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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클로젯’ 김남길 “동반 자살하는 사람에게 관심 많이 가져야 한다"

기사 등록 2020-02-0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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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남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영화 '클로젯'이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벽장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야기와 상상치 못했던 설정은 예상을 비켜가며 허를 찌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미스터리 드라마가 탄생했다.

2019년 드라마 ‘열혈사제’로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 김남길의 힘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김남길은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본인 특유의 매력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2월 5일 개봉한 영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극중 경훈 캐릭터는 말이 많고 촐싹거리는데, 대중들은 김남길에 대해 무겁고 진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경훈은 촐싹맞은 캐릭터다. 저와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제가 말이 많다고 생각하더라. 내가 말 하는 건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웃음) 사람은 한 소재에 대해 1년 전에는 슬퍼하다가, 무덤덤할 수도 있다. 시간에 따라서 달라진다. 경훈을 연기하면서 오컬트 장르이지만 진중함을 일반적으로 갖고 가지 말고, 상황에 따라서 진중하게 하려 했다. 퇴마를 하거나 조언을 구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진중하게 했다.”

-공포영화를 잘 보는 편인가.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코미디편으로 번외편 만들어도 될 저도다. 제가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하면 정우형이 놀렸다. 긴 주술을 외우는 씬에서 호흡이 딸려서 사람들이 웃더라. 평상시 톤으로 이야기하면 문제가 없는데, 템포감을 주면 숨이 딸리더라. 그 장면 찍을 때 엄청 주술을 외우는 것이 힘들었다기보다는 주변의 코믹적인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코믹영화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찍을텐데 진중함과 긴장감을 갖고 가면서 주변에선 웃겨서 힘들더라."

-지금껏 봤던 공포 영화 중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다면.

"어릴 때 봤던 영화 '오맨'(1977)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 타면 ‘오맨 2’(1979)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이 생각난다. 엘리베이터 위에서 뭐가 내려오면서 사람을 두 동강을 내면서 죽인다. 아직까지도 엘리베이터 가운데에 못 타고 사이드로만 탄다. 언제 뭐가 내려올지 모르겠더라.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편이라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항상 불안 증상을 동반하면서 살고 있다.”

-극중 주술을 외우는 것은 연기이긴 하지만 무서웠을 것 같은데.

"여러 주술 중 골라서 1달 동안 연습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힌두교 주술이더라. 힌두교 주술이 잔인하고, 뜻 자체는 유럽에서 금기시되는 주술이라고 하더라. 영화를 보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종교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줄까봐 좀 바꿨다. 연습할 때는 섬뜩한 느낌이 있었다.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으로 주술을 짜깁기해서 다시 만들어서 촬영할 때는 괜찮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재가 팬층이 얕은데, 유럽이나 헐리우드에서는 팬층이 두껍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로만 가는 게 아니라, 중간마다 웃긴 장면도 있다.

"건조한 느낌이 있었는데, 장난을 치거나 유쾌한 대사도 있었다. 퇴마를 하고 아이를 찾아주는 역할인데, 상황에 맞게 너무 한 톤으로만 가면 보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았다. 어차피 상황적으로 힘들게 가는데, 편하게 풀어주려 했다. 사람들은 살면서 늘 같은 한 톤으로 살지 않는다. 인물들에 대한 콘셉트를 잡을 때도 직업적인 프로페셔널한 전문성은 갖고 가되, 괴짜 사이코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콘셉트를 잡았다."

▲ 배우 김남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보면 결국 모든 일의 원인은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어떤 선에 한해서는 요동치는 느낌이 들더라. 갭 차이가 컸다. 까부는 것 까진 아니지만,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끼다 보니 잔인성을 갖고 가기 힘들었다. 퇴마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표현하는 게 중점이 아니라 모든 원인이 사람인 것 같다. 해결하는 게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상훈이나 경훈이가 명진이를 감싸주고 이야기를 들어줫던 것처럼 사람을 통해 치료를 하자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장르물에서 조력자로 등장하는 퇴마사는 보통은 평면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경훈은 어딘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경훈 캐릭터에 대한 숨겨진 전사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나.

"경훈의 엄마(김수진)가 돌아가신 원인을 알아보고 복수를 하려는 게 편집됐다. 경훈의 집안 자체가 무당집이었다. 병원에서 경훈의 몸이 떨리는 장면에서 엄마의 모습과 교차편집이 있었다. 이나와 상훈 사건이 가장 최근 일이기도 하고 경훈이 그것을 통해 해결하려는 건 딱 그만큼의 역할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경훈이가 1차원적으로 엄마로 인해 이렇게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현실적으로 사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분 1초도 고통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잇겠지만 그렇게 살려고 하면 못 산다. 그 고통 안에서 편안해질 수 있는 나이다. 내가 추구하고 보여주려 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려고 감독님과 합의점을 찾았는데, 편집됐다. 뒷 부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최근에 감독님과 했다. 아쉽긴 하다.”

