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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치즈인더트랩’ 박해진 “제가 연기하는 마지막 유정, 즐겨주세요”

기사 등록 2018-03-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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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만인의 ‘유정 선배’가 3월 극장가를 찾았다. 선함과 냉기가 공존하는 배우 박해진이다. 마치 3D인 듯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 조곤조곤한 말투까지. 이보다 더 ‘유정 선배’스러울 수 있을까. 이제는 박해진이 빠진 ‘치즈인더트랩’은 상상할 수 없다.

이슈데일리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해진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봉을 하루 앞둔 그는 “처음 볼 때 보다는 신선하고, 편집점도 괜찮아진 것 같다”며 “너무 많이 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가 없다”고 웃어보였다.

네이버 11억뷰에 달하는 전설의 웹툰 ‘치즈인더트랩’. 항상 가상 캐스팅 1순위였다. 심지어 드라마, 영화가 나오기 전 웹툰 댓글에서부터 박해진의 이름은 끊임없이 언급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듯 했다.

“‘치즈인더트랩’은 원래 원작을 봤었어요.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죠. 또 지금 제 나이에 대학생을 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죠.”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벌써 2번이나 같은 배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를 함에 있어 차별점을 둬야 했을 터. 극중 유정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끝판왕이다. 유정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박해진은 “실제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이해가 되던데요”라며 주저없이 대답했다.

“저도 겉으로 표현을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가 편한 사람한테는 설이한테 하는 것처럼 있는 그래도 표현하기도 해요. 반대로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티를 확 내기도 하죠. 유정이 그것이 분명하게 나뉘다보니 관객들에게 독특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차별점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드라마와 똑같은 유정을 할 수도, 아예 다른 유정을 만들 수도 없었어요. 원작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표현점을 찾고 싶었어요. 특히 연기의 폭을 더 벌리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유정은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는데 조금 더 감정의 크기를 늘렸던 것 같아요. 더 밝게, 더 어둡게요. 예컨대, (영화에서는) 유정이 설이를 대할 때는 더 달콤하게, 스릴러적인 면에서는 더 무섭게 나와요. 원작 팬 분들께만 보여드리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스토리나 사건이 생략이 된 부분이 조금 아쉽죠. 새로운 창작물의 개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사진=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제공
‘치즈인더트랩’은 극중 캐릭터들의 개성이 무척 뚜렷하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듯 한 인물들. 이 똑똑한 설정은 ‘신의 한 수’였다. 박해진은 그간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명의 홍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본 박해진은 “매력이 정말 달라요”라고 말했다. 또 인호 캐릭터를 연기한 서강준과 박기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고은씨는 귀엽고 솔직하고 사랑스러워요. 고은씨만의 독보적인 새로운 홍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연서씨는 똑부러지고 생각도 깊어요. 외모적으로의 싱크로율은 말할 것도 없고요. 또 인호역으로 만났었던 서강준씨는 저랑 실제 나이로 열 살 차이가 나요. 굉장히 풋풋하고 그 나이에서 올 수 있는 거친 매력들이 있었죠. 이번 영화에 출연한 기웅이 같은 경우는 노련한 인호가 돼서 돌아온 것 같아요.”

“진지하지는 않은데 진지한 척은 좀 해요”라며 웃어 보이는 그였다. 그가 표현한 ‘진지한 척’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성향 내지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생활방식 때문인 듯했다. ‘척’이 아닌 그냥 ‘진중함’이었다.

“제가 외로움을 잘 안타요. 워낙 혼자 자라기도 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집에서 일단 몇일 동안은 안 나와요. 여행은 가고 싶긴 한데 못간지 8년 정도됐어요. 해외를 돌아다녀도 다 일 때문이었어요. 휴양지는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서 고생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요. 배낭 메고 국도를 걸어보고 싶긴 해요. 그게 힘들면 조그 만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보고 돌아다니고 싶기도 하고요.”

박해진은 확고한 ‘호불호’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 뚜렷했으며 자신에게 있어 누구보다 엄격했다. 보통 사람들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자기관리를 단지 ‘좋아서’ 한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그의 완벽주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저는 항상 혼자 너무 바빠요. 찾아보고 검색하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요. 2000켤레 정도 되는 신발은 최근에 정리했어요. 요즘은 가구나 조명, 스탠드, 인테리어에 관련된 소품들이 눈이 가더라고요. 인테리어도 손을 제가 직접 대는 편이예요.”

“또 저는 자기 관리를 좋아해요. 저한테 혹독한 편이거든요. 나태해지면 뭔가 사는 것 같지 않아서요. 최근에는 시사회 일정 때문에 한창 뺐었는데 지금은 다시 살이 쪄서 돼지예요. (웃음) 작품에 들어갈 때는 72kg에 맞춰져 있어요. 맨투맨 당시에는 배역을 위해 68kg까지 뺐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거의 10kg이상이 쪄있는 상태죠. 연기를 하면 안정감을 누리기가 참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 생활에서 안정감을 찾아서 누리려고 노력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견디기가 힘들 것 같아요.”

▲ 사진=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제공
벌써 연기 12년차다. 박해진은 자신의 연기 현주소를 어디로 생각하고 있을까. 연기가 적성에 잘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고민을 할 때는 지난 것 같다”는 답을 건넸다.

“이제는 연기가 저에게 맞다고 생각할 때쯤이 온 것 같아요. 저는 ‘내 딸 서영이’로 국내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중국 작품을 했죠. 중국에서 겪었던 힘든 일들이 익숙해질 시점에 한국에 오다보니 상대적으로 너무 편하더라고요. 말이 들리지 않고 표정, 행동에 집중을 해오다가 말이 들리니까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느낌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어요. 말도 안통하고,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이었거든요. 또 저만 한국 사람이었어요. 제가 중간에서 틀려도 어디서 틀린지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가야해요. 그런 것만 아니면 언어가 다르더라도 충분히 무리는 없는 것 같아요.”

이제 ‘유정 선배’를 놓아줘야 할 시기가 온 듯하다. 두 번이나 같은 작품을 해오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남달랐을 그다. 하지만 국내와 국외를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 경험을 쌓아온 그가 한 우물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한 때는 ‘연하남’으로, 어떤 때는 ‘선배’로 우리 곁을 지켰던 박해진.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입고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할 그의 행보를 응원해야 할 때다.

“유정을 보낼 때가 다가오고 있죠. 제가 놔야 해요. 다른 캐릭터를 만나야 하잖아요. 곧 촬영 중인 드라마 ‘사자’가 방영이 될 때쯤 유정은 잊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치즈인더트랩’ 영화는 제가 연기하는 마지막 유정이 될 것 같아요. 봄에 달달한 설렘을 안고 나들이처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