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지난해 무죄 판결로 세상을 공분케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으로 재탄생했다. 영화는 실화 바탕에 충무로가 사랑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집결해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소재로 한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고,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살인범으로 내몰려 억울하게 인생을 짓밟힌 소년 현우 역은 배우 강하늘이 맡아 연기했다. 지금까지 작품 속 모습과는 또 다르게 불량한 겉모습을 연출하는 한편, 쉴 새 없이 울분을 토하며 관객들에게 호소한다. 현우를 대변하는 변호사 준영 역은 정우가 분해 속물적 접근을 하지만 이후 그에게 적극적으로 잃었던 인생을 되찾아준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재심’은 강하늘과 정우의 고심이 드러나는 연기로 당시 사건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영화가 한층 돋보일 수 있는 건, 두 주연배우의 폭발하는 연기 열정과 더불어 조연배우들의 완벽한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김해숙, 이경영, 이동휘, 한재영 등이 단 한 명도 허투루 연기하는 법 없이 매 장면마다 관객들을 극도로 몰입케 한다. 각각의 배우들은 주변 인물들 그 자체로 동화돼 역할을 충실히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배려까지 느껴진다.




연기 경력 40년간 다수 필모그래피에서 ‘국민 엄마’로 활약한 김해숙은 이번 작품에서 억울하게 아들 현우와 10년간 생이별한 엄마 순임 역을 맡았다. 이번 그가 연기한 순임은 시각장애인이자 서해에서 갯벌 일을 하며 억척스러운 면모로 아들 현우를 이끄는 강인한 엄마다. 이는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어머니들을 대변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현우에 대한 애끓는 모성애로 매순간 치열하게 사는 가슴 사무치는 연기로 진심과 감동을 더한다.

준영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로펌 대표 구필호 역의 이경영 역시 김해숙과 더불어 노련한 실력으로 그리 길지 않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톡톡히 입증한다.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거대 로펌 대표로, 융통성 있으면서 무게감 있는 성격으로 후배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사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론 언론 플레이에 유능한 계산적인 면까지 가졌다. 카리스마와 스마트함, 중후함을 두루 내뿜은 이경영은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보석 같은 배우임을 여지없이 확인시키며 매 작품마다 가져온 흥행 공식을 이번에도 성립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휘 역시 ‘재심’에서 빠질 수 없는 신스틸러로 맹활약 한다. 그는 준영의 연수원 동기 창환 역을 맡아 특유의 말솜씨와 정치적인 판단력으로 거대 로펌 취직에 성공, 승승장구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의 현실을 그려낸다. 재심을 준비하는 준영의 조력자로서 적재적소의 조언을 아낌없이 건넨다. 그간 코믹한 이미지를 보이던 이동휘는 이번 영화에서 기회를 노릴 줄 아는 냉철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다. 그러면서 친구 정우와의 따뜻하고 차진 연기 호흡으로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준다.

현우에게 살인범 누명을 씌운 악질 형사 백철기 역의 한재영은 ‘재심’으로 ‘인생 캐릭터’를 얻은 듯하다. 극중 자신의 태만하고 무책임한 수사로 강하늘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가하는 모습은 사회 구조의 허술함과 공권력 남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내부자들’의 조우진, ‘더 킹’의 김소진 등 많은 한국영화가 숨겨진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재심’의 이 같은 존재는 한재영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한재영은 굵직한 외모부터 완벽한 ‘형사상’으로, 여기에 포악한 열연까지 더해지니 실제 형사인지 헷갈릴 관객들도 있겠다.

현우와 준영을 둘러싼 많은 이들의 훌륭한 호흡은 사건의 해결 과정을 통한 ‘희망’의 재발견인 ‘재심’의 핵심 메시지를 부각시킨다. 좌절하지 않고, 죽지 않고, 꾸역꾸역 살다 보면 언젠가는 ‘희망’이란 녀석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스터에그로 설정된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관객들 가슴에 성공적으로 심어준다. 이는 김태윤 감독이 ‘재심’ 제작에 앞서 세운 원칙 중 ‘인간적 유대를 중요시 할 것’과 ‘최대한 디테일하게 사건의 경위를 파악할 것’에 충실해지는 결과다. 오는 15일 개봉.


(사진=‘재심’ 스틸컷, 이슈데일리 DB)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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