-하정우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남길에게 하정우는 어떤 존재인가.

"‘클로젯’ 찍을 때 여러가지로 복합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정우 형이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많은 용기를 줬다. 조금 더 많이 내려놔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 줬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이번 작품에선 여러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카메라, 조명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촬영할 때 감정적인 걸 담고 싶다고 하셨다. 퇴마를 할 때도 그렇고 다양한 모습들에서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시더라. 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 감독님이 없었다. 그 때 당시에는 빨리 아무렇게나 찍으라고 했다. 완성된 걸 보니 신경을 많이 써주셨구나 싶더라. 미쟝센이나 조명, 배경을 다 살려서 보여주기보다는 배우가 연기할 때의 감정을 따라오려 하는 감독님을 잘 만난 것 같다. 지금까지 같이 했던 카메라 감독님들은 뭐였나 싶더라. 다 전화해서 '이거 봐봐. 그렇게 찍어야지' 라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의 모습을 담아줬으면 한다. 스태프들이 신경써서 배우를 애정하면서 카메라에 담아주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느꼈다.”

▲ 배우 김남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오컬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생각이 바뀐 점도 있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너무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아이도 있고, 영화적인 표현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IMF 시대의 이야기라고 해서 시대극인줄 알았다. 학대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방법이 달라진 것 같다. 부모나 아이들에 대해 국한돼 있지 않고,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자는 생각을 했다. 옆에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 준다면 그렇게까지 원한을 갖지는 않을 것 같다. 가족을 다 죽이고 동반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많아져야 한다. 그 때가 IMF 시대인데 지금 시대와 맞물려 있다. 일가족들이 다 같이 자살하는 뉴스가 다시 많아지고 있다.”

-관객들은 강도 높은 공포 스릴러로 생각하고 관람 전에 기대를 많이 할 것 같다. 오컬트 등 다양한 요소가 섞였는데 공포지수는 낮다. 본인은 ‘클로젯’을 어떤 영화라 정의하고 싶나.

"오컬트 안에서도 장르적으로 세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틀 안에서 보면 ‘오컬트 휴먼드라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본 틀은 공포 소재를 갖고 가는데 메인으로 이야기하는 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휴먼드라마가 복합적으로 많이 섞인 장르다. 코믹적 장르라기보다는 해학적인 게 조금씩 들어갔다. 그건 양념적 소스다.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2019년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큰 상인 만큼 어깨가 무서울 것 같은데.

"주위에 형들이 ‘상은 선물같은 것’이라고 하더라. 책임감은 갖고 가되 많은 의미를 안 두려고 한다. 이만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있다. 지금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면 ‘지겹다, 그만해. 작년 일인데’ 라고 말한다. 감사하지 않는다기보단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독특한 소재에 확 끌려야 하는 스타일이다. 재밌고 독특하다고 생각하면 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긴다. 영화들은 상업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볼 만한 영화로써 제작된다. 그러다 보니 정우형이랑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잘 제작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서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들으면 또 투자가 돼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콧대를 안 세우는 것 같다. 손해를 보는 것은 없나.

"거의 손해 보는 게 많은 것 같다. (웃음) 멋있다기 보다는 성향이 그렇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게 좋았다.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에게 목숨까지 바친다. ‘선덕여왕’(2009)이 주목을 받을 때 모든 환경들이 바뀌었다. 물론 저도 많이 바뀌었다. 이후 ‘열혈사제’(2019)의 시청률이 잘 나왔다. 책임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니까. 나름의 개똥철학을 갖고 예전에는 ‘항상 잘 되겠지’ 싶었다. 지금은 내 맘대로 안 되니까 하다 보면 한 작품일 뿐인데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걸 느낀다. 나이를 먹은 것도 있고 1~2개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제가 하는 건 다 1000만 관객 영화가 되어야 하고 시청률이 대박이 났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그래야 다음이 있지 않나. ‘무뢰한’(2015)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을 다른 곳에서 만난 적이 있다. 카메라 스태프가 어디 가서 자신이 ‘무뢰한’ 맡아서 했다고 하면 인정받는다고 하더라. 단순히 배우로서 혼자 갖고가야 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황고은기자 sukidayo318@