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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저글러스’ 백진희 “좌윤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겠죠?”

기사 등록 2018-01-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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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아직도 행복해하면서 잠에 들어요. 오랜만에 응원도 받았고, 그 힘에 입어 드라마를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죠. 또 하고 싶었던 로맨틱코미디를 해서 매일 감사하며 잠들고 있어요.”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온 듯하다. 이 노력은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할 수 있었다. 배우 백진희는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는 물론, 상대배우와 환상적인 ‘케미’를 형성하면서 드라마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자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저글러스’(극본 조용, 연출 김정현 강수연) 종영 후 휴식에 접어든 백진희를 만났다. 그는 “드라마 초반, 부담감이 있었다. 이끌어갈 것도 많아 놓치지 않으려고 준비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글러스’는 ‘시키면 다 한다’는 헌신과 순종의 서포터 정신으로 살아온 수동형 여자와 ‘내일은 내가 한다’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오피스 남녀상열지사를 그린 드라마다. 타이틀인 ‘저글러스’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비서군단을 칭한다.

백진희는 극중 저글러스 5년차 좌윤이 역을 맡았다. 그는 처세술에 능해 남의 비위를 잘 맞추며 리더를 곁에서 챙기고 보조하는 재능이 탁월한 비서로 임원들 사이에서 ‘하늘이 내린 맞춤형 서포터’로 인정받았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리딩 후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 됐거든요. 비서가 되기 전, 비서인 척 해야 하나 싶었어요. 리딩 하고 나서도 겁이 났죠. 드라마 촬영 전 1박2일로 MT를 갔는데 윤이의 엄마 역인 이지하 선배님과 새벽 2~3시까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너는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까 해봐. 그러면 결과가 있을 거야’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죠. 안 흔들리려고 노력했어요.”

전작이었던 MBC 드라마 ‘미씽나인’의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서일까. 백진희는 ‘저글러스’를 위해 많은 준비와 공부를 했다. 이는 연기를 향한 ‘열정’이 밑바탕된 것. 100% 일치하는 싱크로로 드라마 몰입을 이끌어냈다.

“이번 드라마는 어떤 작품보다 절실했어요. ‘금사월’은 수치가 좋았지만 저에겐 아픈 작품이었죠. ‘미씽나인’도 종영 후 쉬는 동안 자책을 많이 했어요. 로코를 한다면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연기했는지, 로코의 흐름과 패턴을 익히려고 공부했어요. 막상 로코를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사랑스러우면 안 돼요. 보는 분들의 공감 포인트를 잃으면 ‘왜 저래?’란 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설렘과 동시에 웃기기도 해야 해서 로코는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어요. 볼 때와 다르더라고요.”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데뷔한 백진희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저글러스’를 통해 ‘하이킥’ 이후 다시 한 번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감사하죠. 연기하면서 신났던 적은 오랜만이에요. ‘무엇을 더 준비해서 갈까’ 생각해 갈 정도였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튀어나올 때도 있을 정도로 재밌었어요. 사실 저에게 안타까운 작품들이 많았어요. 너무 좋은 사람들과 작품이었지만 제 자신에게 있어서 안타깝고 아쉬운 작품들이었죠. 그 작품을 거쳐 왔기 때문에 ‘저글러스’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했고요.”

어느덧 데뷔 10년차다. 작품과 캐릭터가 자신에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잘 하고 싶은 ‘열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뒤따랐지만 백진희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잘 이겨낼 수 있었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오만과 편견’의 이현주 작가님과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에요. 저에게 멘토 같은 분이죠. ‘연기에 결이 있어야해. 결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고 위로를 해주셨어요. ‘나도 언젠가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저를 믿고 ‘뚝심을 가지고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어요. 예전에는 그 캐릭터가 되려고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했죠.”

백진희는 ‘저글러스’를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드라마라고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그렇다면 시청자들에게는 ‘저글러스’가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랄까.

“제가 연기한 인물이 어디선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판타지가 깨지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 마음 한편에도 윤이와 봉이가 살아가고 있다는 판타지가 있거든요. ‘저글러스’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작품이에요. 8~9개월 쉬면서 많이 생각하고 힘들어했어요. 연기할 때 ‘자질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울 때도 많았어요. 이런 생각들이 들지 않게끔 리플래시해주고 자신감을 얹혀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약 50여 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백진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해 내야겠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그의 열정을 보면서 말이다.

“다음 작품도 로코를 하고 싶어요. 다른 포맷, 다른 분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저글러스’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디테일한 것을 채워가면서 연기할 수 있었죠.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어두운 쪽보다는 그런 쪽의 작품이 저에게 잘 맞고 ‘힐링’되죠. 좋은 작품을 만나 잘 해내고 싶은 바람입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