는 범죄조직의 보스이자 죄수 정익호 역을 맡았다. 김래원은 검거율 100%의 잘 나가는 경찰이었지만, 뺑소니, 증거인멸 등으로 교도소에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 송유건 역으로 분한다.

앞서 한석규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국내 유일 트리플 보도 외과의 김사부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친 바 있다. ‘프리즌’에서 그는 고위 관리층들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감옥 안에서 완전범죄를 설계하는 절대권력, 악을 연기하는 것.

선에서 악으로 180도 연기변신을 한 한석규는 “순서로 보면 이 작품이 먼저 촬영에 들어갔다. 나쁜놈으로 등장하는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 몸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겠구나’를 느꼈다”라며 “직업이 이러니까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너무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 때 나현 감독, 래원 후배, 많은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해 나가면서 채워갔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 사진=김혜진 사진기자
‘프리즌’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교도소를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르, 설정을 가차 없이 깨뜨린다. 죄수들이 마치 직장인이 출퇴근하는 것처럼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건을 일으키는 것. 나현 감독은 “95년 후반에서 96년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이다”라고 시대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교도소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다. 그 사회가 어지럽고 엉망이면 교도소도 험악하다. 그 사회가 어떤지 알려면 ‘교도소를 보라’라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프리즌’의 설정이 기상천외하다. 시대적 배경, 리얼리티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95년도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시기다. 대형사고, 경제적으로 부정부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던 시대라 설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역할은 한석규가 분한 정익호. 그는 김동인 소설의 ‘붉은 산’의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나현 감독은 “삵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의 본명이 정익호”라면서 “중학교 때 상당히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다. 언젠간 이 인물의 이름으로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 같은 시대, 환경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인물이다. 익호도 이와 유사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익호는 카리스마 있고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역할이다. 한석규 선배님이 한다고 해서 기존의 이미지,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 이면에 있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꺼내고 싶었다. 한 선배님에게는 도전적이고 모험 같은 작품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200% 소화해주신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 시대와 맞닥뜨린다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나현 감독은 “이 시대에 딱 맞을 거라고 예상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다. 교도소라는 공간이 영화적으로 매력적인 소재인데 교도소 안에는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개인의 욕구, 가치가 부딪혀 지배자, 피지배자가 생기고 권력이 생긴다”라며 “익호는 교도소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지키려는 자, 유건은 침입하는 자다. 수많은 인물들이 있어 사회의 축소판 같다. 현재와 들어맞을 수 있지만 익호라는 캐릭터는 어느 시대, 공간에 모두 있는 캐릭터다. ‘프리즌’이라는 영화가 범죄액션물로 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무섭고 서늘하다. 여러 가지 감정을 생각하는 영화였으면 한다는 마음에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프리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범죄의 소멸지점에서 새로운 범죄가 탄생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이 억압하는 교도관,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과 같은 설정을 깨뜨리고 관객들에게 기존의 범죄 액션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프리즌’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